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로나발 장례대란…냉장고 밖 시신 방치, 5일장도 넘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일 300명 이상 쏟아지는 등 ‘장례 대란’이 이어지자 서울시가 화장시설 가동률을 올리고 운영시간을 늘리는 등 비상운영체계를 가동했다.

서울 1~2월 사망자, 1500명 폭증 

국내 코로나19 하루 사망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지난달 2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 설치된 스크린에 화장진행 상태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국내 코로나19 하루 사망자 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지난달 2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 설치된 스크린에 화장진행 상태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4일 “장례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화장시설 비상운영체계 가동 ▶안치실 마련 ▶화장 기계 추가 설비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일 서울추모공원과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을 방문해 화장·안치 시설 상황을 점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서울시의 1~2월 평균 사망자 수는 7600명대였다. 그러나 올해 같은 기간 사망자 수는 9100명대로 약 20% 증가했다. 이중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총 619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6.8%에 달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밀려드는 장례 업무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0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A장례식장에서는 시신을 보관할 곳이 없어 냉장고 밖에 방치했다가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운영시간 늘려도 4명 중 3명은 오일장 넘겨 

3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안치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안치실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24일부터 ‘화장시설 비상운영체계’를 가동하고 시설 운영 시간을 늘렸다. 서울시립승화원(경기 고양시)은 오전 7시부터, 서울추모공원(서초구)은 오전 6시30부터 자정까지다. 화장시설은 통상 오전 7시에 시작해 오후 5시에 마감한다.

가동률도 대폭 올려 총 28기 화장로에서 하루 최대 232건의 화장을 진행하고 있다. 1일 평균 화장 횟수가 135건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평상시보다 72% 늘어났다. 화장터가 없어 6~7일장(葬)을 지낸 사망자 수는 지난달 16일부터 50%를 수준을 넘나들다 비상운영체계 가동 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런데도 여전히 유가족 4명 중 3명은 화장터를 찾지 못해 5일장을 넘기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화장 시설이 물리적으로 부족한 데다 심야시간대를 피해 화장을 하려다 보니 특정 시간대에 유족들이 몰리고 있어서다.

보관도 문제…안치시설도 증설키로

지난달 17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함백산 추모공원 화장장에 화장시간 안내문이 나타나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17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 함백산 추모공원 화장장에 화장시간 안내문이 나타나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는 화장 전 시신이 부패하지 않도록 보관하는 시신안치시설도 늘리기로 했다. 시립승화원과 추모공원은 각각 4구, 12구씩 총 16구의 시신을 안치할 수 있다. 서울시는 2003년 인터넷 화장 예약을 받은 후 가동하지 않던 시설을 다시 개방하기로 했다. 장기 안치가 불가피한 무연고 시신 보관을 통해 유족들의 일반 장례를 조속히 돕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폐원한 강남의료원의 시신 30구 용량 안치실도 4일부터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자체적으로 총 150구는 안치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이 지난 3일 언급한 추경을 통한 화장기계 증설과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예산이나 증설 시기에 대해 논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화장시설 인력 확보 어려움 가중

오세훈 서울시장이 화장시설 추가가동 상황 점검을 위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을 방문해 직원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화장시설 추가가동 상황 점검을 위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을 방문해 직원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조치에도 장례기사 등 화장 작업을 진행할 인력 확보엔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이다. 현재 추모공원과 승화원 야간 화장에 투입되는 인력은 모두 47명이다. 추모공원 관계자는 “직원 피로도에 따라 신규 채용을 하려 해도 교육 훈련 기간·적응 기간이 필요하기에 당장은 현원으로 대체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경기·인천 등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에 화장로 증설이 안 되면 서울시의 대책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시각도 있다. 서울 외 지역에서 화장터를 찾지 못한 유족들이 서울로 몰리는 사례가 있어서다. 지난달 16일 전국 화장로 1기당 평균 가동률을 보면 서울은 6.8회, 경기는 4.1회, 인천은 4.5회다.

앞서 오 시장은 지난 3일 “정기적으로 팬데믹이 올 수 있다는 가정하에 화장시설 확장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하루빨리 모든 유가족이 원하는 날짜에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