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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인 상품'에 '끼인 정책'...정권 교체기 금투업계 눈치 게임 중

중앙일보

입력

'끼인 상품'에 '끼인 정책'까지. 정권 교체기에 금융투자업계가 눈치 게임 중이다. 이번 정권에서 추진했던 상품의 판매는 늦춰지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식 양도소득세 폐지' 공약으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준비는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어서다.

문재인 정부의 청년 정책 중 하나인 청년소득공제 장기펀드(이하 청년 소장 펀드)는 시작도 못 한 채 좌초될 위기다. 300만 명이 몰린 청년희망적금에 이어 흥행을 기대한 상품이지만 ‘전 정권 상품’이란 꼬리표에 추진 동력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윤 당선인이 공약한 ‘청년도약계좌’ 등이 출시되면 ‘끼인 상품’으로 흥행마저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운용업계에서 흘러나온다.

최고 연 10% 안팎의 금리 효과를 내는 '청년희망적금' 가입 화면. 올해 초 300만명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연합뉴스〉

최고 연 10% 안팎의 금리 효과를 내는 '청년희망적금' 가입 화면. 올해 초 300만명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연합뉴스〉

청년 소장 펀드 출시는 됐는데 판매는 언제? 

이미 눈치 보기는 시작됐다. ‘에셋원 공모주 알파 청년형 소득공제장기펀드’와 '한화 MZ픽 4차산업혁명 청년형 소득공제증권 전환형 투자신탁` 등 청년 소장 펀드가 속속 출시되고 있지만 판매 시점은 미지수다. 업계에 따르면 당국이나 판매사 측 모두 새 대통령 취임 이후로 판매를 미루자는 입장이라서다.

금융투자협회(금투협)은 “기획재정부 세칙 서식 확정 및 판매사 전산서비스 개발 등이 늦어지며 예정보다 출시가 늦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초 4월을 목표로 빠르게 진행되다가 대선 이후 금융당국이나 판매사가 새 대통령 취임 이후인 5월 중순으로 (출시를) 미루자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새 정부에서 수정되거나 조정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획재정부 측은 “세칙 개정은 3월 18일에 완료됐고, 당초 상품 발매도 상반기였지 날짜를 확정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선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중론이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근로자 소장펀드의 경우 정부에서 의지를 가진 만큼 빨리 진행됐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의지나 속도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끼인 상품’이 되면서 흥행에 실패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윤 당선인의 대표 공약인 청년도약계좌가 곧 출시될 가능성이 커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올 초 청년희망적금에 이어 당선인의 청년도약계좌까지 나오면 청년 소장 펀드는 '끼인 상품'이 돼 관심도 못 받을 것 같다”며 “아예 상품을 만들지 않는 운용사들도 많다”고 말했다.

2년 준비한 금융투자소득세 원점으로? 

증권업계가 고민에 빠진 건 청년 소장펀드만이 아니다. 윤 당선인의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으로 골치를 썩이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금융투자소득세법 준비가 막바지인데, 주식 양도세가 폐지되면 이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소득세법은 주식과 펀드, 채권 등 금융투자상품의 합산 손익이 5000만원을 넘으면 대주주 여부와 상관없이 20%(과세 대상 수익 3억원 이하)~25%(3억원 초과)의 양도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20년에 개정돼 2년이란 준비 기간을 거친 뒤 내년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이 법의 핵심은 여러 금융회사 계좌의 손실과 이익을 모두 합쳐서 계산하는 데 있다. 특정 금융회사에 기본공제를 신청하면 해당 회사가 다른 금융사 정보를 조회해 가져다가 손익통산 처리와 원천징수를 해준다. 현재 증권가는 이를 위한 전산 시스템 준비에 엄청난 인력과 품을 들이고 있다. 그런데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양도세를 폐지하면, 시스템을 모두 원점으로 돌리고, 또 새로운 공약에 맞춰 재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현재 금투협은 지난달부터 관련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해 증권사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300개 넘게 쏟아진 질문 중에 다수는 ‘양도세가 폐지되면 어쩌냐’는 것이었다. 금투협은 “일단 업계는 금융투자소득세법이 시행된다는 가정에 따라 하는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라며 “전산적으로 준비할 게 많아 시스템 구축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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