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더 차이나 중국읽기

코로나는 중국이 끝나야 끝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국내 코로나 19 상황이 아직은 엄중하지만, 점차 안정화되는 추세로 희망을 갖고 봄을 맞게 된다. 그러나 이제 막 시작인 것 같은 중국 상황을 보자면 전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중국은 우리와 달리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 중이다. 단기적으론 커다란 사회경제적인 대가를 치르지만, 이 같은 희생을 토대로 사회경제를 정상화하는 게 결과적으론 더 적은 비용을 치르는 거란 셈법이 작용한다. 한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중국 사회를 일대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중국 상하이의 시민들이 지난 4일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 이날 중국의 신규 감염자 수는 1만 6412명으로 역대 최고이던 2020년 2월 12일의 1만 5152명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의 시민들이 지난 4일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 이날 중국의 신규 감염자 수는 1만 6412명으로 역대 최고이던 2020년 2월 12일의 1만 5152명을 넘어섰다. [연합뉴스]

중국은 지난 2020년 4월 초 코로나가 대거 폭발한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대한 76일간의 봉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이제까지 약 2년 동안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해왔다. 산발적인 감염 확산이 있었지만 도시 봉쇄→생필품 공급→전수 검사→의료진 대거 투입→대규모 격리 시설 운영을 핵심으로 하는 ‘중국식 방역 모델’에 따라 코로나와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치명률은 낮지만, 전파력은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중국에 잔인한 봄을 선사하고 있다. 3월 들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해 지난 4일 중국의 코로나 신규 감염자는 1만 6412명을 기록해 이전까지 최고이던 2020년 2월 12일의 1만 5152명을 넘어서더니 9일엔 2만 6462명으로 치솟았다. 북부의 지린(吉林)성에서 남부의 광둥(廣東)성, 동부의 산둥(山東)성, 그리고 상하이와 베이징에 이르기까지 중국 31개 성·시·자치구 가운데 28곳에서 감염자가 나오고 있다. 사실상 중국 전역에 퍼진 것이다.

중국은 코로나 발생 지역에 대해선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예외 없이 봉쇄 조치를 시행 중이다. [AP=연합뉴스]

중국은 코로나 발생 지역에 대해선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예외 없이 봉쇄 조치를 시행 중이다. [AP=연합뉴스]

이로 인한 피해는 막심하다. 광둥성 광저우(廣州)에선 박람회장에 왔던 4만 9000여 명이 그대로 봉쇄됐다. 밀접 접촉자가 행사장을 다녀갔다는 이유에서다. 인구 2500만 명의 상하이는 처음엔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도시를 바둑판으로 나눠 봉쇄하는 ‘정밀 방역’에서 이후엔 도시를 양분해 봉쇄하는 ‘순환 봉쇄’, 그리고 지난 5일부터는 아예 도시 전체 봉쇄에 나섰다. 이에 앞서 지린성 창춘(長春)의 900만 시민도 봉쇄에 갇혔다. 중국 곳곳의 도시가 봉쇄에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광둥성 선전(深圳)에선 지난달 20일 봉쇄 조치에 항의하는 주민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쯤 되자 코로나와 함께 하는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요지부동이다.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 번째는 ‘중국 백신의 효력’ 문제다. 미국의 화이자 등에 비해 중국의 시노백 백신 등은 예방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중국산 백신 접종을 믿고 빗장을 풀 수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의료시설 미비다.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높지 않더라도 대규모 감염은 환자 수 급증을 말한다. 이 경우 중국의 의료진과 시설이 따라가지 못해 사망자 폭증을 낳을 수 있다.

