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통판사’ 천종호 “‘소년심판’의 모티브…이 말 못 쓰게 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4.08 18:00

“안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


8년 전 천종호(57)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당시 창원지법 소년부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소년범의 읍소를 매몰차게 거절했다. 추상같은 이 말 한마디는 그에게 ‘호통 판사’란 별명을 안겨줬다. 하지만 천 판사는 “신성한 법정에서 체통 없이 호통친 게” 그리 기분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천종호(57)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천종호(57)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소년범의 대부’로 불리는 천 판사는 지난 2010년부터 8년간 소년범들을 숱하게 만났다. 인간 본성에 좌절했을 법도 하지만, “낙천적인 성격이라 좌절하지 않았다”고 했다. 성악설과 성선설 그 중간 어디쯤을 믿는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에 문제를 제기하며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길이 뭔지 고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하려는 것 아니냐’란 의심도 많았지만, 그는 “정치 욕심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지지를 못 받는 아이들을 위해 ‘호통 판사’ 유명세를 쓰겠다”고도 했다.

[보이스]

천 판사는 올해 초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이 흥행하면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천 판사를 섞어놓은 듯한 주인공 캐릭터들이 화제였다. 실제로 수년 전부터 드라마 제작 자문에 응해 취재에 도움을 줬다고 한다. 언론은 대대적으로 “천종호 판사가 ‘소년심판’의 모티브가 됐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천 판사는 “넷플릭스와 제작사 측에선 내 책 띠지에 ‘드라마 ‘소년심판’의 모티브가 된 천종호 판사’라는 표현을 쓰는 걸 허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드라마 ‘소년심판’ 모티브…“이 말 못 쓰게 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캐릭터들과 닮았다. 자문에 응한 건가.  
2018년 3월,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제작진이 부산에 찾아와 ‘소년심판’ 드라마 제작 관련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 후로 SNS·이메일로도 가끔 자문해 답했다. 2019년엔 청소년회복센터 소개 요청도 들어줬다. 그 후 제작진과는 소식이 끊겼는데, 지난해 3월 초, 창원지법 동료 판사에 연락이 왔다. “제작진이 드라마 제작 관련해 네 도움을 받았다”며 “공문 없이 네 이름을 언급하며 창원지법 청사 촬영을 요청했다”는 거다. 난 그 일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 당시 부산지법 근무할 땐데, 다른 청사 촬영 여부를 왜 내가 개입하나. 월권 아닌가. 그래서 “그런 적 없다”고 전했고, 바로 제작사에 연락해 “왜 정식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름을 언급하며 촬영 요청을 하느냐”고 물었다. 제작진에게 “실수다. 사과한다. 책과 인터뷰 내용이 대본에 인용되는 일이 없을 테니 안심하라”고 연락이 와서 그 일은 그냥 넘어갔다.
드라마 자문에 응했지만, 감정이 상했을 법한데
당시 제작진이 내게 “자문을 받았다”고 말한 걸 보면, 내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드라마에 쓰일 가능성이 높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 일이 발생한 뒤 드라마 제작진에게 “책 내용 인용, 캐릭터 활용, 자문 사실을 밝히지 말라”고 했다. 내 캐릭터와 재판 경험이 드라마에 안 쓰이면 나와 관계가 없지 않나. 이런 상황에서 내가 드라마 자문했다고 알려지면, 그간 해온 주장이 드라마 내용과 배치될 수 있어서였다. 그런데 올해 드라마가 방영되고, 모든 언론에서 ‘천종호 판사가 드라마 ‘소년심판’의 모티브’라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드라마를) 확인해보니, 책 내용을 쓴 건 없는데, 캐릭터가 많이 쓰였다. 내 별명이 ‘천10호’인데, 김혜수 씨(극 중 심은석) 별명이 ‘10은석’으로 나왔다. 또 소년재판이 ‘3분 재판’이라 “개선해야 한다”고 늘 주장했는데, 드라마에선 “고작 3분이었습니다. 재판받으러 와서 처분까지 걸리는 시간이”라는 대사가 나왔다. 다른 판사들은 이런 말을 안 한다. 또 드라마 4~5화에 ‘청소년회복센터’ 아이들 집단이탈 사건이 나온다. 이 내용은 개인적이고 특수한 경험이라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건데, 드라마에 활용됐다. 애초에 ‘청소년회복센터’라는 말도 사법부 공식 용어가 아니다. 내가 만든 용어인데, 그대로 쓰였다. 별명 활용이나 ‘청소년회복센터’ 용어 사용은 그렇다 쳐도, 4~5화 에피소드에 개인적 경험이 차용돼 각색된 건 문제였다. 하지만 이를 문제 삼기보단 기왕 일이 벌어진 거, “내 책 띠지에 ‘넷플릭스 ‘소년심판’의 모티브가 된 판사가 쓴 책’이란 문구를 한 줄 넣겠다”고 제작사 측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천종호 판사는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자문에 응했지만 '소년심판'의 모티브라는 말을 자신의 책 띠지에 사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 넷플릭스

