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와의’ 표현을 써도 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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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다음 중 적절한 표현을 고르시오.

ㄱ. 중국과의 경기에서 이겼다.
ㄴ. 중국과 경기에서 이겼다.

ㄱ에 나오는 ‘~과의’가 일본식 표현이므로 ‘ㄴ.중국과 경기’가 맞다고 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의’가 일본식 어법에서 온 것은 맞다. 일본식 이중조사인 ‘~との’를 그대로 옮기면 ‘~과의’가 된다. 우리말에선 과거에는 쓰지 않던 표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과의’가 일본식 표현이므로 ‘의’를 빼고 ㄴ처럼 ‘중국과 경기’라고 하면 될까? 그렇지 않다. ‘중국과 경기’는 불완전한 표현이다. ‘중국과 벌인 경기’처럼 서술어를 첨가해야 온전한 말이 된다. 그러다 보면 말이 길어진다.

그렇다 보니 훨씬 간결한 ‘중국과의 경기’ ‘노조와의 협상’ 같은 ‘~과의’ ‘~와의’ 표현이 널리 쓰이고 있다. 간결성을 이길 표현은 없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도 이런 현실을 인정해 ‘~와의’ 표현을 사전에 올렸다. ‘의’의 용법 가운데 ‘저자와의 대화’란 예문을 들어 놓았다. 국어원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사전에 올리기 위해선 전문가들로 구성된 표준어심의위원회 등 여러 단계의 심의를 거친다.

인접 언어는 서로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타 언어의 영향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결정하는 문제는 참으로 어렵다. 일본어의 영향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표준어 선정의 최종 결정기관인 국어원이 사전에 올린 이상 ‘~과의’ 표현을 배척하기는 어려워졌다.

결론적으로 ‘~과의’ ‘~와의’ 표현을 써도 된다.  정 이 표현이 내키지 않는다면 ‘ㄴ. 중국과 경기’가 아니라 ‘중국과 벌인 경기’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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