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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하이엔드] 고야드, MZ세대 몰리는 이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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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주 15일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메종 고야드’(이하 고야드)가 올해의 신제품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공개해 화제다. 이날 공개한 제품은 ‘클레흐부아 인 인디아’다. 고야드는 이를 위해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 스페셜 팝업 스토어(임시매장)을 마련했다. 새로운 컬렉션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공개한다는 소식에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지난 주말 내내 매장이 북적였다.

지난 4월 15일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열린 고야드 클레흐부아 인 인디아 팝업 쇼케이스. '인도의 창'이라는 이름에 맞게, 아치형 창틀이 줄지어 있는 인도 사원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진 고야드]

지난 4월 15일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열린 고야드 클레흐부아 인 인디아 팝업 쇼케이스. '인도의 창'이라는 이름에 맞게, 아치형 창틀이 줄지어 있는 인도 사원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진 고야드]

고야드의 신제품 한국 선공개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 9월엔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제트 블랙 에디션'을 선보이더니, 이번엔 입점 1주년을 맞는 부산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야드는 2018년 '그림의 방'이란 테마로 한국에서 첫 스페셜 팝업을 연 뒤 매년 새로운 컨셉과 상품을 같은 방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팝업 스토어는 다른 많은 브랜드도 진행하는 마케팅 방식이지만, 이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신제품을 공개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클레흐부아 인 인디아' 제품들. 은은한 파스텔톤을 사용해 화사한 느낌을 냈다. 왼쪽이 포아티에 백, 오른쪽이 생루이 백이다. [사진 고야드]

클레흐부아 인 인디아' 제품들. 은은한 파스텔톤을 사용해 화사한 느낌을 냈다. 왼쪽이 포아티에 백, 오른쪽이 생루이 백이다. [사진 고야드]

인도의 축제 '홀리'를 표현하는 컬러와 장식들로 꾸며진 팝업 스토어. [사진 고야드]

인도의 축제 '홀리'를 표현하는 컬러와 장식들로 꾸며진 팝업 스토어. [사진 고야드]

브랜드 철학을 지키기 위한 이들의 깐깐한 행보를 생각하면 더욱 이례적이다. 독창성과 희소성을 중요하게 생각해, 가방에 이니셜과 디자인 모티프를 입히는 '마카쥬' 페인팅은 수작업으로만 진행한다. 이를 위해 프랑스 본사에선 각 지역의 페인터를 위한 전문 교육을 하고, 이를 받은 사람에게만 작업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또 매장도 본사인 프랑스를 포함해 세계 35개 미만으로 매장 수를 제한한다. 매장 수 조절을 위해 주요 시장에만 엄선해 매장을 여는데, 놀랍게도 한국에만 4개의 매장이 있다(※프랑스의 오프라인 매장은 3개뿐이다). 그만큼 한국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고야드가 2018년 진행한 첫 한국 팝업 '그림의 방'(위)과 지난해 팝업 '제트블랙 에디션'의 이미지. [사진 고야드]

고야드가 2018년 진행한 첫 한국 팝업 '그림의 방'(위)과 지난해 팝업 '제트블랙 에디션'의 이미지. [사진 고야드]

고야드 측은 한국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 시장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라며 "한국 소비자는 럭셔리 제품에 대한 인식과 지식수준이 높다. 그래서 신제품을 개발할 때도 한국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클러치(끈 없이 손에 드는 가방) 상품인 ‘세나'가 대표적이다. 원래 가장 큰 'GM'과 소지품용 'MM' 사이즈로 출시했는데 한국 소비자들이 "그 중간 사이즈를 원한다"는 이야기에 'MGM' 사이즈를 개발한 바 있다. 고야드의 노력 때문일까. 최근 몇 년간 고야드 매장엔 MZ세대가 북적인다. 국내 론칭 당시 가졌던 '고가 가방'이라는 이미지 대신 '합리적' '새로움'이란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고야드 측에 따르면 실제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의 50% 이상이 20~30대다.

