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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무서운데, 어린이집은 집단감염"…유치원 학부모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월 27일 전북 전주시 한 어린이집 문에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휴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지난 1월 27일 전북 전주시 한 어린이집 문에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휴원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세종에 사는 이모(34)씨는 5살이 된 자녀를 한 달 넘게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대폭 늘며 어린이집 같은 반에도 집단 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이가 천식이 있는 기저 질환자라 특히나 조심스럽다. 아이가 답답해하지만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는 아이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키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언제까지 아이를 데리고 있을 수도 없어 조만간 다시 등원시킬 계획이지만, 불안감은 감출 수 없다”면서도 “당장 백신을 맞힐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두 명 중 한 명꼴로 감염… 접종률 0.5%

지난달 31일 방역 당국이 5~11세 사이 유아들에 대한 접종을 시작하면서 유아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씨처럼 백신 접종 ‘딜레마’에 빠졌다. 유치원·어린이집에선 집단감염이 속출하고 유아들의 감염률은 모든 연령대에서 제일 높지만, 혹시 나타날 백신 이상 작용 등을 우려하면서다.

7살과 5살 자녀를 둔 김모(34)씨는 “감염 통로도 알 수 없는 확진이 어린이집에서 발생하면서 휴원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 실제로 지난달의 경우 며칠 동안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기도 했다”며 “하지만 제가 백신 맞고 너무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 아이들은 급하게 맞히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만 5세~11세 소아를 대상으로 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인 31일 광주 북구 관내 한 의료기관에서 어린이가 소아용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만 5세~11세 소아를 대상으로 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첫날인 31일 광주 북구 관내 한 의료기관에서 어린이가 소아용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실제로 0~9세 영유아의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발생률은 4만 7658명으로, 2명 중 1명꼴로코로나19 감염·완치가 됐다. 그렇지만 지난 5일 기준 5~11세 1차 접종률은 0.5%(1만 5913명)에 불과하다. 사전예약까지 합쳐도 1.6%에 그친다.

“어차피 맞아도 걸린다”

부모들은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 ‘잦은 돌파감염’과 ‘유아들의 낮은 중증화율’ 등을 꼽았다.

지난달 코로나 대유행 속 유치원, 초중고등학교가 개학하면서 백신접종 사각지대에 놓인 10대 연령층의 학교 내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뉴스1

지난달 코로나 대유행 속 유치원, 초중고등학교가 개학하면서 백신접종 사각지대에 놓인 10대 연령층의 학교 내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뉴스1

6살 자녀를 둔 김모(40)씨는 “어차피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19에 걸리고, 주변 아이들을 봐도 얕게 앓고 감기처럼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한 번은 걸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이 드니, 굳이 백신을 접종시킬 이유를 모르겠다. 주변에도 비슷한 반응”이라고 말했다. 7살 아이의 엄마인 진화은(39)씨도 “아이들의 경우 자연면역으로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모험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부모들이 모여있는 맘카페 등에서도 “코시국(코로나 시국)에 아이들을 등원시킬 용기가 안 난다” ”유치원에서 3분의 2 이상이 확진됐다” 등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 섞인 게시물이 끊임없이 올라오지만, 백신 접종에 대해선 대부분 ‘일단 지켜보자’라거나 ‘접종하지 않겠다’는 식의 반응이다.

전문가들도 '신중론' 

유아 백신 접종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갈린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건강한 5~11세의 경우 당장 백신 접종을 통해서 얻는 기대 효과가 성인에 비해 크지 않다”면서도 “새로운 변이가 유행할 수 있고, 백신 접종할 일이 생길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선 기회가 될 때 접종해놓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유아의 경우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이상 반응에 대해서도 “어떤 백신이든 이상 반응이 전혀 없는 건 없다. 가장 우려되는 이상 반응인 심근염과 심낭염인데, 백신에 들어간 항원량과 연관이 있다. 소아용 백신은 일반 코로나19 백신보다 항원량이 낮아 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이 어느 정도로 높은지가 중요한데, 자연면역이 강한 아이들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약하게 앓는다”며 “돌파 감염이 잦은 상황에서 백신의 목적은 감염 예방이 아닌 중증 예방이다. 아이들에겐 중증 예방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천 교수는 “유행의 한복판인 지금 아이들이 백신을 맞아도 접종 완료가 될 때는 이미 유행이 다 지난 시기라며, 장기적인 부작용도 모르는 상황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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