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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내각 5인 '사외이사' 출신…이해관계 충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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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윤 당선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수화통역사, 한화진 환경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자.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2차 내각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권영세 통일부 장관,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윤 당선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수화통역사, 한화진 환경부 장관,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자. [인수위사진기자단]

새 정부의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선이 잇달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후보자·내정자와 기업 간 인연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후보자 중엔 기업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이들이 많아 이해관계 충돌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발표된 내각 인선에서 기업 사외이사 경험이 있는 이들은 5명(한덕수·이창양·이상민·한화진·박보균)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는 지난해 3월 에쓰오일 사외이사로 선임된 이래 이사회 의장을 지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2019년 3월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로 선임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 위원장과 내부거래위원회 위원을 맡았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는 2018년 3월부터 애경그룹 지주회사인 AK홀딩스의 사외이사를 맡아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 감사위원을 역임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해 3월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됐고 이후 ESG위원장을 지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달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나 29일 만에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

기업 3곳 사외이사 거친 이들도 있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두산중공업 사외이사로 지난달 29일 재선임됐으나 16일 만에 새 정부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김대기 전 실장은 앞서 SK이노베이션, 두산인프라코어 사외이사도 거쳤다.

이들 중 1차 내각 발표 명단에 포함됐던 한덕수·이창양·박보균 후보자는 각 회사에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다. 에쓰오일·LG디스플레이·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후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외이사를 선임할 예정이다. 이상민·한화진 후보자도 곧 사외이사에서 물러나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중앙일보가 이날 사업보고서 등을 확인한 결과 이들 장관 후보자는 과거 의결에 참여한 안건에 대해 모두 찬성 의사를 밝혔다. 반대 의견을 밝힌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 그간 재계에선 기업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안건 반대율이 낮은 걸 두고 “거수기 역할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이창양 후보자는 2012~2018년 SK하이닉스 사외이사로도 재직했는데 이때도 모든 안건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윤석열 정부 첫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로 내정된 이창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가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를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정부 첫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로 내정된 이창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가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를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앞서 이 후보자는 일본계 기업 TCK의 사외이사도 지냈는데, 이 회사의 최대 주주가 전범 기업인 일본 도카이카본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 후보자는 TCK·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를 역임하며 총 7억85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는 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로 위촉된 이후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는 점도 비판받은 바 있다.

이 후보자는 관련 질문에 “(자세한 이야기는) 청문회 때 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별도로 “사외이사와 장관의 역할은 다른 영역으로 엄연히 구별되며 그런 (이해 충돌)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기업들은 말 조심, 외부선 우려  

이처럼 자사 사외이사 출신들이 대거 내각에 진입한 데 대해 재계에선 말을 아끼고 있다. 장관 후보자를 배출한 한 기업 관계자는 “자사 사외이사 출신이 입각하게 됐다고 일각에선 나중에 유리한 정책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좋겠다고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사외이사에 선임된 지 며칠 만에 장관 후보자가 된 건 본인도 전혀 예상을 못 했다는 뜻 아니겠나”라고만 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위원 후보자 통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위원 후보자 통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외부에선 시각이 엇갈린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사외이사를 했던 이가 장관으로 가면 기업 편의를 봐줄 거라 보고, 장관직을 마치고 사외이사로 오면 로비스트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결국은 후보자들의 도덕성을 믿고 갈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색안경을 끼고 보기보다는 일단은 지켜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사외이사의 제 역할은 이사회를 견제하고 합리적으로 비판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한국 사회에선 사외이사가 과거 몸담았던 기관에 무언의 메시지가 전달되길 기대하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사외이사 경험이 있는 장관 후보자들은 나중에 장관을 그만둔 뒤에도 사외이사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사외이사가 채워지는 거니 독립적인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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