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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산불 악몽' 속 수리부엉이 구조됐다…봉화산불 17시간만에 진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일 경북 봉화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17시간30분 만에 진화됐다. 한달 전 213시간 동안 꺼지지 않았던 울진·삼척 산불의 ‘악몽’이 재현될까봐 가슴을 졸였던 주민들도 한시름을 놓게 됐다.

봉화 산불은 5일 오후 1시29분쯤 봉화읍 화천교회 뒤쪽 해발 300m 야산에서 처음 발생했다. 불은 순간최대풍속 초속 10m의 강한 바람을 타고 빠르게 확산해 2㎞가량 떨어진 물야면 수식리까지 번졌다. 주민 20여 명이 인근 마을회관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산림당국은 초대형헬기를 포함한 산불진화헬기 25대, 산불진화대원 804명을 투입했다. 진화 작업과 함께 이날 오후 7시에는 ‘산불 3단계’도 발령했다. 산불 3단계는 관할기관 100% 및 인접기관 50% 인력, 관할기관 100% 및 인접기관 30% 이내 장비가 동원된다. 산불지역을 11개 구역으로 나누고, 산불특수진화대원 등 진화자원을 전략적으로 투입해 산불을 진화했다.

5일 경북 봉화군 봉화읍 야산에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공중진화대원이 야간 산불 방화선을 구축하고 있다. 사진 산림청

5일 경북 봉화군 봉화읍 야산에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공중진화대원이 야간 산불 방화선을 구축하고 있다. 사진 산림청

밤샘 진화 작업 끝에 산불은 6일 오전 7시 주불 진화가 완료됐다. 소방당국은 축구장(0.714㏊) 168개에 해당하는 면적인 120㏊가 소실된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 1동과 창고 2동이 불에 타는 피해가 났지만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산불피해지 인근에는 경북도 문화재 구만서원과 봉화각, 조선 후기 때 지어진 회이당, 과천정, 동천정 등이 있었지만 화마를 피했다. 산불 현장에서 산림청 산불진화대원이 진화 도중 멸종위기 야생동물 천연기념물 제324호 수리부엉이를 발견해 구조하기도 했다.

6일 산림청 항공본부 공중진화대원이 경북 봉화군 산불현장에서 천연기념물 제324호 수리부엉이를 구조하고 있다.   구조된 수리부엉이는 경북도야생동물보호센터로 인계됐다. 사진 산림청

6일 산림청 항공본부 공중진화대원이 경북 봉화군 산불현장에서 천연기념물 제324호 수리부엉이를 구조하고 있다. 구조된 수리부엉이는 경북도야생동물보호센터로 인계됐다. 사진 산림청

산림당국은 이번 산불이 화목보일러를 쓰고 난 뒤 나온 재를 버리다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또 산불이 재발화 되지 않도록 열화상 드론과 진화인력을 배치하고, 산불진화헬기를 투입해 잔불진화 및 뒷불을 감시할 예정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6일은 절기상 한식(寒食)이고, 전국적으로 강풍이 예보돼 있어 산불위험도가 높다”며 “산림인접지에서는 소각, 흡연, 취사 등 불씨 취급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 3월 4일에는 경북 울진군 두천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등 6개 읍·면 2만943㏊를 태웠다. 주택 319채를 비롯해 총 643곳의 시설물 피해를 냈다.

봉화읍 주민은 “이웃 울진에서 한 달 전에 큰불이 난 것을 봤는데 혹시나 우리 마을도 불바다가 되지 않을까 걱정돼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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