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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대충하기 싫어 6개월 레슨…남주혁과 이별엔딩, 나도 슬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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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김태리

김태리

“만화책이 찢어져서 ‘우애앵’ 우는 장면이 정말 너무 재미있었다.”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 나희도를 연기한 배우 김태리(32·사진)는 지난달 30일 인터뷰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1화에서 엄마가 찢은 만화책 페이지를 손수 그린 그림으로 때워보려던 희도가 만화방 알바생 백이진(남주혁)에게 딱 걸리자 울음을 터뜨리며 줄행랑쳤던, 바로 그 장면의 얘기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3일 자체 최고 시청률 11.5%(닐슨코리아 조사결과)로 막을 내렸다.

파손된 만화책을 그림으로 대체하려던 나희도(김태리)가 백이진(남주혁)에게 들킨 뒤 우는 장면. [사진 tvN]

파손된 만화책을 그림으로 대체하려던 나희도(김태리)가 백이진(남주혁)에게 들킨 뒤 우는 장면. [사진 tvN]

“대본 리딩할 때부터 그냥 막 미친 듯이 했거든요. 속으로도 너무 기대되는 거예요. 내가 잘할 것 같아 그 장면!” 들뜬 목소리로 말을 쏟아내는 그의 모습은 ‘김태리가 곧 나희도’라는 세간의 평 그대로였다.

명랑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18세 고등학생을 30대에 연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터. 김태리는 “준비하면서 ‘어우, 이거 피부 좀 관리해야겠는데’ 하는 종류의 부담은 있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태리는 “희도는 저와 많은 부분이 닮은 친구라 희도가 뱉는 말들, 하는 행동들이 이해가 잘 됐다”며 “그래서 본능적으로 연기했다. 나오는 대로 막 연기하는 게 진짜 너무 재밌었다”고 말했다. 다만 “희도가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변화하자, 본능으로만 연기하는 게 어려워지는 시점이 오더라. 캐릭터 분석이 왜 필요한지 배웠다”며 자신이 깨달은 바를 전하기도 했다.

희도와 자신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희도는 업 앤 다운(up and down)이 없는 아이다. 그만큼 자존감이 높고 너무나 건강한 아이”라며 “저는 업 앤 다운이 꽤 심하다. 그런 부분에서 희도보다는 덜 건강하다”고 설명했다. 늘 ‘텐션이 높은’ 희도를 연기하면서 “갈수록 에너지가 고갈돼 나중엔 텐션을 억지로 짜내야 했다”는 고충도 털어놨다. 이진을 향한 감정을 부끄러움 없이 쏟아내는 희도의 모습에 대해서도 “김태리는 그런 식으로 말을 못하는 사람이라, 이진을 자각한 즈음부터의 장면들이 너무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드라마 속 펜싱 대결 모습. [사진 tvN]

드라마 속 펜싱 대결 모습. [사진 tvN]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선 펜싱스타 고유림(김지연)과 그에 도전하는 희도의 펜싱 대결이 주요 볼거리 중 하나였다. 김태리는 “펜싱을 그냥 대충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펜싱 장면을 위해 촬영 전 6개월가량 레슨을 받았고, 유튜브에 있는 펜싱 관련 영상을 “거의 다” 찾아봤다. 펜싱 장면을 찍는 날에는 꼭 전문가가 상주할 것을 제작사 측에 요청한 것도 김태리였다. 그는 “이 정도만 하면 돼, 이런 한계를 정해놓지 않았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조금 더 하자고 생각했고, 진짜 몸을 함부로 굴렸다”고 했다.

극 중반부터 시청률 10%를 넘으며 사랑받은 작품을 보내는 김태리의 소회는 어떨까. 그는 백이진·나희도의 ‘해피엔딩’을 열렬히 바랐던 시청자들의 반응에 대해 “너무 응원하던 사랑이었기에 (결말이) 그만큼 아쉬우셨을 것 같다”며 “저도 너무 슬펐다. (희도의 딸) 김민채처럼 ‘둘이 결혼해! 왜 안 해?’라고 울부짖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모든 캐릭터들이 만화적이고, 상상을 깨는 말과 행동을 해서 클리셰가 없다”는 점을 작품의 최대 매력 포인트로 꼽은 김태리는 “이 작품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시청률이라는 결과로 보상받은 듯한 느낌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또 “너무 힘들었지만, 절대 잊기 싫은 기억”이라고 되새겼다. “고민과 스트레스, 거기서 헤어 나오려고 했던 노력들이 힘들었지만, 그걸 겪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그 힘든 순간들을 잘 기억하고 붙잡아서 다음 작품, 또 내 인생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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