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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 중국군기지 생길라…미, 고위급 솔로몬제도 급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미국의 아시아 전략 최고책임자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이번 주 남태평양 섬나라 세 곳을 찾는다. 중국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군사적 기반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백악관은 18일(현지시간) 캠벨 조정관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미 행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피지와 파푸아 뉴기니, 솔로몬제도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대표단은 NSC와 국무부·국방부, 미국국제개발처(USAID) 간부로 이뤄졌다.

특히 미 행정부가 백악관과 국무부의 고위 관리 두 명을 한꺼번에 파견하는 건 이례적이다. 특히 군사적 주둔지 제공 가능성을 포함해 중국과의 안보협력을 강화해온 솔로몬제도가 대표단의 주요 목적지라는 분석이다.

미국 대표단 태평양 섬나라 방문 발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미국 대표단 태평양 섬나라 방문 발표.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 대표단이 솔로몬제도 관리들과 논의할 안건에 중국에 대한 우려가 포함된다고 확인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중국이나 다른 어떤 나라가 아닌, 미국과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한 이점을 각국이 스스로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의 큰 나라(중국)를 포함한 다른 나라와 우리가 제공하는 것을 서로 비교하는 건 그들(솔로몬제도)의 몫”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처럼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지는 않겠다는 취지의 설명이지만, 국방부와 대외원조 담당인 USAID까지 함께 갔다는 점에서 미국의 급박함이 보인다. 캠벨 조정관은 솔로몬제도를 방문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최고위 관리가 된다.

인구 70만 명의 작은 섬나라 솔로몬제도는 19일 중국과 안보 조약에 서명하면서 미·중 경쟁의 중심국의 하나로 떠올랐다. 이로써 미국의 동맹인 호주·뉴질랜드가 수십 년 동안 ‘뒷마당’으로 여겨온 지역에 중국이 군사적 터전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솔로몬제도는 호주 동북부퀸즐랜드에서 약 2000㎞ 떨어졌으며 호주·뉴질랜드와 미국을 잇는 해상 공급로에 위치한다.

솔로몬제도와 중국은 지난달 안보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그 내용이 소셜미디어에 유포됐다. 유출된 MOU 초안에 따르면 중국은 군과 무장경찰 등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해 사회질서 유지, 중국인 및 중국 사업 보호를 할 수 있다. 특히 중국 해군 함정이 솔로몬제도에서 물자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해 중국이 향후 이곳에 군사기지를 건설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중국이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에 군사 거점을 마련하면 하와이까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솔로몬제도가 예상 밖으로 미·중 경쟁의 중심이 됐다”며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정신이 없는 사이에 중국이 태평양 지역에 들어오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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