천종호 판사는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 자문에 응했지만 '소년심판'의 모티브라는 말을 자신의 책 띠지에 사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와 제작사 입장은 뭔가.
제작사는 사과 편지를 보냈지만, 넷플릭스와 연결해주진 않았다. 연락처도 안 알려줬다. 괜히 이런 일로 물의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 금전적 보상을 원한 것도 아니다. 기부를 위한 책 판매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홍보 문구(띠지) 한 줄을 넣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제작사는 내게 “넷플릭스에서 못 쓰게 한다”고 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제작사 측은 “제작 과정에서 천 판사 도움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약 50~60명의 전문가를 취재해 드라마를 만들었기 때문에 한 개인이 드라마의 모티브가 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넷플릭스 ‘소년심판’ 드라마 관계자는 “천 판사가 드라마의 모티브가 됐는지 여부는 넷플릭스가 판단할 입장이 아니”라며 “천 판사의 책이 드라마와 원작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이상, 넷플릭스는 그 상표 및 작품을 이용한 띠지 등의 출판사 홍보를 승인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용을 불허한 것”이라고 했다.

“소년범들 엄하게 처벌…해코지 협박은 없었다”

8년 사이, 소년 범죄는 대체로 줄었다.  
교정 정책 덕이 아니다. 저출산 때문에 소년사건 수가 절반으로 줄었다. 2010년 소년사건 수가 약 10만 건이었는데, 작년에 약 6만 건으로 줄었다.
교정 정책 효과가 없었다고 생각한 이유는.
10년 사이 관련 정책이 그대로다. 여전히 소년교도소와 독립된 소년분류심사원이 각각 전국에 한 개다. 10년 동안 소년범 처우 개선 노력했지만, 아이들에 대한 혐오감은 날로 높아간다.
소년심판. 사진 넷플릭스

소년심판. 사진 넷플릭스

소년 강력범죄는 늘었나.
통계를 보면 큰 비율 변화는 없다. 전체 소년사건 중 흉악범 1%, 흉악범 포함한 강력범 5%, 나머지가 95%다. 큰 차이 없이 유지되고 있다. 다만 ‘촉법소년’(10~14세 미만) 강력범죄 비율은 늘었다. 상대적으로 ‘범죄소년’(14~19세 미만) 강력범죄 비율은 줄었단 뜻이기도 하다. 촉법소년 시기를 잘 넘기면, 범죄소년 시기 강력범죄는 훨씬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일찍부터 아이들에게 낙인을 찍는 게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8년간 소년범들 봤다. 교화된 비율은.
통계가 없다. 우린 선진국처럼 장기 추적·관찰을 안 한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다. 재비행하면 법원에서 연락이 온다. 또 교화되면 아이들은 과거 일을 노출 시키길 꺼린다. 한국 사회가 이에 대한 비난이 심하지 않나. 내가 재판한 여학생 결혼식이 있었는데, 오지 말라더라. 화환도 거절당했다.
‘10호 처분’을 많이 내려서 ‘천10호’라는 별명도 생겼는데, 불만은 없던가.
해코지하겠다는 아이를 단 한 명도 못 봤다. 겁도 안 난다. ‘불만’이란 아이들도 나중엔 “엄하게 처벌해줘서 도움됐다”고 한다. 큰아들이 해병대를 갔는데, 내무반에서 나한테 ‘10호 처분’(6개월~2년 장기 소년원 보호처분) 받은 선임을 만났다더라. 해코지 안 하고 잘해줬다고 하더라. 소년범들 멀리 있는 것 같지만 결국 ‘큰 바다’에 가면 다 만난다.
천 판사는 2008년 이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호통 판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SBS '학교의 눈물' 캡쳐.

