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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00년 대생 ‘소개팅 앱’ 지고 ‘애인 구함 동영상’ 뜬다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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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앱에 이어 최근 중국에서 링링 허우(00 後·2000년 대생)를 중심으로 ‘애인 구함 동영상(求偶視頻)’이 유행하고 있다.

중국 매체 36 kr에 따르면, 작년부터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동영상 플랫폼 비리비리(嗶哩嗶哩·bilibili·B 짠(站))에 연애 상대를 구한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우후죽순 게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인 구함 동영상’은 샤오터우밍(小透明∙존재감이 적거나 거의 없는 계정)이라 할지라도, 손쉽게 10~20만 조회 수를 찍을 정도로 중국 젊은 층에 큰 관심을 받는다.

비리비리 '애인 구함 영상(求偶視頻)' 검색 결과 [사진 비리비리]

비리비리 '애인 구함 영상(求偶視頻)' 검색 결과 [사진 비리비리]

지난해 11월, 비리비리 UP주(UP主∙비리비리에서 콘텐트를 올리는 크리에이터) @我才不是豬 U가 게시한 ‘B 짠(站) 싱글 남성분들 잘 들으세요’ 영상은 천만 조회 수를 돌파하고, 비리비리 전체 인기 영상 순위 2위에 올랐다. @我才不是豬 U가 올린 ‘애인 구함 영상’에는 7만 건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올해에도 UP 주 @宵衣旰政가 업로드 한 '칭화대 이공계 남자의 비천한 구애' 영상이 또 한 번 B 짠을 달구는 등 ‘애인 구함 동영상’의 열기는 식지 않고 지속하고 있다.

‘애인 구함 동영상(求偶視頻)’은 말 그대로 UP주가 애인을 구할 목적으로 찍은 동영상이다. 영상은 크게 자기소개와 자기가 원하는 이상형에 대한 소개로 구성된다. 자기소개에는 나이, 별자리, MBTI, 키, 체중, 재학 중인 학교, 전공, 취미, 거주 중인 도시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경우에 따라서 과거 연애사나 가정환경을 소개하기도, 몸매 전체가 나오도록 촬영 구도를 조정하기도 한다.

한 비리비리 UP주의 애인 구함 동영상 [사진 펑파이]

한 비리비리 UP주의 애인 구함 동영상 [사진 펑파이]

자기소개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본인이 찾고자 하는 연애 상대에 대한 묘사가 시작된다. 묘사는 비교적 자세하고 구체적이며, 꽤 노골적이고 솔직하다. 한 UP주는 자신이 찾고자 하는 연애 상대의 조건으로 “나와 가까운 위치에 사는 저장성이나 상해 사람일 것", "키는 173 이상에 클수록 좋음", "과장이 없고 스포티한 것을 좋아해야 함” 등을 꼽았다.

영상은 대개 각종 드립과 웃음 포인트가 담겨있어 유쾌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러나 마냥 가볍지만은 않으며, UP주들의 진정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영상 속 몇몇 UP주들은 수줍어서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거나, 긴장한 채로 미리 써온 대본을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B 짠을 물들이고 있는 ‘애인 구함 동영상’ 에는 한 가지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바로 UP주들이 자기 자신을 ‘사공(社恐∙사회공포증*(社交恐懼癥·Social Phobia)의 약칭)’이라고 칭한다는 것이다.

*사회공포증: 다른 사람들 앞에서 당황하거나 바보스러워 보일 것 같은 사회 불안을 경험한 후 다양한 사회적 상황을 회피하게 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 기능이 저하되는 정신과 질환 (정보 출처: 서울대학교 병원)

‘애인 구함 동영상’에는 '사공(社恐)'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사진 비리비리]

‘애인 구함 동영상’에는 '사공(社恐)'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사진 비리비리]

공개적인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이들은 되려 본인을 ‘사공’이라고 소개한다. 자신을 내성적이고 사교적이지 못하며, 공적인 자리에서의 발언을 두려워하는 ‘대인기피증 환자’로 묘사하는 것이다. 제목에서든 영상에서든 ‘애인 구함 동영상’에는 '사공(社恐)'이라는 단어가 꼭 한 번 등장한다.

