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국 작「사이코 시대」|대학·일반부 임소월<단국대 국문 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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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땡 삐.
이것이 이 황량한 시대의 한 가운데 내던져진 광인의 별칭이다. 땡 삐, 그는 소외와 경계 속에서 분노를 곱씹으며 자라나, 자신을 광인으로 몰아간 세상에 대해 전면적인 반항을 전개한다. 그의 반항은 특수를 용납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반역이며, 이상을 소거시켜 버린 현실에 대한 파행이다.
작가는 이 시대의 야누스적인 광장 위에「땡 삐」를 던져 놓음으로써, 그의 광기를「규범」외에 대비시킴으로써 오히려 규범으로 포장된 이 시대의 내부에 깃들인 또 다른 광기를 조명한다. 땡 삐를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그를 추방한 이들의 정상'성을 회의한다. 줄거리를 이끌고 나가는 긴박하고 팽팽한 문체를 통해 이 양면은 서로를 부각시킨다.
광기는 전염되고 전염질의 핵은 땡삐이며, 시대적이 단자 일 수밖에 없었던 그가 견고한 일상성에 충격을 가함으로써 우리들의 일상이란 것은 날조된 허구이며 그 가구 밑으로는 엄청난「조리와 혼돈이 출렁이고 있음을 폭로한다. 땡삐의 비정상적인 역동성을 통하여 우리 삶의 정체된「정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의도 속에서, 과연 땡삐의 광기에 대한 진단에는 얼마만한 양심을 전제로 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읽는다.
사실 작품 속에서의 땡삐의 성격은 일관성의 결여를 논할 만큼 다면체 적이다. 그는 특이한 외모를 가졌음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그를 둘러싼 타인들의 구경거리에 불과했으며 그러한 상황은 그에게「공격성」을 자구책으로 배양시킨다.
뿐만 아니라 그는 정신적으로도 세계에 의해 봉쇄 당하는데, 그의 이상은 순수하고 현실에 의해 가공되지 않은 것이었으므로 허무맹랑하고 현실 감각을 결한 것으로 매도된다. 그래서 그는「땡삐」로 불려진다.「땡삐」라는 별칭은 사회가 그에게 선고한 배타와 격 이의 꼬리표였다. 세계는 그에게 등을 돌렸고 그의 민족통일에 관한 포부는 현실의 규격에 어긋났으므로 부적격 판정을 받는다.
그의 광기를 목격해 온 여러 부류의 관계 중 나의 주목을 끈 것은「현세」와「만재」라는 두 인물인데 그들은 어릴 때부터 땡삐와 함께 자라난 동향 친구로서 유년의 한 지점에서 갈라져 나온 다른 전형들이다. 특히 현세는 땡삐와 처남·매형의 관계를 갖게 됨으로써 땡삐와는 피할 수 없는「마주보기」를 계속하게 된다.
현세는 피상적으로 볼 때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피해자 의식을 갖고 있는 듯하다. 물질적·정신적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속수무책으로 땡삐에게 당하기만 할 뿐이다.
현세는 땡삐에 대해 개중 휴머니즘을 발휘했으나, 그것은 지극히 한계가 빤한 용량밖에는 될 수 없었다. 올바른 사회인 노릇을 해내는 현세로서는 그 정도의 인내심이 최대치였던 것이다.
한편 만재는 가장 교활하고 타락한 인간으로 비인간적인 출세주의와 쾌락에 탐닉해 있는데 아이로닉 하게도 사회는 이러한 인간을 성공적인 합격품으로 대접한다는 것이다.
절망으로 문이 닫히는 이 소설이 다시 열리는 지평을 획득하는 것은 왜곡된 비전을 제시함 없이 솔직한 절망과 궤멸을 통하여 감추어졌던 시대의 진실을 감지하게 하는 그 힘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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