스페셜 컬렉션 백 세계 최초로 한국 공개 #실용성과 희소성 만족시키며 MZ세대 잡아

브랜드의 시작 : 산업혁명이 탄생시킨 명품

고야드의 여행용 트렁크를 홍보하는 포스터.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가격표가 붙어있다. [사진 고야드]

고야드의 여행용 트렁크를 홍보하는 포스터.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가격표가 붙어있다. [사진 고야드]

고야드는 1853년 시작한 프랑스 태생의 가방 브랜드다. 한 해 늦게 시작한 '루이비통'과 함께 여행용 트렁크 전문 공방으로 출발했다. 설립자인 프랑수아 고야드는 1792년부터 운영돼 온 박스·트렁크 제작 공방 '메종 마르탱'의 후계자 루이 앙리 모렐에게 고급 트렁크 제작 기술을 배웠다. 견습생을 거쳐 수련공이 된 시점에 모렐 부부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26살의 젊은 나이에 공방을 인수했고 자신의 이름으로 메종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후 고야드는 19세기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했다. 철도와 수로 교통 확산으로 여행 인구가 증가하면서 여행 가방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수혜를 입었다. 특히 옷과 귀중품을 담는데 특화된 여행용 트렁크를 만들었던 고야드는 왕실과 귀족의 여행가방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한국엔 2007년 처음 소개됐다. 당시 출시 첫날에만 1억3000만원 어치가 팔리는 등 '희소성 있는 명품 가방'으로 이름을 알렸고, 대표상품인 생루이 백은 2000년대 후반 '빅백' 트렌드를 타고 '청담동 쇼퍼백'이란 별명을 얻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말엔 김건희 여사가 고야드의 아르투아 백을 든 모습이 한 매체를 통해 보도되며 다시 한번 화제를 모았다.

이들의 가치1 : 가방은 실용적이어야 한다

강물에 떠 있는 통나무와 이름 중앙에 위치한 이니셜 Y자를 동시에 표현한 '고야드 쉐브론'.

강물에 떠 있는 통나무와 이름 중앙에 위치한 이니셜 Y자를 동시에 표현한 '고야드 쉐브론'.

고야드는 '실용성'과 '희소성'이라는 두 가지 DNA를 가지고 있다. 모든 상품은 독창적이며 실용적이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수납이 잘 되고 편하게 들기 좋은, 기본에 충실한 가방을 만든다. 그래서 모양이 화려하기보다는 깔끔하고 단순한 편인데, 여기에 브랜드 특유의 패턴과 컬러로 희소성을 입힌다.
고야드의 실용성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이들의 소재 '고야딘 캔버스'다. 창립자 프랑수아의 아들인 에드몽 고야드가 메종을 이어받으며 방수 기능이 있는 가벼운 트렁크와 가방을 만들기 위해 개발한 소재다. 그는 리넨과 면을 엮은 천 위에 천연수지를 코팅했다. 놀라운 것은 이 소재를 개발한 것이 1892년이라는 사실이다. 당시엔 리넨으로만 트렁크를 만들던 시절이라, 방수 기능에 내구성까지 갖춘 고야딘의 기술을 혁신에 가까웠다.
고야딘 캔버스에 그려 넣은 특유의 패턴 '고야드 쉐브론'은 이름(Goyard) 중앙에 위치한 Y자를 형상화한 것이다. 여기엔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는데, 프랑스 동부 부르고뉴 지방에서 벌목업에 종사하던 고야드 가문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기도 하다. 당시엔 자른 통나무를 뗏목 형태로 묶어 강에 띄워 운반했는데, 이때 나무를 배열하고 묶은 모양을 점으로 찍어 연결해 만든 패턴이 바로 고야드 쉐브론이다.

이들의 가치2 : 희소성 만드는 똑똑한 컬러 플레이 

수작업으로 직접 그려 넣는 고야드 마카쥬. [사진 고야드]

수작업으로 직접 그려 넣는 고야드 마카쥬. [사진 고야드]

'명품'이 가져야 할 덕목인 희소성은 '컬러'와 '마카쥬'를 활용해 지켜나간다. 똑같은 디자인의 가방이어도 시즌별로 새로운 컨셉에 맞춘 새로운 컬러를 사용해 신선함을 준다. 이번에 공개한 클레흐부아 인 인디아(Claire-voie in India) 컬렉션은 ‘인도의 창문’이란 뜻으로, 인도의 대표적인 축제 ‘홀리(HOLI)'에서 영감을 받았다. 기존에 선보여온 색 대신 연한 파스텔톤 옐로우, 파우더핑크, 오렌지, 터콰이즈블루, 오팔 등 5가지 컬러를 기본으로 컬렉션을 만들어 봄여름 시즌에 맞는 화사함을 줬다. 특히 이번 팝업에선 클레흐부아 색조를 입힌 생루이 백과 포아티에 백을 운영 기간 독점 판매해 더 관심을 끌었다.
가방에 이름 이니셜이나 디자인 요소를 그려주는 마카쥬 서비스는 '나만의 가방'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다. 본래 프랑스 귀족이 여행 트렁크에 가문의 상징이나 문양을 새겨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던 방식을 그대로 재현한 서비스다. 3주라는 긴 작업 시간과 별도 비용을 내야 하지만, 희소성 있는 가방을 가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서비스 신청자가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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