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청문회 시작도 전에 일촉즉발이다. 18일 더불어민주당은 “지명이 마땅히 철회돼야 한다”(박홍근 원내대표)고 배수진을 쳤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서는 “당선인이 한 후보자를 중히 쓰고 싶다 하는 생각을 거의 초기부터 가지고 있었다”(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주장이 나왔다.
尹 내각 상징된 한동훈
‘한동훈 카드’는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구성의 하이라이트다. 윤 당선인이 ‘책임 총리’로 내세운 한덕수 후보자는 18일 출근길에 “가장 대통령 (당선인)의 신뢰를 받는 장관이 과감하게 법무부 혁신을 해달라 하는 것이 핵심 포인트”라면서 “전통적 미션을 가진 부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라면 그건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관 후보자 중 한 후보자를 가장 신뢰하는 만큼 윤 당선인이 정치적 고려 없이 그를 지명했다는 설명이었다. 한덕수 후보자는 “당선인이 한동훈 후보자를 처음 (법무부 장관으로) 생각할 때는 검찰 수사권 조정 문제가 아직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면서 “우연히 지명 후 이 (민주당의 검수완박) 문제가 예민해졌다”고 덧붙였다.
인수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청문 보고서 채택 불발까지 처음부터 다 염두에 두고 지명했다. 철회는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총리 후보자가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먼저 “한동훈 장관 얘기는 안 묻나”라고 얘기를 꺼낸 장면을 두고도 '한 후보자 임명 강행을 위한 사전 대응'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 “지명 철회” 속내엔
윤 당선인의 ‘마이웨이’ 임명 기류로 민주당 역시 저지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전날 청문회 보이콧을 거론한 민주당은 아예 “낙마 1순위”에 한 후보자를 올리고 “지명 자체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끝내 철회하지 않는다면 국민을 대신해 국회에서 엄정하게 검증하겠다”면서도 “그렇지만 지명 철회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인사청문회 준비 태스크포스 단장을 맡은 민형배 의원은 전날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거부 의사를 밝혔다가 ‘발목잡기’ 지적이 나오자 “청문회 보이콧은 우리가 먼저 쓴 용어가 아니다. 인사 철회를 하라는 의미로 이해해달라”고 이날 말을 거뒀다. 공을 윤 당선인에 넘겨놓은 상황이지만, 실제로 민주당 내엔 검수완박 법안 처리 강행을 앞두고 한 후보자 청문회 개최에 정치적 부담을 느끼는 기류가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한동훈 지명으로 검수완박이 당론에까지 올라갔지만, 청문회 후 여론이 어디로 움직일지는 두고 볼 문제”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과거 추·윤 갈등 때처럼 ‘때릴수록 크는’ 검사 출신 정치인을 또 키워선 안 된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민주당이 때릴수록 한 후보자의 정치적 중량감을 키워줄 수 있다는 걱정이다.
韓. 강경 대응 계속할까
한 후보자는 그간 정치적 공격을 받을 때마다 예외 없이 정면 대응을 택했다. 현직 검사 신분으로 정치권 인사(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나 동료 검사(정진웅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와의 법정 다툼을 서슴지 않은 것이 대표적 예다.
“나쁜놈들”(13일), “야반도주“(15일) 등 지명 이후 거침없는 언사를 이어가는 그를 두고 한덕수 후보자는 이날 “다소 표현의 문제라든지 이런 문제들이 있었다”며 “며칠 동안 언론 대응 관계에서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킨 것에 대해서는 아마 조정을 좀 하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영향인지 이날 한 후보자는 강원도 춘천 소재 땅의 농지법 위반 의혹에 대해 “상속 이후에도 모친 등이 텃밭 농사를 계속했다”는 원론적 해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