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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회 중앙음악콩쿠르 수상자] 군 복무, 고3, 늦깎이…음악 열정은 누구도 못 꺾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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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달 31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 중앙음악콩쿠르 시상식. 왼쪽부터 박장희 중앙일보 대표이사, 수상자 박원민·김다연·정찬연·조은비·배지성·박상혁·박찬원·임가은·곽신우·공성민·김진호·김태호·김유신·정유정·이재웅·이민서·노민형·정은지·윤한성·장지혜, 성악부문 심사위원장 이아경, KT&G 홍보실장 김승택. [사진 콘텐트리중앙 문화사업부문]

지난달 31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 중앙음악콩쿠르 시상식. 왼쪽부터 박장희 중앙일보 대표이사, 수상자 박원민·김다연·정찬연·조은비·배지성·박상혁·박찬원·임가은·곽신우·공성민·김진호·김태호·김유신·정유정·이재웅·이민서·노민형·정은지·윤한성·장지혜, 성악부문 심사위원장 이아경, KT&G 홍보실장 김승택. [사진 콘텐트리중앙 문화사업부문]

제48회 중앙음악콩쿠르가 지난달 31일 막을 내렸다. 이 콩쿠르는 1975년 중앙일보가 창간 10주년을 기념해 시작했고 소프라노 조수미, 베이스 연광철, 피아니스트 김대진, 테너 김우경을 수상자로 배출했다. 올해는 총 7개 부문에 442명이 참가, 그중 29명이 본선에 올라 22명이 1~3위를 수상했다. 1위 입상자들의 소감을 전한다.

제48회 중앙음악콩쿠르 수상자 명단

제48회 중앙음악콩쿠르 수상자 명단

“무에서 유를 만드는 피아노에 매혹”
피아노 1위 정찬연

정찬연

정찬연

“간혹 무대에서 자신 없이 연주하고는 해서, 이번 콩쿠르의 연주에서는 많이 표출해보려고 해봤습니다.” 정찬연(21·서울대 3)은 “다른 참가자들의 수준이 높아 예상을 못 했는데 1위를 하게 돼 그만큼 더 기쁘다”라고 했다.

어려서는 성악가가 되려고 했던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 피아니스트로 장래희망을 바꿨다. “반주자도 필요 없이 혼자 모든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에 끌렸다”고 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기분이었고, 다양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좋아하는 곡을 연주할 때면 그 애정이 듬뿍 드러난다는 점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본선 무대에서 쇼팽의 환상곡을 골라 연주하며 악기와 음악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동시에 하이든, 리스트, 드뷔시, 스크랴빈까지 다양한 시대와 배경의 작곡가 작품을 연주하며 많은 것을 보여줬다. 그는 “음악도라면 누구나 한 번쯤 욕심내는 콩쿠르에서 1위를 해 기쁘고, 오래오래 무대에 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군악대 복무 기간 뒤처지기 싫었죠”
클라리넷 1위 곽신우

곽신우

곽신우

곽신우(23·한예종3)는 해양 경찰에 지난해 10월 입대, 군악대의 관현악단에서 군 복무 중이다. 입대 6개월 만에 권위 있는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하게 됐다. 그는 “군 복무 기간 동안 다른 연주자들보다 뒤처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싶었다. 또 하고 싶은 것을 후회 없이 해보자는 생각으로 대회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군대에서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자신을 정면으로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했다. “모든 과정을 혼자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음악, 좋아하는 소리를 정확히 찾아야만 했다. 스스로 의문을 계속 던지면서 콩쿠르에서 연주할 곡들을 오랜 시간 연습했다.”

곽신우는 중학교 과정인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가, 한국에 돌아와 대학에 입학했다. “한국에서 좋은 선생님과 공부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대는 내년 6월. “음악 공부를 더 열심히 하면서 계속해서 성장하려 한다”는 그는 “음악으로 내 얘기를 들려주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또 “군에서 콩쿠르 출전을 지원해 준 악단장님, 밤낮으로 도와준 형들과 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늦깎이 작곡가에게 격려되는 수상”
작곡 1위 김진호

김진호

김진호

김진호(29·단국대4)는 25세에 음악대학에 다시 들어간 늦깎이 학생이다. “취업을 위해 중국어 전공을 하고 있었는데, 음악을 안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중퇴하고 수능을 다시 봤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쳤지만, 대학 입시 전까지 작곡을 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세상에 단 하나뿐인 곡을 만들어내는 일의 매력에 끌려 작곡을 시작했다. 그는 “중앙음악콩쿠르의 1위로 늦은 시작도 괜찮다는 격려를 받은 느낌”이라며 “작곡은 여전히 즐겁고 평생 했던 모든 일 중 가장 몰두해서 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그는 콩쿠르의 본선에 ‘재구축(Reconstruction)’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제출해 1위에 올랐다. 베이스 클라리넷, 바이올린, 25현 가야금을 위한 작품이었다.

