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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경기도 소속은 일제 잔재”…호사카 유지 “서울로 옮겨야”

중앙일보

입력

현재 서울특별시 행정구역 경계도. 빨간 원은 북한산으로 일부 지역이 경기도 고양시에 편입돼 있다. [사진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현재 서울특별시 행정구역 경계도. 빨간 원은 북한산으로 일부 지역이 경기도 고양시에 편입돼 있다. [사진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한국으로 귀화한 일본계 한국인이자 ‘독도 전문가’로 평가받는 호사카 유지(保坂祐二) 세종대 교수가 11일 “북한산의 일부 행정구역이 경기도에 속해 있는 것은 일제의 잔재”라며 “서울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산은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 고양시·양주시·의정부시의 경계에 걸쳐 있다. 북한산 삼대 봉우리로 알려진 백운대와 인수봉 역시 행정구역상 고양시다.

고양시 "행정구역 이전 쉽지 않아"

호사카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북한산 일부가 경기도 내 행정구역에 속해 있는 것에 대해 “원래 북한산 전체는 조선 건국 당시부터 한성부(서울) 소속이었다”며 “일제강점기 일왕이 칙령으로 조선총독부 지방관관제를 선포하고 도시 계획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북한산이 제외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북한산은 서울의 조종산(주산의 근본이 되는 산)이자 한반도의 중악(한국 5대 명산 가운데 중앙에 있는 산)이었다. 한양에 수도를 건설한 조선시대 왕들은 북한산을 국가의 중심으로 삼을 정도였다고 한다. 『고종실록』 43권에는 ‘대한제국의 중악은 삼각산(북한산 원래 이름)’이라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1910년 일제 한일병합과 동시에 ‘경성부 토목사업’이 실행되며 북한산의 ‘적(籍)’이 달라졌다. 당시 일제는 대한제국 수도인 ‘한성부’를 ‘경성부’로 바꿨다. 이후 1914년 도시계획을 입안하는 법률적 토대인 제375호 ‘조선총독부 토목회의관제’에 따라 경성부 면적을 기존 한성부의 5분의 1수준으로 줄였다. 대한제국 수도의 지위·의미를 상실시키기 위한 조처였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때 북한산도 경성부에서 제외돼 경기도 고양군으로 편입됐다는 것이 호사카 교수의 주장이다.

당시 ‘강물’ 중심의 풍수지리에 익숙했던 일제 입장에선 북한산의 의미가 미미했다고 한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은 북한산을 경성부에 소속시켜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었고 오히려 독립운동가나 의병들이 북한산을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치안적 관점에서만 바라봤다”고 지적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독도종합연구소 소장)가 2019년 7월 중앙일보 본사 9층 회의실에서 일본의 대한 경제제재 해법과 대응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호사카 유지 세종대학교 교수(독도종합연구소 소장)가 2019년 7월 중앙일보 본사 9층 회의실에서 일본의 대한 경제제재 해법과 대응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그는 또 “1945년 이후 서울은 원래 한성부 범위로 복원됐으나 북한산 지역 일부가 돌아오지 못했다”며 “일제의 만행을 완전히 청산하기 위해 북한산의 지위와 소속을 (서울로) 원상복귀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고양시 관계자는 호시카 교수의 주장에 대해 “북한산의 ‘1번지’가 고양시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고양시민들이 북한산에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며 “(행정구역을 이전하려면) 주민 합의·법률적 검토 등을 거쳐야 한다. 쉽게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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