중국 상하이의 시민들이 지난 4일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의 시민들이 지난 4일 코로나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초 중국의 한 연구기관은 백신 접종률이 95%에 달해도 중국처럼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한 지역이 인구 이동을 자유롭게 할 경우 1년 안에 2억 3420만 명이 감염되고 200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세 번째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둔 정치적인 문제다. 중국은 이제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적게 발생한 감염자나 사망자 수를 놓고 이를 미국이나 서구에 앞서는 체제의 승리로 선전해 왔다. 이는 오는 가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세 번째로 총서기가 돼야 할 시진핑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업적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코로나 발생 지역에 대해선 예외 없이 봉쇄 정책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게 과거와 같이 또다시 효과를 거뒀으면 좋겠지만, 행여 중국 뜻대로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코로나엔 국경이 없어 중국이 어지러워지면 우리에게도 엄청난 시련이 닥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상황은 세 가지 걱정을 낳는다. 첫 번째는 중국 내 우리 교민의 피해와 중국 내 반한 감정 상승이다. 상하이는 지난달 28일부터 봉쇄에 들어갔다. 기업인과 자영업자, 주재원 등 약 3만 5000여 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다.

중국은 최근 코로나 발생이 해외에서 수입한 의류 등 물품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은 최근 코로나 발생이 해외에서 수입한 의류 등 물품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이들의 생활이 정지된 것이다. 행여 감염자로 확인될 경우엔 시설로 가야 할 수도 있다. 시설은 열악해 중국인도 가기를 꺼린다. 아기도 부모와 떨어져 격리된다. 반려견은 주인이 격리되자 길에서 맞아 죽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몰려 사는 베이징 왕징(望京)에서도 감염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 내 70만 가까운 한인 전체가 봉쇄와 격리 등 공포에 떨어야 하는 것이다. 또 최근 중국 인민일보 산하 건강시보(健康時報)는 랴오닝(遼寧)성과장쑤(江蘇)성, 베이징에서 발생한 코로나가 한국에서 수입한 의류와 관련이 있다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지난달 광둥성 선전에 코로나가 확산하자 중국 네티즌은 앞서 코로나가 유행한 홍콩을 겨냥해 “광둥성이 홍콩 때문에 울고 있다” “홍콩에 대한 식량 공급을 끊자”와 같은 막말을 쏟아냈다. 이번 중국의 코로나 유행이 한국 때문이라는 걸 시사하는 것과 같은 중국 언론의 보도 행태가 중국 내 애국주의와 결합해 또 어떤 형태의 한국 때리기로 나타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중국 언론이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가 확산하는 원인으로 한국에서 수입한 의류를 지목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어 우려된다. [중국 웨이보 캡처]

중국 언론이 최근 중국에서 코로나가 확산하는 원인으로 한국에서 수입한 의류를 지목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어 우려된다. [중국 웨이보 캡처]

두 번째 걱정은 중국 봉쇄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다. 지난해 요소수 사태에서 우리는 중국발 공급망이 흔들릴 때 어떤 충격을 받게 될지 이미 경험했다. 상하이 봉쇄에 따라 테슬라 공장도 멈춰선 상태다. 현대차는 산둥성 협력업체들의 와이어링하니스(전선뭉치) 공장이 지난달 초 문을 닫으면서 제네시스 전기차 생산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중국 곳곳의 도시가 멈춰 서면 이 같은 경제적 충격은 도를 더할 것이다. 교민 보호와 반한 정서, 우리 기업 피해와 관련해선 우리 외교부와 중국주재 공관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세 번째 우려는 코로나가 다시 중국에 유행하면서 또 어떤 다른 변이 바이러스를 만들어낼까 하는 점이다. 중국 매체 펑파이(澎湃)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상하이 인근 장쑤성의 쑤저우(蘇州)에서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한다. 쑤저우코로나합동통제본부는 이번에 확인한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이 이제까지 국제인플루엔자정보공유기구에 보고되지 않은 바이러스라고 밝혔다. 새로운 변이 확인을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중국이라는 너른 땅에서 코로나가 새로운 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특히 중국은 코로나가 처음으로 대거 폭발한 곳이 아닌가. 결국 우리 상황이 나아지더라도 코로나 위기는 중국에서 끝이 나야 제대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코로나 감염 폭증이 야기하는 세 가지 우려 #감염원으로 한국산 의류 지목되며 반한 감정 분출 #중국 도시 봉쇄로 중국발 공급망 교란 상황 야기 #쑤저우에서 새 바이러스 확인되며 변이 출현 가능성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