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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라와 3골차...손흥민 亞 첫 EPL 득점왕 보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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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애스턴 빌라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토트넘 손흥민. [AP=연합뉴스]

애스턴 빌라전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한 토트넘 손흥민. [AP=연합뉴스]

아시아인 최초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가능성. 꿈 같던 일을 손흥민(30·토트넘)이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다.

손흥민은 10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빌라 파크에서 열린 2021~22시즌 EPL 3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3골을 몰아쳐 4-0 대승을 이끌었다. 2020년 9월 사우샘프턴전(4골)에 이어 개인 두 번째 EPL 해트트릭이자, 프로 통산 5번째 해트트릭이다.

손흥민 해트트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손흥민 해트트릭.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손흥민은 경기 후 그라운드에서 팀 동료 에메르송 로얄,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와 춤을 추며 기뻐했다. ‘스마일 가이’ 손흥민은 해트트릭을 기록한 매치볼을 직접 챙겨가며 환하게 웃었다.

리그 15, 16, 17호골을 뽑아내 리그 단독 득점 2위로 올라선 손흥민은 ‘득점 선두’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20골)를 3골 차로 추격했다. 6골 차이를 단숨에 3골 차로 좁혔다. 손흥민은 올 시즌 페널티킥을 제외하면 EPL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다. 손흥민은 순수하게 필드골로만 17골을 터트린 반면, 살라는 필드골 15골에 추가로 페널티킥으로 5골을 넣었다.

살라는 리그 뿐만 아니라 유럽 챔피언스리그와 FA(축구협회)컵까지 치러야 한다. 리그만 7경기 남겨둬 집중할 수 있는 손흥민은 득점왕 경쟁을 해볼 만하다. 손흥민은 최근 3경기 연속골, 3경기에서 6골을 몰아칠 만큼 기세가 좋다. 이날 유효슈팅 3개를 3골로 연결하는 ‘3샷 3킬’을 선보였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흥민이 매치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토트넘 인스타그램]

해트트릭을 기록한 손흥민이 매치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토트넘 인스타그램]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은 후반 33분 손흥민을 벤치로 불러들여 격하게 안아주며 볼에 뽀뽀를 했다. 손흥민에게 박한 평가를 내리기로 유명한 영국 매체 이브닝스탠다드의 댄 킬패트릭 기자도 손흥민에게 평점 10점 만점을 줬다. 적장인 애스턴 빌라의 스티븐 제라드 감독은 “토트넘에는 2명의 월드클래스 선수(손흥민과 케인)가 있고, 클루셉스키도 잠재적으로 톱 레벨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콘테 감독이 손흥민을 격하게 안아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콘테 감독이 손흥민을 격하게 안아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토트넘 3-4-2-1 포메이션에서 손흥민과 데얀 클루셉스키(22·스웨덴)가 2선 공격수, 해리 케인(29·잉글랜드)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손흥민(Son)-케인(Kane)-클루셉스키(Kulusevski) 토트넘 공격 3인방 이름 첫 글자를 딴 ‘SKK 트리오’가 폭발했다. 이날 손흥민이 3골, 케인이 2도움, 클루셉스키가 1골-1도움을 기록하는 등 셋이 공격 포인트를 7개나 올렸다.

토트넘 ‘SKK 트리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토트넘 ‘SKK 트리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SKK 삼각편대’가 연계 플레이를 펼쳤다. 킥오프 3분 만에 케인의 슛이 상대 선수 맞고 흐른 공을 손흥민이 벼락 같은 왼발 논스톱슛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2-0으로 앞선 후반 21분 케인의 헤딩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폭풍질주 후 골키퍼 일대일 찬스를 왼발로 마무리했다. ‘전생에 부부’라는 말까지 듣는 ‘손-케 듀오’가 40번째 골을 합작했다. 5분 뒤 클루셉스키의 방향을 바꾸는 컷백을 손흥민이 이번에는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앞서 토트넘 골키퍼 위고 요리스의 선방쇼로 전반전을 1-0으로 마친 가운데, 후반 5분 케인의 헤딩 패스를 받은 클루셉스키가 상대 가랑이를 뚫는 절묘한 슛으로 팀의 2번째 골을 뽑아냈다.