천 판사는 2008년 이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호통 판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SBS '학교의 눈물' 캡쳐.

소년범죄, 주범은 교육·경제 양극화  

소년범들의 공통된 문제는.
소년범죄 가장 큰 원인은 ‘꿈을 잃은 것’이다. 중학교 들어가면 성적 경쟁이 시작되고 양극화가 일어난다. 낙오된 아이들은 학교가 낯설다. 부모 경제력도 안 좋아서 수업 끝나면 친구들끼리 의리 지킨다고 비행한다. 비주류와 주류 문화가 있다. 이건 도저히 안 섞인다. 비주류는 할 게 없다. 결국 술·담배하고 길거리 폭주하고 배회하다 사고 친다. 기본적인 문화 경험도 없다. 누가 아르바이트시켜준다 해도 겁이 나서 못 가는 애들이 대부분이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건 남자애들은 배달, 여자는 대부분 성매매로 빠진다.
이게 환경 탓만은 아니지 않나.
환경 문제도 크지만, 비뚤어진 성품도 큰 문제다. 근데 이 성품도 결국 교육과정·환경에서 비롯된다. 당장 환경 고쳐준다고 개선되지도 않는다. 아는 분이 부산에서 자동차 부품회사 하는데, 아이들에게 꿈을 주자며 소년범들 6명을 정식 채용했는데, 전부 6개월을 못 버텼다.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망가진 성품 때문에 인내심과 사회성이 떨어지면서 심리적 문제를 안게 된다. 성품과 환경 개선을 병행해야 교정 효과가 있다.
환경개선 말하면 ‘가해자 인권 우선이냐’란 비판 나온다.
그게 참 답답하다. 좋은 환경 주고 교정하자는 목적은 ‘재비행 방지’다. 새로운 피해자를 막겠다는 데 있다. 다들 눈앞에 벌어진 사건만 보지, 그 뒤를 안 본다.
소년범 재범률이 성인 범죄의 약 2배다. 납득 못 할 수도 있다.
환경이 안 바뀌니 재비행을 할 수밖에 없다. 필요한 걸 누군가 채워주거나, 벗어날 정신력을 길러줘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13살 소년을 24살 조폭과 한방에 넣는 게 맞나”

