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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올라 모두 죽쑤는데…고려아연·LS니꼬동은 웃는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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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니꼬동제련 온산제련소에서 구릿물을 주조 틀에 부어 정제조동을 만드는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LS니꼬동제련]

LS니꼬동제련 온산제련소에서 구릿물을 주조 틀에 부어 정제조동을 만드는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LS니꼬동제련]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기업들의 원가 고민이 깊어진 가운데 제련업체들이 남몰래 웃고 있다. 구리·아연 등 비철금속뿐만 아니라 제련 부산물 가격까지 올라 수익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가격 오름세가 장기화하면 원가 부담, 수요 감소 같은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코로나 이후 구리 가격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 이후 구리 가격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격 상승 이어가는 구리·아연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광산 조업이 차질을 빚으며 최근 2년 새 구리·아연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부터 미국·중국을 중심으로 설비 투자가 확대되고, 수요가 폭등했지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는 치솟던 구리·아연 값에 또 한 번 불을 지폈다.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중단되자 전력요금이 부담스러운 유럽 제련소들이 가동률을 낮췄고,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비철금속 공급난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는 t당 1만426달러, 아연은 4310달러에 거래됐다. 1년 전과 비교해 구리(8768달러)는 19%, 아연(2813.5달러)은 53% 올랐다. 제련업계 관계자는 “유럽 제련소가 생산량을 줄이면서 국제 비철금속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며 “금·은·백금·팔라듐 등 제련 부산물의 가격도 함께 뛰었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아연 가격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 이후 아연 가격 추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비철금속 기업엔 ‘호재’ 

이는 비철금속을 생산·가공하는 기업에 호재로 작용했다. 국내에서는 LS니꼬동제련이 구리를 전기분해해 순도를 높인 전기동을, 고려아연이 아연·납 등 비철금속을 생산하고 있다. 풍산은 전기동으로 금속판·동전 등을 가공하며, LS전선·대한전선 등은 전선을 만든다.

원료값이 오르는데 비철금속 가공업체의 수익성이 개선되는 건, 원재료 매입가가 오르면 이들 제품의 판매가격도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풍산의 경우 미리 사둔 구리 가격이 오르게 되면 원재료 매입가 대비 제품 가격이 상승해 마진이 좋아진다.

실제로 제련업계는 실적 고공행진 중이다. 유안타증권은 풍산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8760억원, 420억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8%, 33% 늘어난 것이다. 풍산은 지난해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32% 오른 2조5560억원, 영업이익은 144% 증가한 2338억원이었다. 신한금융투자는 고려아연의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8% 늘어난 1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3.3% 증가한 2402억원으로 예상했다.

전선 업체들도 수익성이 개선됐다. 공급 계약 때 판매 가격과 핵심 원자재인 구리 가격을 연동하는 ‘에스컬레이션 조항’을 두고 있어서다. 지난해 LS전선의 매출은 4조135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늘었고, 대한전선의 매출은 1조8612억원으로 29%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의 경우 실적 상승 기대감에 주가가 ‘우상향’하고 있다.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고려아연은 전날보다 4.3% 오른 63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40만원대였던 주가가 1년 새 50% 넘게 뛰었다. 풍산은 전날보다 0.45% 오른 3만3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실적 상승에 주가도 올라

다만 이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 경우 일부 기업은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풍산은 현재 보유 중인 재고 가치가 상승해 이익이 늘었지만 재고를 소진한 후에는 오른 가격으로 원재료를 구매해야 한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아연을 비롯한 비철금속 제련수수료(TC)가 반등하면서 국내 제련업체의 수익성이 더욱 커졌다”며 “비철금속 가격 흐름을 주도하는 중국의 경기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비철금속 가격의 상승세가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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