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추락 순직 '결혼 앞둔 경장'·'베테랑 부기장' 부산에 주검 안치

중앙일보

입력 2022.04.08 16:30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남해해경청 부산항공대 소속 황현준 경장과 정두환 경위의 주검이 8일 오후 2시 50분쯤 부산에 도착했다. 사진 남해해경청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남해해경청 부산항공대 소속 황현준 경장과 정두환 경위의 주검이 8일 오후 2시 50분쯤 부산에 도착했다. 사진 남해해경청

“아들이 내년에 결혼한다며 들떠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황망하게 간답니까….”

8일 새벽 제주 해역에서 추락한 헬기에 탑승했다가 순직한 황현준(27) 경장의 아버지는 눈물을 쏟아내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추락 사고로 헬기에 타고 있던 황 경장과 부기장 정두환(51) 경위가 순직하고, 기장 최모(46) 경감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정비사인 차모(42) 경장은 실종 상태다.

8일 발생한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남해해경청 부산항공대 소속 황현준 경장. 사진 남해해경청

8일 발생한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남해해경청 부산항공대 소속 황현준 경장. 사진 남해해경청

전탐사 황 경장, 교관으로도 활동
황 경장은 해군 부사관으로 복무하다 2019년 6월 해경이 된 후 부산항공대에서 헬기의 레이더 등을 담당하는 전탐사로 일했다. 해군 전탐사와 항공 전탐사의 경험을 토대로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항공 임무의 이해’ 교관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황 경장 아버지는 “위험한 근무라는 것을 알았지만, 아들이 사명감을 느끼고 일을 해왔기에 대견하게 생각해왔다”며 “성실했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듬직한 아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들이 오랫동안 만난 여자친구와 내년에 결혼해서 빨리 자리를 잡고 싶어 했다”며 “날짜를 잡지는 않았지만, 두 집안 모두 그렇게 알았는데 이렇게 갑자기 일이 터졌다”며 오열했다.

순직한 부기장 정두환 경위는 헬기 비행시간이 3155시간에 달하는 베테랑 조종사였다. 사고 헬기인 S-92 기종도 328시간 비행했다. 남해해경청 관계자는 “정 경위는 동료 심리치료자격을 획득하고 사혈 요법 등을 활용해 승무원과의 소통과 화합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왔다”며 “평소 책임감이 강해서 항공구조 임무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늘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고 말했다.

부기장 정 경위, 베테랑 조종사
정 경위는 지난해 10월 부산 남형제도와 경남 통영에서 선박 침몰 사고가 났을 때도 큰 공로를 세웠다. 당시 기상 악조건을 뚫고 구출 임무를 수행한 끝에 두 선박에서 모두 21명을 구조해냈다.

실종된 차 경장은 2014년부터 해경에서 정비사로 일하며 맡은 바 임무를 묵묵히 다했다고 한다. 중상을 입고 구조된 기장 최 경감은 현재 제주도 내 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마쳤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남해해경청 관계자는 “최 경감은 3155시간 비행 기록과 교관 자격증이 있는 숙련된 조종사”라며 “정확한 사고 경위는 추후 최 경감 진술과 블랙박스 분석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8일 발생한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남해해경청 부산항공대 소속 정두환 경위. 사진 남해해경청

8일 발생한 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남해해경청 부산항공대 소속 정두환 경위. 사진 남해해경청

8일 부산시민장례식장 안치…실종자 수색 중

순직한 정 경위와 황 경장의 시신은 이날 오후 3시 20분쯤 부산시민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빈소는 마련되지만, 장례와 관련된 절차는 정해지지 않았다. 남해해경청 관계자는 “정비사인 차 경장이 실종된 상태라서 장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경은 경비함정 7척과 해군 군함·해수부 어업지도선 6척, 민간어선 4척을 동원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이번 사고는 8일 오전 1시32분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도 남서쪽 370㎞ 바다 위에서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항공대 소속 헬기(S-92)가 추락하면서 발생했다.

S-92 헬기는 지난 7일 대만 해역에서 조난 신고가 접수된 교토 1호를 수색하기 위한 중앙해양특수구조단 구조대원 6명을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경비함정 3012함에 내려주기 위해 7일 오후 9시5분께 김해공항을 이륙했다.

다음날인 8일 오전 0시53분 경비함정 3012함에 구조대원 6명을 내려준 뒤 이날 오전 1시30분께 제주공항으로 이동하려고 함정에서 이륙했으나 30~40초 만에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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