최근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 많다. 
두 가지를 봐야 한다. 연령을 낮추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12~13세로 낮출 객관적 기준이 없다. ‘결국 몇 살까지 낮출 것인가’란 문제가 있다. 한 살 내렸는데, 그들이 ‘촉법소년’을 악용해서 흉악범죄 저지르면 또 11세로 내리나. 하염없이 몇살까지 낮출 수 있나.
상한 연령 14세는 기준이 있나. 
많은 나라가 14세로 정해서다. 이것도 생물학적·과학적 근거는 없다. 결국 ‘촉법소년’ 연령 문제는 그 시대·국가 사정 따라 정해진다. 폭넓은 의견수렴이 필요한 이유다.
하향 여론 많은데, 반대하는 이유는. 
근거가 부족해 반대하지만, 많은 국민이 낮추자면 반대할 생각 없다. 그럴 수도 없고. 또 다른 문제는 혐오 확산이다. 보통 소년범 혐오 이유는 강력·흉악범죄 때문인데, 나머지 95%가 도매금으로 넘어가서 처우 개선이 전혀 안 된다. 환경 바꿔주면 교화될 아이들이 많은데, 우리 사회가 그런 기회를 주는 구조도 아니다. 이런 걸 그대로 두는 게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 정의가 아니지 않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촉법소년의 엄중 처벌 청원글.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촉법소년의 엄중 처벌 청원글.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소년범 걱정 많아 보이는데, 정작 본인은 소년범에게 엄벌을 내린다. 
엄벌주의는 아니고, 엄정하게 하자는 거다. 그런 처벌 이후엔 절대로 전과자로 낙인찍지 말자는 거다. ‘천10호’ 별명 얻은 것도, 전국 소년부 판사 중에 가장 무겁게 내려서다. 그걸로 위에서 지적도 받고, 경고도 받았다. 촉법소년이 강력범죄 저지르면, 소년원 송치 2년이 가장 무거운 벌인데, 국민들처럼 나도 못 받아들인다. 더 늘려야 한다고 본다.
연령 하향, ‘촉법’ 악용 가능성은 줄지 않을까.
실제 해봐야 할 문제다. 연구 결과가 없다. 뭐라 말할 수가 없다. 2008년에 ‘촉법소년’ 하한 연령을 만12세에서 10세로 내렸다. 그때 사건이 폭증했다. 만약 연령 하향되면, ‘촉법소년’에서 벗어난 아이들이 어른들처럼 정식재판 절차 거친다. 관련된 아이들이 줄줄이 법정에 선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문제가 파생된다. 내리더라도 그 후에 벌어질 일에 대해 충분한 대책을 세운 뒤 내려야 한다. 또 하나, 만 12세로 낮추면, 13살도 소년교도소를 가는데 이게 전국에 1개다. 거긴 24살짜리 조폭도 있다. 13살 아이가 24살 조폭과 한방을 쓰는 건 교화에 바람직할까. 교도소부터 늘려야 한다. 12~15세, 15~18세 연령별로 따로 생활해야 한다. 또 여자아이들 위한 소년교도소는 아예 없다. 여자아이들은 성인들과 생활한다. 징역 1년 6개월 선고한 여자애가 임신한 상태로 재판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아이는 교도소에서 아이를 낳았다. 1살짜리 애가 엄마와 1년 반을 교도소에서 살았다. 교화에 도움이 될까. 국민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시설 확충도 같이하자는 거다. 장애인 시설조차 우리 동네에 못 짓게 하는 게 우리나라인데, 소년교도소를 어디에 짓겠나. 여자소년원도 2개다. 전국에서 50% 확률로 여자아이들이 거기서 또 만나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소년심판'. 사진 넷플릭스

'소년심판'. 사진 넷플릭스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 판사도 진심은 모른다”

‘처벌 강화’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온다. 
범죄에 비례한 처벌, 그런 처벌이 없다면 피해자는 어떡하느냐란 문제가 늘 제기된다. 세 가지로 접근해야 한다. 범죄에 걸맞은 처분,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 그리고 피해자의 100% 회복이다. 근데 어떤 경우에도 100% 회복이 안 된다. 예를 들어 한 아이가 범죄로 죽었다면 유가족이 그 죽음을 100% 회복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 엄벌 요구가 피해자를 위한 것이라는데, 결국 셋 중 하나만 충족되는 일이다. 또 가해자가 사과해야 하는데, 엄벌하면 사과를 하겠나.
처벌이 세면, 진정한 사과를 안 하나. 
진정성을 어떻게 판단할 건가. 8년간 재판했지만, 진정성을 판단할 방법이 없다. ‘할리우드 액션’도 많다. 그 내면세계를 정교하게 측정할 수 없다. 진정한 사과를 해도 피해자가 만족 못 한 경우도 많다. 반대로 3자가 봤을 때 진정한 사과였는데, 돌아서면 철없이 웃는다. 진정한 사과란 게 법정 바깥과 어떻게 연결돼야지 그 진심을 보여줄 수 있을까. 평생 가해자만 쫓아다닐 수도 없지 않나. 피해자가 결국 만족해야 하는데, 전 세계적으로 아무리 높은 처분을 내리고 사과해도 피해자는 만족 못 한다. 부산여중생 폭행사건 예를 들자. 그때 국민들이 ‘가해자 엄벌’ 요구하며 ‘소년법 폐지’ 여론이 들끓었다. 근데 그 후에 국민이 그 피해자 학생을 위해 한 게 뭐가 있나. 전 국민 중에 단 한명도 그 아이를 돕자고 한 사람이 없다. 그 학생은 결국 비슷한 처지에서 아등바등하다 고등학교에 갔지만, 비주류 아이들과 섞여 결국 자퇴했다. 그 아이는 그런 환경을 벗어나고 싶어했다. 누군가 과외라도 해줬으면 그 학교에 안 갔을 것이고 자퇴도 안 했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처벌만 세게 하라면 사과도 못 받게 한다. 그것마저 안되면 피해자를 품고 ‘범죄피해자구조법’을 활성화하든지 해야 하는데 안 하지 않나.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CCTV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CCTV