언뜻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UP주들이 말하는 '사공'은 실제로도 거짓말은 아닌 듯하다. 대학생이 주를 이루는 ‘애인 구함 동영상’의 상당수는 혼자 남은 기숙사 방 안이나 수업이 끝난 강의실, 밤늦게 기숙사로 향하는 길 등 인적이 드물고 조용한 장소에서 촬영됐다. 촬영된 영상에는 자기소개하던 도중 인기척을 듣고 멈춰서 입을 떼지 못하는 UP주들의 모습이 종종 등장하기도 한다. 이들은 본인의 영상이 너무 화제가 된다 싶으면 "아는 사람이 발견할까 봐 겁나요”, “제 영상을 공유하지 말아 주세요"라며 네티즌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지난해 11월 중칭바오(中青報)가 전국 255개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유효 응답 4854건)에서 응답자 80.2%가 “경미한 ‘사공'을 앓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 말을 할 때 쉽게 긴장하며, 사교적인 자리에서 어색함과 불편함을 느낀다고 답했다.

펑파이(澎湃) 등 현지 언론은 “B 짠에서 애인을 구하는 링링 허우들이 사교 분열증(社交分裂癥)에 걸린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이렇게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애인을 찾는 링링 허우가 ‘사공’이라는 것에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든다는 것이었다. 오프라인에서는 ‘사공’이지만 온라인에서는 ‘사우(社牛·성격이 외향적이라 자기표현을 즐기고 누구와도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인 이들은 ‘사교 분열증’에 걸린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링링 허우는 ‘사공’과 ‘사우’의 모습을 모두 갖고 있다. 36 kr 은 링링 허우의 ‘사교 분열증’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아는 사람 앞에서는 조용하지만, 인터넷에만 접속하면 돌변한다.”

“오프라인에서는 하자는 대로 하는데, 온라인에서는 논쟁의 선두에 선다.”

“학교 친구들 무리 속에서는 이름을 숨기고, 온라인상에서는 이름을 날린다.”

[사진 소후]

[사진 소후]

링링 허우의 위챗 모멘트(朋友圈)와 웨이보(微博) 계정 상태의 괴리는 전형적인 사교 분열증 예시로 볼 수 있다.

위챗은 현실에서의 인간관계를 중심으로 한 SNS라 공간이 폐쇄적이고 표현이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위챗 모멘트에 드러나는 링링 허우의 모습은 현실에서의 본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반면에 웨이보는 온라인상에서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 중심으로 교류가 진행되고, ‘화제방(話題棒)’,‘광장(廣場)’ 등의 기능이 갖춰져 있어 보다 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이에 링링 허우는 지인들로부터 필사적으로 자신의 웨이보 아이디를 사수해 온라인에서의 자유를 만끽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링링 허우를 ‘사교 분열증’ 세대로 만들었을까?

36 kr 은 ‘오프라인에서의 유대감 약화’를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과 전례 없는 현대화∙도시화로 인해 링링 허우가 오프라인에서 경험하는 유대감이 점차 약화하고 있다. 직접적이고 가까운 교류보다 매체를 통한 간접적이고 먼 교류에 익숙한 링링 허우에게 ‘사공’의 모습이 보이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고 불가피하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반면에 링링 허우가 온라인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사람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사우(社牛)’의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들이 어릴 때부터 모바일과 영상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링링 허우에게 ‘애인 구함 동영상’은 오프라인의 소개팅이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디어가 인간의 감각이나 사회를 변하게 한다는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의 말처럼, 이들에겐 ‘연애 상대를 찾는 일’ 자체가 동영상이라는 미디어를 통해 온라인에서 가능한 것으로 인식된다. 시청자와 피시청자로 동시에 자란 이들은 카메라를 향해 의심이나 불편함을 표시하는 기성세대와는 다르다. 이들은 오히려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차이나랩 권가영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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