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택시 승객 급감에도 카카오모빌리티 사상 첫 흑자 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카카오모빌리티(카모)의 매출이 1년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택시·모빌리티 시장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나홀로’ 성과를 냈다. 배경엔 논란의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가 있다.

10일 중앙일보가 확인한 카모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546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2801억원) 대비 95%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은 126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전년에는 1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서울시 택시 이용건수.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서울시 택시 이용건수.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코로나19 확산 이후 2년간 택시·모빌리티 업계는 승객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19년 3억7561만건이던 서울시 택시 이용 건수는 지난해 2억7404만건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서울시 택시 전체 수입도 3조5556억원에서 2조6165억원으로 급감했다. 서울시 택시 대수는 지난해말 기준 7만1718대다. 업계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국내 택시 호출의 90% 이상을 중개하는 카모의 실적은 크게 개선된 것이다.

카모는 택시 호출 외에도 사업 전반에서 실적이 고르게 개선된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회사 관계자는 “택시 외에 대리, 기업간거래(B2B)인 카카오T비즈니스, 주차, 전기 자전거인 카카오T바이크 등에서 고른 매출 증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빌리티 업계에선 카모 자회사 중 케이엠(KM)솔루션의 실적에 주목한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420억원, 당기순익은 99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141억원)은 198%, 당기순익(24억원)은 312% 늘었다.

카카오모빌리티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카카오모빌리티 실적.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KM솔루션은 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의 가맹본부 역할을 한다. 가맹을 맺은 택시 사업자로부터 택시 매출의 20%를 수수료로 받고, 택시 외관 장식 비용 등도 별도로 받는다. 또 0~3000원까지 탄력적으로 적용되는 카카오T블루 호출료도 택시 사업자와 5대 5로 나눈다. 카카오T블루 가맹 택시 수는 2020년 말 1만6000대에서 지난해 말 기준 3만6000대로 2만대 가량 늘었다.

KM솔루션은 카모의 택시 자회사 중 유일한 흑자 회사이기도 하다. 동고택시 등 직영 택시회사 9곳과 이를 관리하는 티제이파트너스까지 모두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10곳의 당기순손실 합산 규모는 약 34억여원이다.

카모 종속기업 20곳 중 흑자를 낸 회사는 KM솔루션과 주차 관련 자회사 마이발렛(당기순익 1억7574만원) 2곳에 불과하다. 카모 관계자는 “KM솔루션이 택시 기사·법인의 영업을 돕기 위해 많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카모의 가맹택시 수수료·호출료 매출 급증이 숫자로 확인되면서 ‘콜 몰아주기’ 논란도 다시 커질 전망이다. 지난 4일 카모가 공개한 ‘카카오T 택시 배차 시스템’에 따르면 승객이 카카오T블루를 호출하면, 콜이 카카오T블루 택시에만 전달된다. 반면 일반택시를 호출하면 인공지능(AI)이 과거 호출 수락률 데이터 등을 보고 수락 가능성이 높은 기사(카카오T블루 포함)에게 콜을 먼저 보낸다.

택시 업계에선 콜을 거절할 수 있는 비가맹택시와 자동 배차 방식인 가맹택시 간에 콜 수락률 차이가 날 수밖에 없어, 좋은 콜이 가맹택시에만 간다고 비판했다. 반면 카모 측은 콜을 더 많이 수락하는 기사에게 승객을 더 연결해주면 배차가 빨리 이뤄진다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모빌리티 관계자는 “카카오 가맹택시의 호출 건수가 많아질수록 매출이 늘어나게 구조를 짜 놓고, 이를 AI 배차로 설명하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심판(플랫폼)이 선수(직영·가맹택시)로 뛰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카모 관계자는 “가맹택시도 법적으로 중형택시라, 일반 택시를 호출한 사용자에게 가맹택시를 배차해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영업이익률이 아직 2%에 불과해 더 성장해야 하는 회사”라며 “매년 100억원씩 총 500억원 기금을 마련해 상생 노력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