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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 민주 당론 다음날...尹 "권력수사 상징" 한동훈 발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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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정부 첫 법무부 장관으로 한동훈(49·사법연수원 27기)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지명했다. 윤 당선인은 민주당이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을 당론으로 확정한 뒤 하룻 만에 한 부원장을 “권력 수사의 상징”이라며 발탁했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 측이 한 부원장 발탁 이유로 ‘권력 수사’를 명시함에 따라 172석 입법 권력인 민주당과 정면 대결을 택한 것이란 분석이 검찰 안팎에선 나온다. 김오수(59·사법연수원 20기) 검찰총장의 일곱 기수 후배 법무장관 지명으로 기수 파괴에 의한 검찰 물갈이도 예고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3일 오후 국무위원 후보와 대통령실 비서실장 인선을 발표하고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한 후보자 내정 이유에 대해 "지난 20여년간 법무부, 검찰 등 주요 요직을 거치면서 수사와 공판, 검찰제도, 법무행정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일해왔다"고 설명했다. 검수완박 대응 차원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그거완 상관없고 한 검사장이 미국 변호사 자격도 있고 영어도 잘 해서 국제 기준에 맞는 법무행정 현대화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2차 국무위원 후보 및 대통령 비서실장 인선 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 인수위사진기자단

하지만 인수위가 배포한 후보자 발표 자료에선 "특히 정치 권력, 경제 권력 등 사회적 강자를 상대로 한 부정부패 범죄 수사에서 역대 비교 대상이 없을만큼 발군의 성과를 거두었고, 진영을 가리지 않는 '권력 비리 수사의 상징'이 됐다"며 "이뿐만 아니라 수년간 이어진 온갖 핍박에 맞서 공직자의 본분을 다하며, 상식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법무부의 리더로서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법치주의를 지켜낼 적임자"라고 명시했다.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 후보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 후보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尹 최측근 장관 기용…"독립운동하듯" 적폐수사 지휘하나

1973년생으로 올해 만 49세인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1992년 서울현대고등학교, 1996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각각 졸업했다.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98년 사법연수원을 27기로 수료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법무부 검찰과, 대검찰청 정책기획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장 등을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근무한 2017년엔 중앙지검 제3차장검사를,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에 오른 2019년엔 권력 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아 당선인 곁을 지켰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일가 수사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정권과 마찰을 빚으면서, 한 검사장도 2020년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의해 부산고검 차장으로 '날아'갔다. 이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 법무연수원 진천본원, 사법연수원 부원장까지 총 네번의 보복 인사를 당했다.

한 후보자의 법무부장관 영전이 윤 당선인의 '적폐 수사 예고'로 읽히는 것은 그래서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중앙일보와 인터뷰서 한 후보자를 "이 정권의 피해를 보고 거의 독립운동처럼 (수사를) 해온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한 후보자의 중용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해 "일제 독립운동가가 정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라고 직접 반박한 적도 있다. 당시엔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기용을 전제로 답변했지만 실제론 검찰 수사권 폐지 논란에 몇계단 장관으로 격상한 셈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2차 내각 발표가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2차 내각 발표가 끝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한 후보자 본인도 적폐 수사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한 후보자는 지명 직후 기자들에게 "검찰은 효율적으로 실력 있게, 법과 상식에 맞게 진영을 가리지 않고 나쁜 놈들 잘 잡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네 편 내 편 가리지 않고 오직 법과 상식에 따라서 정의가 바로 서는 법치국가를 바라고 있다는 걸 제가 잘 알고 있다"며 "제가 공직생활하는 동안 강자의 불법에 더 엄정하려고 노력했고, 그 마음과 용기와 헌신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박범계·추미애 장관 시절 수사지휘권 남용이 얼마나 국민에게 해악이 큰지 실감했다"며 "장관에 취임하더라도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지휘권 행사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민주 '검수완박' 강행 이후 한동훈 법무 아래 '특수청' 설치 대안 고려

인수위 안팎에선 윤 당선인이 더불어민주당이 전날 4월 국회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하자 검찰 수사권 폐지가 현실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특별수사청 설치 등 대안 추진까지 고려한 인선이란 분석도 나온다. 그간 한 후보자를 중앙지검장이나 수원지검장으로 기용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검찰 수사권 유지를 전제로 한 것인 만큼 윤석열 정부 출범 전 수사권이 사라지면 서울중앙지검장은 의미가 없단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수사 조항을 폐지하는 법률안 외에도 대안 법률들도 발의해 놨기 때문이다. 이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특별수사청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은 법무부장관 소속으로 특별수사청을 설치하고, 법무부장관을 수사청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수사관을 지휘·감독하게 했다. 황운하 의원이 대표발의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란 법률안'에서도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추천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으로 법무부장관을 넣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선 "법무부 산하 중수청이 기대된다"는 말도 나온다.

〈YONHAP PHOTO-6172〉 답변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4.13 [인수위사진기자단]   jeong@yna.co.kr/2022-04-13 15:24:28/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YONHAP PHOTO-6172〉 답변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2차 내각 발표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4.13 [인수위사진기자단] jeong@yna.co.kr/2022-04-13 15:24:28/ 〈저작권자 ⓒ 1980-2022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민주당이 독립수사청 설치 등 대안 추진마저 막을 경우 기존 법무부 장관 권한인 상설특검법을 발동해 대장동 특검 등 적폐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후보자는 이날 대장동 특검 발동을 묻는 질문에는 "상설특검은 (장관으로서) 어떻게 권한을 행사할 건가의 문제인데 아직 구체적 사안을 알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 말씀 드리는 건 경솔하다"며 답하지 않았다.

대신 "검수완박은 모든 상식적인 법조인과 언론인, 학계, 시민단체가 전례 없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국민을 위해서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이란 입장을 밝히면서도 "(당선인과) 최근에 그런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40대인 한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면 세대 교체에 따라 법무·검찰 내 연쇄적으로 '사표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 검찰 인사에선 통상 후배가 상급자에 오르면 선배 검사들이 옷을 벗는 관례가 있어서다. 현 법무부 장관인 박범계 장관은 한 후보자보다 네 기수 앞선 사법연수원 23기다. 전국 지방검찰청장들의 기수가 대부분 연수원 25기에서 27기에 분포해있고, 한 검사장보다 후배는 28기의 문성인 전주지검장과 고경순 춘천지검장뿐일 정도다. 이미 사표를 제출한 조남관 법무연수원장(24기)를 포함해 전국 고검장급도 거의 모두 옷을 벗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도 파격 발탁은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검수완박 저지를 위해 검찰이 김오수 총장을 중심으로 집단 대응하는 상황에서 “한 후보자 지명이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민주당에 기름을 부어준 격”(일선 검사장)이란 지적이다. 실제 민주당에선 한 후보자 지명을 두고 “검찰개혁의 정당성을 입증했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청법 폐지 법안을 발의한 김용민 의원은 "한동훈, 고귀한 검사장에서 일개 장관으로 가는군요"라며 "4·19혁명 이후 박정희의 군사쿠데타가 있었고, 촛불혁명 이후에는 윤석열의 검찰쿠데타가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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