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 안 보이는 보고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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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검찰이 13일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그가 대표로 있는 보고펀드의 앞길이 한층 안개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펀드의 산파역을 한 변 대표가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 보고펀드의 정상적인 활동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미 보고펀드는 변 대표 공백으로 인한 후유증을 톡톡히 겪은 바 있다. 변 대표가 지난 6월 현대차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수감된 뒤 4개월여 동안 보고펀드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막판까지 갔던 BC카드 인수는 업무협약 기한을 성과 없이 넘기면서 결국 좌절됐다.

무엇보다 검찰 주장대로 보고펀드의 자금 모집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 토종 사모펀드인 보고펀드의 도덕성 자체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변씨가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파는 과정에서 편의를 봐준 대가로 자신이 공동대표로 있는 보고펀드에 외환은행이 400억원을 투자하도록 약속 받은 혐의를 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고펀드가 유일하게 성사시킨 동양생명 출자 문제도 현행 보유지분 규모가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 투자 한도를 채우지 못해 사실상 법을 위반한 게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변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다시 (보고펀드의) 업무 공백이 길어질 것"이라며 "그럴 경우 사실상 펀드 운용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이상렬.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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