“소년교도소 전국 1개…끼리끼리 다 연결된다” 

소년교도소 전국에 1개, 수용률 100% 넘는다. 
공간이 좁으면 서로 부딪힌다. 교정학자들은 “정원의 약 70%가 교정에 좋다”고 말한다.
독립된 ‘소년분류심사원’도 전국에 한 개다. 확충 안 하는 이유는.
아무리 시설 확충 얘기해도 님비(NIMBY)현상 때문에 시설 부지 찾기가 어렵다. 정책 담당자들도 의지가 없다. 소년사건에서 소년분류심사원이 구치소 역할을 하는데, 안양에 하나밖에 없다. 서울·경기 지역 아이들이 다 섞여서 네트워크를 만든다. 부산·울산·경남에도 하나다. 정식기관도 아니다. 소년원 옆 방 빌려서 대행한다. 대구·경북 지역, 광주에도 1개다. 부산·울산·경남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다 안다. 그래서 소년재판할 때, 염두에 둘 게 이 그룹을 깨는 거다. 계보가 있다. 자기들끼리는 다 안다. 그래서 어느 아이를 법정에 부르고 싶다 하면, 한 다리 건너면 다 연결된다. 자기들끼리 페북으로 “야 빨리 법정에 가라” 이런 말도 한다.

“중범죄, 소년원 2년 짧다” 

10호 처분, “2년도 짧다”고 주장했다.
촉법소년 연령 낮추는 것보다 소년원 송치 기간을 늘려야 한다. 일본은 소년원 송치 기간 제한이 없다. 제대로 교육됐다 싶을 때 임시퇴원시킨다. 그래서 일본에선 임시퇴원제도가 도움된다. 12살에 소년원 들어가서 18~19살까지, 적어도 6년을 산다. 중간 평가로 교화 여부가 판단된다. 우린 그게 아니라 과밀화, 직원부족 등의 이유로 임시퇴원제도를 운용한다. 모두 악용하는 건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도 충분하다.
촉법소년 SNS 인증샷. 페이스북 캡처

촉법소년 SNS 인증샷. 페이스북 캡처

그래서 소년원 ‘임시퇴원제도’ 폐지 주장도 나온다.
우린 ‘10호 처분’ 받고 2년 선고하면 2년 다 채우는 애들이 잘 없다. 어차피 24개월 살 건데, 뭐하러 소년원 선생님들 말 듣겠나. 대신 임시 퇴원 제도, 상점제도가 있어서 일정 점수가 되면 임시퇴원을 신청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선생님이 보이면 호주머니에 휴지 넣고 있다가 오기 전에 떨어뜨려 놓고, 선생님이 볼 때 줍고 상점 받는다. 진정한 평가가 안 된다. 그런데 소년원 직원 수가 부족하니 이렇게라도 안 하면 소년원 유지가 안 된다. 소년원 선생님들이 너무 고생하셔서 이런 이야기를 되도록 잘 안 한다.
소년범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범죄에 비례한 처분이 정의 원칙상 맞다. 그러나 어떤 조치를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피해자를 막을 수 있다. 엄중한 처벌도 필요하다. 진심 어린 사죄의 길도 열어놔야 한다. 또 회복될 수 없는 피해는 국민이 함께 짊어져야 한다. 우리가 좋은 어른이 될 수 있는 길이 뭔지, 그들이 다시 좋은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고민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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