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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시아 차르 캠벨, 인구 70만 솔로몬제도로 출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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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ㆍ태평양 조정관. [로이터=연합뉴스]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ㆍ태평양 조정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아시아 전략 최고책임자인 ‘아시아 차르’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이 이번 주 남태평양 섬나라 세 곳을 찾는다. 중국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군사적 기반을 만들려는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백악관은 1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캠벨 조정관과 대니얼 크리텐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미국 정부 대표단을 이끌고 피지와 파푸아 뉴기니, 솔로몬제도를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NSC와 국무부, 국방부, 미국 국제개발처(USAID)로 구성된 대표단은 "이 지역과 지속적인 관계를 더욱 심화시키고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탄력성이 있는 인도·태평양의 발전을 추구할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백악관·국무부·국방부 합동 팀 급파 

미국 정부가 백악관과 국무부의 고위 관리 두 명을 한꺼번에 파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세 나라 중 특히 솔로몬제도가 중국의 군사 주둔을 포함하는 안보 협력 강화 움직임을 보여 미국 대표단의 주요 목적지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대표단이 솔로몬제도 관리들과 논의할 안건에 중국에 대한 우려가 포함된다고 확인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중국이나 다른 어떤 나라가 아닌, 미국과 관계를 맺는 이점을 각국이 스스로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지역의 큰 나라(중국)를 포함한 다른 나라와 우리가 제공하는 것을 비교하는 것은 그들(솔로몬제도)의 몫"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처럼 강압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설명이지만, 국방부와 대외 원조 담당인 USAID까지 한 팀을 이뤄 갔다는 점에서 미국의 급박한 사정이 엿보이기도 한다. 캠벨 조정관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관리 가운데 솔로몬제도를 방문하는 최고위층이 된다.

중국군과 함정 파견 허용

인구 70만 명의 작은 섬나라 솔로몬제도는 중국과 안보 조약을 맺으며 미·중 경쟁의 중심국으로 떠올랐다. 중국 외교부는 19일 중국과 솔로몬제도 외교장관이 양국 정부를 대표해 최근 안보 협정에 정식 서명했다고 공개했다. 이는 미국의 동맹인 호주와 뉴질랜드가 수십 년 동안 '뒷마당'으로 여겨온 영역에 중국이 군사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됨을 뜻한다. 솔로몬제도는 호주 북동쪽 퀸즈랜드에서 2000㎞가량 떨어져 있다.

앞서 솔로몬제도와 중국은 지난달 안보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그 내용이 소셜미디어에 유포됐다. 유출된 MOU 초안에 따르면 중국은 군과 무장경찰 등을 솔로몬제도에 파견해 사회 질서 유지, 재난 대응, 중국인 및 중국 사업 보호를 할 수 있다.

특히 중국 해군 함정이 솔로몬제도에서 물류를 보급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이 향후 솔로몬제도에 군사기지를 건설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월 피지를 방문했다. [A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월 피지를 방문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남태평양 진출을 우려해 왔다. 캠벨 조정관은 지난 1월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행사에서 중국 견제와 관련해 깜짝 놀랄 만한 일은 남태평양에서 나올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 2월 피지를 방문해 화상으로 인근 섬나라 정상들과 회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솔로몬제도의 수도 호니아라에 미국 대사관 개설을 제안했다. 이 시기에 맞춰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공개했다.

“중, 태평양 깊숙이 진입 시도”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군사적 거점을 마련하면 미국 영토인 하와이까지의 거리를 좁힌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솔로몬제도가 예상 밖으로 미·중 경쟁의 서사시적인 중심이 됐다"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정신없는 사이에 중국이 태평양 깊숙이 들어오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솔로몬제도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과 싸우던 미국과 우방에 중요한 요충지였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 미국 우방의 중요 보급로에 있다.

친중 성향의 솔로몬제도 정부는 중국과 추진 중인 협정이 다른 나라와도 체결했던 일반적인 안보 협력이라며 중국 군사 기지화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호주와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등 주변국은 우려하고 있다.

캠벨 조정관이 이끄는 대표단은 하와이에 들러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와 지역 파트너들과 협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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