영국 매체 이브닝스탠다드는 “손흥민-케인-클루셉스키는 가장 위험한 트리오”라고 평가했다. 토트넘 주전 오른쪽 윙어였던 루카스 모우라(브라질)는 드리블 돌파가 좋지만 마무리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모우라와 스티븐 베르바인을 벤치로 밀어낸 클루셉스키는 볼을 잘 뺏기지 않고 센스도 있다. 이날 손흥민의 두 번째 골 장면에서 케인이 하프라인 인근에서 헤딩 패스를 내주는 과정에서, 클루셉스키가 전방을 향해 돌진해 상대 수비의 혼란을 야기 시켰다. 손흥민 해트트릭 완성을 도운 클루셉스키의 침착한 컷백도 일품이었다.

손흥민(오른쪽)이 클루셉스키(가운데)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오른쪽)이 클루셉스키(가운데)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9년까지 토트넘에는 델리 알리(D)-에릭센(E)-손흥민(S)-케인(K) 등 공격 4인방 이름 첫 글자를 딴 ‘DESK 라인’이 있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알리가 떠나며 해체됐고 이후 손흥민과 케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지난 겨울 클루셉스키가 가세하면서, 케인의 찬스 메이킹 선택지도 늘고 토트넘 득점도 다변화됐다. 공격 삼총사가 토트넘 진영부터 상대 진영까지 쏜살같이 달린다.

지난 2월 유벤투스(이탈리아)를 떠나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클루셉스키는 ‘복덩이’다. 2월20일 맨체스터시티전 1골-1도움을 포함해 두달 만에 11경기에서 9골(3골-6도움)에 기여했다. 클루셉스키가 토트넘에 가세한 뒤 손흥민은 9골-3도움, 케인은 7골-6도움을 올렸다.

토트넘 복덩이 클루셉스키(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토트넘 복덩이 클루셉스키(가운데). [로이터=연합뉴스]

2022년 EPL 전체 최다 공격포인트 1~3위가 케인(15개), 손흥민(13개), 클루셉스키(9개)다. 올해만 놓고 보면 리그 최다득점팀이 토트넘(34골)이다. 클루셉스키를 18개월간 임대 영입한 토트넘은 올여름 이적료 3000만 유로(400억원)을 지불하고 완전 영입 옵션을 발동하려 한다.

손흥민 득점왕 도전에 클루셉스키가 조력자가 될 수 있다. 한국 축구팬들도 클루셉스키를 ‘셉셉이’라 부르며 호감을 표시하고 있다. 4연승을 달린 토트넘은 다음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행 마지노선인 4위(승점57·18승3무10패)를 수성했다. 한 경기를 덜 치른 5위 아스널과 승점 3점 차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9일 에버턴에 0-1로 져 7위(승점51)에 그친 점도 토트넘에 호재다.


▶EPL 득점왕 노리는 손흥민

득점: 2021~22시즌 17골
득점 페이스: 3경기 연속골 및 6골 몰아치기
해트트릭: EPL 2번째(2020년 9월 사우샘프턴전 등 프로 통산 5번째)
득점 순위: 2위, 리버풀 살라(20골)와 3골차
페널티킥 제외 득점: 1위. 살라는 페널티킥 빼면 15골
킹 오브 더 매치: 시즌 11회, 살라(12회) 이어 2위
EPL 통산 득점: 225경기 87골(44위 베르캄프와 동률)

▶토트넘 ‘S-K-K 트리오’
손흥민: 9골-3도움
케인: 7골-6도움
클루셉스키: 3골-6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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