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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여성 할당vs자격시험…2030 박지현·이준석 공천룰 흔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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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6·1 전국동시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 신청일(5월 12~13일)이 약 4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광역·기초의원 ‘공천룰’을 둘러싼 여야 정치권의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는 4일 오후 김태년 공관위원장 주재로 첫 회의를 열고 ‘공천룰’에 대한 논의에 돌입했다. 국민의힘도 전날 공관위 회의에서 당 차원의 ‘기초자격평가’(PPAT·People Power Aptitude Test)를 실시를 결정했다.

전국에서 모두 3700여 명을 뽑는 광역·기초 의원 후보는 중앙당이 정하는 ‘공천룰’에 따라 전체적인 후보 색깔이 결정된다. 민주당은 일단 여성·청년 공천 30% 이상 확대 방침을 세우며 ‘50대 남성’ 중심의 후보군 교체에 사활을 걸었고, 국민의힘은 첫 공직 후보자 평가(PPAT) 실시로 능력주의에 방점을 찍었다.

민주, 청년·여성 할당제 강화…20대 여성 박지현 주도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 2030 여성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2.03.31 김상선 기자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 2030 여성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2.03.31 김상선 기자

민주당의 청년·여성 할당제 논의를 주도하는 건 20대 여성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이다. 그는 지난달 14일 첫 비대위 회의에서 “쇄신과 변화에 발맞추어 여성과 청년에게 공천을 확대하겠다”고 선언했고, 지난달 22일엔 “더 많은 청년이 지방의회에 진출하는데 모든 역할을 다 하겠다”며 세대교체의 주역을 자임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비대위 회의에선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청년 후보를 30% 이상 공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절반 수준밖에 지키지 못했다”며“이번엔 ‘30% 청년 공천’을 꼭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민주당 당헌(9조)에서 권고 조항으로 돼 있는 ‘30% 청년 공천’을 의무 조항으로 간주하겠다는 취지였다.

‘여성 공천 할당제’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성 공천 비율(30%)은 당헌(8조)에 의무규정으로 돼 있는데,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여성 후보 비율은 26.7%에 불과했다. 17개 광역단체장 후보는 모두 남성이었다. 신현영 민주당 비대위 대변인은 전날 당 지방선거기획단 회의 직후 “좀 더 강제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의견이 있었다)”며 “당무감사 평가에 반영하자는 식의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준석, ‘할당제’ 대신 자격시험…“실력 있으면 문 두드릴 것”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청년·여성의 공천 비율 하한선을 정하는 ‘할당제’를 기본 축으로 삼는 반면, 국민의힘은 광역·기초의원 공천신청자 전원에 대한 ‘기초자격평가’로 능력주의 기조를 확립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는 30대 남성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주도하는 방향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6·11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공직 후보자라면 일정 수준 이상의 역량과 소양을 갖추도록 하겠다”며 자격시험 도입을 공약했다. 당시 이 대표는 ‘할당제’에 대해선 “시대착오적인 여성 배려의 잔재” “과도한 갈등 유발자”라며 폐지 필요성을 주장했고, 실제 대표 취임 뒤 중앙당 사무처 여성·청년·직능국을 통폐합했다. “젊은 세대, 여성 등 소수자에 대한 할당보다는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지론에 따른 결정이었다.

전날 국민의힘 공관위 회의에서도 이 대표는 “실력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국민의힘 공천의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당을 새롭게 변모시켜야 한다”며 능력주의와 개방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가 지난 1일 페이스북에 공개한 PPAT 샘플 문제는 ▶당헌·당규(5문항) ▶공직선거법(5문항) ▶자료해석 및 상황판단(5문항) ▶당 정책(15문항)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대녀 vs 이대남, 공천룰에 영향…당내엔 “현실 모른다” 반론도

정치권에선 최근 양당의 ‘공천룰’이 빠르게 바뀌는 이면엔 새로 유입된 2030 지지층의 입김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성에 대한 ‘적극적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을 역차별과 불공정으로 간주하는 2030 남성의 요구가 국민의힘의 능력주의 공천 기조로 이어지고, 이런 남성들의 요구를 ‘차별·불평등 강화’로 간주하는 2030 여성들의 요구가 민주당의 할당제 강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12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여성단체 '샤우트 아웃' 주최로 '여성혐오'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지난해12월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여성단체 '샤우트 아웃' 주최로 '여성혐오'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다만 각 당 내부에선 2030 지도부가 이끄는 변화에 대한 불만도 감지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고참 당원들 사이에선 '고령층·저학력자는 출마하지 말라는 얘기 아니냐'는 성토도 나온다”며 “지방선거 예비후보들 사이에서도 ‘유권자를 만나기에도 바쁜데 당헌·당규와 선거법을 외워야 하느냐’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농어촌 지역의 경우엔 인구 구성 자체가 청년층이 없다. 무작정 30% 비율만 강제하는 게 아니라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당 관계자)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당내 잡음도 감지된다. 민주당 광주시당은 지난해 말 여성·청년 공천 비율 확대를 위해 20개 시의원 선거구 중 8개를 ‘청년 선거구’와 ‘여성 선거구’로 지정했는데, 이에 대해 “특정인을 배려했다는 ‘내정설’이 있었다”(정준호 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는 의혹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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