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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쪼개기 후원' 구현모 KT대표, 첫 재판서 "불법 몰랐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기소된 구현모 KT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기소된 구현모 KT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회삿돈으로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기소된 구현모(58) KT 대표가 첫 재판에서 “타 부서 요청에 의한 것이었고, 당시 불법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허정인 판사는 6일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구 대표 등 KT 전·현직 임원 10명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구 대표는 법정에서 "당시 CR(대외협력) 부문에서 정치자금 관련 명의를 빌려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이게 불법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고, 이를 통해서 얻은 이익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T는 외국인 투자자가 많아 그들에게 이 건을 설명하기가 어렵다”며 “경영진들이 파렴치한 사람들이 돼 있는 등 회사 경영에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을 잘 살펴달라”고 덧붙였다.

구 대표 측 변호인도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불법 영득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무상 횡령죄는 불법으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취득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이 사건 후원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 한 행위라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로 다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임원 9명도 대체로 비슷한 입장이었다.

구 대표 등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 수법으로 11억5000만원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해 4억3790만원을 19·20대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정치자금법상 한 사람이 1년 동안 국회의원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기부 한도 500만원을 초과하는 자금을 후원하기 위해 임직원이나 직원의 가족, 지인 등 명의를 빌려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 대표도 이 과정에서 13명의 명의를 빌려주는 방식으로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KT의 후원목록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국민의힘 권성동·권영세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은 적게는 100만원에서 1500만원까지 후원금을 쪼개 받았으며, 논란이 되자 일부 의원들은 반환하기도 했다.

검찰은 구 대표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각각 벌금형 1000만원과 500만원에 약식기소했으나 구 대표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공식선거법이 정치자금법 위반죄와 다른 죄는 분리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변호인들은 검찰이 분리 기소한 사건의 병합 심리도 요청했다.

재판부는 "과연 불법영득 의사가 피고인들에게 있었는지 살펴보겠다"며 다음 달 11일 다음 공판을 진행하기로 했다.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은 같은 법원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가 심리한다. 첫 공판은 다음 달 4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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