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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 막장 끝~ 힐링의 대가들이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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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와 박해영 작가의 ‘나의 해방일지’(아래 사진)가 동시에 방송을 시작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나의 아저씨’ 등 두 작가의 전작에서 위로를 얻었던 시청자들이 또 하나의 ‘인생 드라마’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 tvN]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와 박해영 작가의 ‘나의 해방일지’(아래 사진)가 동시에 방송을 시작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나의 아저씨’ 등 두 작가의 전작에서 위로를 얻었던 시청자들이 또 하나의 ‘인생 드라마’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 tvN]

안방극장에 ‘힐링’ 기대감이 부푼다. 이번엔 또 어떤 ‘인생 드라마’가 팍팍한 현실을 위로하고 ‘잘했다’ ‘힘내라’ 응원해줄 것인가. ‘디어 마이 프렌즈’ ‘괜찮아, 사랑이야’의 노희경과 ‘나의 아저씨’ ‘또 오해영’의 박해영, 두 작가의 신작 드라마가 동시에 베일을 벗었다. 지난 9일과 10일 1, 2회 방송을 마친 ‘우리들의 블루스’(tvN)와 ‘나의 해방일지’(JTBC)다.

두 작품은 휴먼드라마의 대가로 꼽히는 두 작가 맞대결로 방송 전부터 주목받았다. 더욱이 사전 홍보 단계부터 “인생의 끝자락, 절정, 혹은 시작에 서 있는 모든 사람들의 달고도 쓴 인생을 응원하는 드라마”(‘우리들의 블루스’), “견딜 수 없이 촌스런삼 남매의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운 행복 소생기”(‘나의 해방일지’) 등 ‘힐링’ 코드를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화려한 출연진도 기대감을 더했다. 옴니버스 형식으로 14명의 주인공을 내세운 ‘우리들의 블루스’엔 김혜자·고두심·이병헌·차승원·이정은·신민아·김우빈·한지민 등 톱스타급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나의 해방일지’에선 주인공 삼 남매 역의 이엘·이민기·김지원이 천호진·손석구 등 연기파 배우와 호흡을 맞춘다.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위쪽 사진)와 박해영 작가의 ‘나의 해방일지’가 동시에 방송을 시작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나의 아저씨’ 등 두 작가의 전작에서 위로를 얻었던 시청자들이 또 하나의 ‘인생 드라마’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 JTBC]

노희경 작가의 ‘우리들의 블루스’(위쪽 사진)와 박해영 작가의 ‘나의 해방일지’가 동시에 방송을 시작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나의 아저씨’ 등 두 작가의 전작에서 위로를 얻었던 시청자들이 또 하나의 ‘인생 드라마’를 기대하고 있다. [사진 JTBC]

두 드라마 모두 1, 2회 방송은 등장인물의 힘겹고 고된 삶에 집중했다. ‘우리들의 블루스’는 첫 주 방송 대부분을 20년 만에 만난 동창 한수(차승원)와은희(이정은) 이야기로 채웠다. 50평생을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두 사람의 현실은 헛헛하다. 연 매출 20억원대 현금 부자 은희는 형제 뒷바라지로 하루 스무 시간씩 어시장에서 생선 대가리를 치며 청춘을 보냈다. “이번 생은 가족들 뒤치다꺼리하다가 내 인생 쫑나는 걸로”라는 은희. 그 앞에 나타난 한수는 가난한 집안에서 홀로 잘나 대학을 나왔지만, 월급쟁이에 딸 유학비 대느라 허리가 휘는 기러기 아빠 신세다.

이야기는 위험하게 흐른다. ‘돈 냄새’를 맡은 한수가 “이혼 준비 중”이라고 은희를 속인 채, 첫 키스 추억이 어린 고등학교 수학여행지 목포로 둘 만의 여행을 떠났다. 일탈과 배신이 이어질 법하지만, 시청자는 “인생의 쓴맛이 느껴지는 표정에 마음이 착잡” “삶에 찌든 중년이 된 모습이 내 모습 같아 눈물 난다”고 감정을 이입한다.

노희경

노희경

사기꾼(‘그 겨울 바람이 분다’)과 조현병 환자(‘괜찮아, 사랑이야’) 등을 통해서도 인간의 존재 가치를 따뜻하고 위대하게 그려냈던 노희경 작가가 이번엔 어떤 감동을 끌어낼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두 사람이 “잘 자라줘서 고맙다”(한수), “난 너한테 고맙다. 네가 엉망진창 망가져서 나타났으면, 내 청춘이 망가진 거 같아서 슬펐을 것 같다”(은희)고 주고받은 말은 명대사로 회자한다.

‘나의 해방일지’ 역시 첫 주 방송에서 주인공 삼 남매의 답답한 현실을 보여줬다. 경기도 끝자락 가상 마을 산포에 살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들은 아웃사이더다. 둘째 창희(이민기)의 옛 여자친구 말대로 ‘계란 흰자’ 같은 동네에 살아서일까. 집과 직장을 열심히 오가지만 변방을 벗어날 수 없다. 반복하는 삶의 틀이 버거워 꿈도, 욕망도, 계획도 들어설 여유가 없다.

박해영

박해영

막내 미정(김지원)이 특히 딱하다. 회사 사람들 틈에 도무지 끼지 못한다. 집이 멀어 회식도 꺼려진다. “예쁘지만 매력 없다”는 동료들 뒷말도, 팀장의 빨간색 수정 지시가 빼곡한 보고서도, 모두 미정을 지치게 한다. 거기에 돈 문제까지 터졌다. 신용대출로 돈을 빌려준 선배가 잠적했다.

“사랑을 고르고 선택하는 이 시대가 버겁다. 아무나 사랑하겠다”고 선언한 첫째 기정(이엘)의 속마음은 외로움이다. “아무 말이나 하고 싶어. 존재하는 척 떠들어대는 말 말고, 쉬는 말이 하고 싶어. 대화인데, 말인데, 쉬는 것 같은 말.” 2회에서 기정이 한 말은 번잡한 일상에 지친 시청자 마음을 울렸다.

두 드라마는 어둡고 답답한 전개에도 각각 8%(‘우리들의 블루스’), 3%(‘나의 해방일지) 안팎 시청률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작가들 전작과 비교해서 보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시청자 입장에서 이미 한번 푹 빠졌던 작품보다 어떻게 더 좋게 느끼겠냐”면서다. “두 신작 모두 작가들 특유의 감성을 잘 드러낸다. 그동안 기획성 흥행 코드에 맞추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담아냈던 작가들인 만큼 답답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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