그는 “특정 소재를 해체한 다음에 다시 쌓아 올리는 작업을 즐겨 한다. 이 작품에서도 재구조화를 시도했다”고 소개했다. 해체와 재조합의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음악적 효과를 즐기는 작곡가다. 김진호는 “논리적이고 지적인 작품을 계속해서 쓰고 싶다. 졸업 후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 공부를 계속하려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고3 수험생이지만 도전하고 싶었다”
바이올린 1위 박원민

박원민

박원민

박원민(18·서울예고3)은 “지난해 12월 학교 기말고사를 끝내고서 콩쿠르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고3 수험생으로 콩쿠르의 전 과정을 준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학교의 정기연주회에서 협연도 했고, 학업과 병행하기가 까다로웠다”고 했다. 하지만 시벨리우스의 협주곡을 연주하고 1위에 올랐다. 그는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한 번 연습할 때 집중해 질 좋은 시간을 보내려 했던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했다.

중앙음악콩쿠르에는 첫 도전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이 콩쿠르의 연주 영상 중 감명 깊은 것들이 있어서 꼭 나와보고 싶었고, 내 실력도 평가받고 싶었다.” 박원민이 연령 제한을 통과하자마자 콩쿠르에 출전한 이유다.

4세에 시작한 바이올린에 대해 그는“힘들거나 기쁠 때 모두 제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도구”라고 했다. 또 “내 음악을 듣는 사람도 자신의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첼로는 나의 진짜 목소리”
첼로 1위 박상혁

박상혁

박상혁

박상혁(18·한예종3)은 “너무 조용하고 내성적인 데다가 말도 별로 없는데, 첼로를 연주할 때는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마지막 무대에서 C.P.E.바흐의 협주곡을 연주한 그는 심사위원 7명 중 6명에게 최고점을 받았다. 그는 널리 알려진 J.S.바흐의 둘째 아들인 C.P.E.바흐의 작품을 이해하고 연주하는 일이 까다로웠다고 했다. “연주해본 적 없는 작곡가였는데, 내가 좋아하는 하이든과 같은 시대의 고전 작품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아 연구하고 연습했다.”

예원학교를 졸업하고 한예종에 영재 입학한 그는 꾸밈없이 정직하게 연주하고 좋은 소리를 만드는 첼로 연주를 좋아한다. 노르웨이의 첼리스트인 트룰스 뫼르크를 좋아하는 연주자로 꼽았다. 그는 “무대 위의 첼로가 내 목소리인 만큼 나도 좋은 소리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극도로 긴장해도 노래만 하면 행복”
여자 성악 1위 이민서

이민서

이민서

이민서(23·서울대 대학원1)는 이번 대회의 본선에서 베르디 ‘리골레토’ 중 질다의 노래 ‘그리운 이름’을 불렀다. “발성이나 기술적인 걱정에서 벗어나 음악을 최대한 많이 표현하려고 했다. 질다라는 캐릭터의 표현에도 집중했다”고 했다.

그는 “무대에 들어가기 직전까지는 너무 떨리고 불안한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면 행복해진다”는 천생 성악가다. “어린이 합창단에서 노래를 시작했는데 집에서도 언제나 노래를 틀어놓고 따라 부르곤 했다. 어떤 노래를 부르며 노래 속의 캐릭터가 되는 기분이 너무나 좋다.”

다른 사람이 돼보는 경험을 좋아하는 만큼 오페라 가수가 꿈이다. “어떤 한 노래만 부르지 않고, 많은 사람과 과정을 함께 하며 무대를 만드는 일이 재미있다”고 했다. “높은음이 잘 나오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고음에도 자신감이 붙었다”는 그는 언젠가 ‘리골레토’의 질다로 오페라 전막 공연을 해보는 일이 꿈이라고 했다.

“클래식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어”
남자 성악 1위 이재웅

이재웅

이재웅

이재웅(28·한양대4)은 중앙음악콩쿠르의 1999년 성악 부문 1위인 테너 김우경(한양대 교수)의 제자다. 스승에 이어 1위에 오른 그는 “발성법부터 악보를 보는 법, 음악에 대해 공부하는 방법까지 보여준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에 노래를 시작해 음악의 기초 공부부터 어려워했던 학생이었다. 이후 김우경 교수의 지도를 받게 되면서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했다. “이번 콩쿠르에서는 음악을 많이 생각했다. 본선 무대에서 디테일한 음정이 좀 불안했지만 음악에만 집중하려고 했고, 그래서 과분한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는 언젠가 중요한 오페라 무대들에서 노래하는 꿈을 꾼다. 또 클래식 음악의 기쁨을 자신과 같은 세대에게 전하는 일도 희망한다. “요즘 시대에는 클래식 음악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만, 내가 음악과 가사의 뜻을 잘 전달하면서 소통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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