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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오미 고급화 전략 얼마만큼 성공했나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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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내 국산 프리미엄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아이폰 적극 벤치마킹'
'5년간 연구개발비용 1000억 위안(19조 2830억 원)'

그간 ‘가성비’로 통했던 샤오미가 이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대표주자가 되겠다며 세운 목표다. 지난 2월, 샤오미는 사내 ‘프리미엄화 전략팀’을 공식으로 구성하고, 위의 3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앞서 2019년, 샤오미는 모바일 더블 브랜드 발전 전략을 발표했다. 서브 브랜드인 레드미(紅米·Redmi)로는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메인 브랜드인 샤오미로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2021년 샤오미가 출시한 프리미엄 플래그십 스마트폰 [사진 CNMO]

2021년 샤오미가 출시한 프리미엄 플래그십 스마트폰 [사진 CNMO]

지난달 발표된 샤오미의 2021년 사업 성과를 보면, 이 전략은 어느 정도 유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샤오미의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과 시장 점유율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샤오미에 따르면 2021년 매출은 2020년보다 33.5% 증가한 3283억 위안(약 62조 7906억 원)으로 집계됐다. 조정 순이익은 69.5% 늘어난 220억 위안(약 4조 2070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면을 살펴보면, 샤오미의 고급화 전략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분석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비율, 휴대폰 평균 가격(ASP) 여전히 낮아

지난해 샤오미의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 90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이중 프리미엄 스마트폰(판매가 3000위안 또는 300유로 이상)의 출하량은 2400만대로, 전체 출하량의 13%를 차지했다. 2020년 1000만 대에 머물렀던 출하량은 불과 1년 새 두 배 넘게 증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를 “대단한 성과로 보기엔 무리”라는 의견이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평균 도매가 400달러 이상)이 전체 스마트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7%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으로, 지난 5년 동안에도 전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꾸준히 20%대를 유지했었다.

물론 여기에는 최근 스마트폰 가격이 전반적으로 인상되며 과거에 중저가 폰으로 분류됐던 것이 현재에는 프리미엄 폰으로 편입된 영향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기준과 비교했을 때, 샤오미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절대 높지 않다.

샤오미 ASP와 휴대폰 판매량, MIUI 사용자 증가 속도 비교 [사진 ?媒體]

샤오미 ASP와 휴대폰 판매량, MIUI 사용자 증가 속도 비교 [사진 ?媒體]

샤오미의 ‘휴대폰 평균 가격(ASP)’이 2020년 1039위안(약 20만 350원)에서 2021년 1097위안(약 21만 1530원)으로 오르는데 그친 것도 고급화 전략이 제대로 통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스마트폰 부품 가격 상승과 물가 인상률만 반영해도 ASP가 이 정도는 오르는데, 고급화 전략 영향까지 반영됐다고 하기엔 ASP 상승 폭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샤오미의 일부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출시 몇 달 만에 가격이 대폭 하락했다. 샤오미의 첫 폴더블폰인 믹스 폴드의 출고가는 9999위안(약 192만 8100원)이었으나, 출시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공식 홈페이지의 정가가 3000위안~4000위안(약 57만 8500원~약 77만 1300원)대로 떨어졌다.

샤오미 12와 12X 등은 현재 징둥(京東)을 비롯한 여러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출고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샤오미는 제대로 된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를 본 것이 아닌, 가격 인하 등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고를 끌어올렸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제품력 약해 시장에서 입지 못 굳혔다 

화웨이 퇴출 이후 샤오미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제품력이 약해 그 덕을 충분히 보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2020년 1분기~2021년 4분기) [사진 카운터포인트]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2020년 1분기~2021년 4분기) [사진 카운터포인트]

2021년 상반기, 화웨이 제재 여파로 샤오미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분기에는 애플을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 업체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3분기가 되자 애플에 밀려 다시금 순위가 한 단계 내려갔다. 샤오미의 신제품은 힘을 못 쓰고, 아이폰 13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4분기에는 12%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를 유지했으나, 2분기에 비하면 시장 점유율이 4%나 떨어졌다.

당초 중국에선 화웨이가 남기고 간 시장 점유율을 샤오미가 그대로 흡수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샤오미는 연이은 품질 결함 문제로 기회를 놓치고,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지 못했다.

샤오미 Mi 11 시리즈 [사진 新浪財經]

샤오미 Mi 11 시리즈 [사진 新浪財經]

샤오미 Mi11 시리즈는 발매 직후 전력 과소비와 메인보드 고장, 발열, 와이파이 불량 등 심각한 품질 결함으로 소비자 불만이 폭주했다. 이후 Mi12와 믹스 폴드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을 연이어 출시했지만, 이미 돌아서 버린 소비자 마음 탓인지 이렇다 할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Mi12 시리즈의 출시 당월 판매량은 46만대로, Mi11 시리즈의 출시 당월 판매량의 40%에 그쳤다.

한 네티즌은 샤오미가 고급화 전략에 걸맞은 성능과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다음과 같이 풍자했다. 그는 “아이폰 사용자는 중간에 핸드폰이 꺼지면 가장 먼저 ‘이 핸드폰 너무 오래 쓴 건가?’라고 생각하지만, 샤오미 사용자는 가장 먼저 ‘이 핸드폰 역시 별로다’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진정한 고급화로 가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 늘리는 샤오미 

이러한 문제를 인지한 듯, 샤오미는 최근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성능 개선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2021년 샤오미의 연구개발비는 132억 위안(약 2조 5453억 56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42.3%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은 “향후 5년간 연구개발비 투자를 계속해서 늘려 1000억 위안(약 19조 2830억 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샤오미의 고급화 전략에 획기적인 도약을 가져올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향후 5년간 연구개발비 1000억 위안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하는 레이쥔 샤오미 회장 [사진 163.com]

″향후 5년간 연구개발비 1000억 위안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하는 레이쥔 샤오미 회장 [사진 163.com]

한편, 기대와 함께 미래에 닥쳐올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은 중국 휴대전화 시장의 위축이다. 중국신통원(中國信通院)이 발표한 ‘2022년 2월 국내 휴대폰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월 중국 내 휴대폰 출하량은 1486만 4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31.7% 감소했다. 고급화 전략의 주가 되는 5G 폰 출하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4.5%나 감소했다. 더욱이 우려스러운 것은 샤오미와 삼성 등이 모두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는 와중에 휴대폰 출하량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재고를 없애는 것도 샤오미에 남겨진 과제다. 샤오미는 지난해 2억 2000만 대를 목표 출하량으로 설정해 실제로 1억 9000만 대 출하한 후 현재 3000만 대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남은 재고를 별 탈 없이 처리하는 것도 샤오미의 고급화 전략 달성에 있어 중요한 과제이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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