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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차입에만 의존한 재정지출, 건전한 운영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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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 한덕수 전 총리를 지명했다. 3일 윤 당선인은 “저와 함께 새 정부 내각을 이끌어갈 총리 후보는 한덕수 전 총리”라며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내각을 총괄하고 조정하면서 국정 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라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총리 인선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총리 인선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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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후보자가 무사히 인사청문회를 통과한다면 2007~2008년에 이어 또다시 총리 자리에 오른다. 총리를 두 번 한 사례는 헌정 사상 다섯 번째(장면·백두진·김종필·고건 이후)로 1987년 이후만으로 따지면 고 전 총리(30·35대)에 이어 두 번째다.

이력이 화려하다. 1949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났다.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이른바 ‘KS 라인’ 출신이다. 하버드대 경제학 석·박사 학위도 갖고 있다. 행정고시 8회로 70년 공직에 입문했다.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 상공부(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 이후 초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청와대 경제수석,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거쳐 노무현 정부 말기 총리에 임명됐다. 또 이명박 정부에서 주미 대사, 박근혜 정부에선 한국무역협회장을 지냈다.

정치색 안 드러내, 여러 정권서 공직 

정치적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합리적으로 일을 처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여러 정권에서 공직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다. 윤 당선인도 이날 “정파와 무관하게 오로지 실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정의 핵심 보직을 두루 역임하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윤 당선인의 지명 발표 직후 한 후보자는 “코로나19란 팬데믹에 온 국민이 일종의 전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본적으로 개방과 시장, 세계화란 큰 추세는 변하지 않는다. 국익 중심 외교, 강한 국가를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후보자는 ▶국익 외교와 강한 국방 ▶재정 건전성 ▶국제수지 ▶생산력 높은 국가 유지 네 가지를 국가 운영의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윤 당선인이 경제 안보에 중점을 두고 있는 가운데 한 후보자도 통상 전문가로서 외교·국방을 1순위로 내세웠다.

경제 안보 이슈를 총리가 직접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 후보자는 다양한 자리를 거쳤지만 전공은 통상이다. 경제 안보를 강조하는 윤 당선인이 그를 초대 총리 후보로 낙점한 것도 통상 전문가란 점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있는 통상교섭 조직을 외교부로 옮기느냐, 마느냐를 둘러싸고 두 부처가 ‘벼랑 끝 투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셈이다.

경제 관료로 일할 때 자기 색채, 목소리를 강하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통상 분야에서만큼은 달랐다. 시장을 개방하고 다른 국가와 경쟁해야 경제가 발전한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해 온 대표적 ‘개방론자’다. 경제기획원에서 일하다 하버드대에서 유학한 게 개방론의 출발점이다. 이후 상공부로 건너와 미주통상과장을 맡으며 통상 전문 관료로서 경력을 쌓아갔다.

시장개방 홍보, 관용차로 수입차 선택 

청와대 통상산업비서관, 통상산업부 통상무역실장에 이어 초대 통상교섭본부장을 역임했다. 노무현 정부 총리로 일할 때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마무리 투수’ 역할을 전담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 후보자는 한국무역협회장 시절인 2014년 일찌감치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TPP는 CPTPP의 이전 ‘버전’이다.

개방론자로서 면모가 드러나는 대표적 일화가 있다. 통상교섭본부장 시절인 98년 수입차에 대한 한국 정부의 시장 개방 노력을 알리겠다며 관용차를 스웨덴 사브 차량으로 바꿨다. 장관급 관료가 수입차를 관용차로 선택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재정 건전성도 강조했다. 그는 “전염병 대응을 위한 엄청난 재정 확장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은 정부가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대응해야 하는 과제”라며 “이것(재정 건전성)이 없으면 국가의 대외적인 신뢰, 중장기적인 안정을 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국가채무 증가)을 통한 추가경정예산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추경과 관련해 그는 “인수위가 작업 중이다. 지켜봐야 한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모든 재정 지출을 차입에 의해서만 하는 것은 건전한 운영 방식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한 후보자는 “교육을 통한 훌륭한 인력 확보, 금융 개혁을 통한 양질의 자본 공급 등으로 생산력이 높은 국가로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력 발전 정책과 관련해선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을 잘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며 윤 당선인과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해선 신중론을 주문했다. 그는 “(주택 공급 확대는) 분명히 필요한데 단기적으로는 ‘공급을 늘린다’ ‘재건축이 빠른 스피드로 되겠다’는 자체가 또 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 전체 부동산 정책 중에서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 건가 하는 방법론은 상당히 신중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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