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北 금강산 내 남측 골프장 리조트…일주일 만에 싹 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금강산 골프장 숙박단지를 촬영한 9일(왼쪽)과 17일 위성사진. 9일까지 온전했던 숙박단지의 중심건물과 건물 6개동이 17일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플래닛 랩스 캡처.

금강산 골프장 숙박단지를 촬영한 9일(왼쪽)과 17일 위성사진. 9일까지 온전했던 숙박단지의 중심건물과 건물 6개동이 17일 대부분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플래닛 랩스 캡처.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소유의 골프장 내 숙박시설(리조트)을 모두 철거한 동향이 포착됐다고 미국의소리(VOA)가 19일 전했다. 지난 10일 위성사진을 통해 철거 움직임이 포착된 지 일주일 만에 리조트 철거를 마무리했다는 설명이다.

VOA는 상업위성 위성사진 서비스인 '플래닛 랩스'가 17일 촬영한 사진을 토대로 골프장 내 리조트의 중심부 건물을 비롯해 주변에 있던 건물 8개가 모두 사라졌다고 전했다. 또 공개가 제한된 고화질 위성사진에는 건물의 지붕과 외벽 등은 모두 사라지고 콘크리트 토대만 남겨진 모습이 찍혔다고 VOA는 덧붙였다.

앞서 미국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지난 11일 금강산 관광지구에 위치한 골프장 내 숙박시설의 일부가 철거된 정황이 포착됐다면서 북한이 폭파 방식으로 건물을 해체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금강산 골프 & 스파 리조트(금강산 골프장)는 2008년 5월 금강산 관광지구에 들어선 남측이 소유의 첫 골프장이다. 아난티 그룹(옛 에머슨퍼시픽)은 현대아산이 북한에서 임대한 대지 146만8000㎡를 50년간 재임대해 18홀 규모의 골프 코스와 리조트(96실 규모)를 조성했다.

관광객들이 숙박을 하며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아난티가 골프장 주변에 별도의 숙박시설을 건설했는데, 북한이 이 시설을 모두 해체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아난티 골프장은 건설 당시 유황온천이 발견됐고, 고급자재를 투입해 건설한 것으로 안다"며 "10년 이상 사용하지 않기는 했지만 조금만 정비하면 고급 숙박시설로 활용이 가능한데 북한이 철거한 건 다소 의외"라고 말했다.

아난티 그룹이 2008년 5월에 개장한 금강산 아난티 골프 & 리조트의 모습. 사진 공동취재단.

아난티 그룹이 2008년 5월에 개장한 금강산 아난티 골프 & 리조트의 모습. 사진 공동취재단.

아난티는 2008년 5월 개장과 동시에 시설 유지와 라운딩 보조요원(캐디)으로 북측 노동자들을 대거 고용했다. 기명·무기명 회원을 모집하며 이용료를 한꺼번에 받은 뒤 이용횟수에 따라 차감하는 마이너스 옵션 회원제를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해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14년 동안 골프장 시설을 활용하지 못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0월 금강산 지역을 찾아 "건축미학적으로 낙후하고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며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북측은 최근 일방적으로 시설물 철거에 나섰다.

아난티 그룹은 지난 12일 금강산 내 골프장과 리조트 등의 자산(지난해 12월 말 기준 507억원)을 영업손실로 처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VOA는 또 골프장 인근의 장전항(고성항)에 정박해 사용하던 선상호텔인 '호텔 해금강'도 1~3층 정도의 높이만 남긴 채 윗부분이 모두 사라진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달 6일 북한이 호텔을 철거하는 동향이 포착된 이후 한 달여 만에 해체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이로써 한 때 남북관계의 옥동자로 불리던 금강산 관광을 위해 최초로 북측 지역에 설치한 숙박시설인 해금강 호텔과 첫 골프장이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에 시설물 해체와 관련한 협의를 요구했지만 북측은 응답하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