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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연 ”한화이글스 대전 떠날 수도”...대전 체육계 “허구연 망언에 분노”

중앙일보

입력

허구연 "지자체가 구단에 갑질하나"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대전 ‘한밭종합운동장 철거’와 야구장(베이스볼 드림파크) 건립 문제를 언급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오는 6월 1일 대전시장 선거에 나서는 예비후보들이 한밭운동장 철거를 반대하고 있는 상태에서 허 총재까지 가세한 형국이 되면서 대전 지역 민심이 달아오르고 있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 총재가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 총재가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한국야구위원회(KBO) 등에 따르면 허 총재는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대전 새 야구장 건립과 관련해 "한화이글스가 대전을 떠날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허 총재는 “대전 야구장 신축과 관련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데 지자체에서 (구단에) 갑질하면서 소중함을 모른다면 왜 그곳에 있어야 하는가”라며 “구단이 떠나면 팬들이 얼마나 화를 내는지, 정치인들이 얼마나 타격을 입게 되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총재의 권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할 것”이라고 했다.

허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대전시장 예비후보와 대전 중구청장 등이 한밭운동장 철거에 반대한 것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예비후보 "누가 야구장 건립 반대하나"
이와 관련, 대전시장 예비후보들은 허 총재의 발언을 반박했다. 국민의힘 소속 박성효 전 시장은 “프로야구장 건설을 반대한 사람이 어디 있냐”며 “멋진 돔구장을 지어 한화이글스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 전 시장은 "대전시 계획대로 유성지역 서남부권에 새로운 종합운동장을 2027년 개장한다고 하더라도 한밭종합운동장 철거 후 5년 동안 종합운동장이 없는 도시가 된다"며 "한밭운동장 철거를 중단하고 바로 옆 용지를 매입해 야구장을 지어야 한다”고 했다.

한밭운동장(왼쪽 뒤편)과 한화이글스 파크 야구장(오른쪽). 연합뉴스

한밭운동장(왼쪽 뒤편)과 한화이글스 파크 야구장(오른쪽). 연합뉴스

대전시장 출마를 선언한 장동혁 유성갑 당협위원장도 “시장에 당선되면 한밭운동장은 지키고, 바로 옆에 2만석 이상 규모의 돔구장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전 대전 서구청장도 “새 야구장 건립을 반대한 적이 없다”며 “대안을 마련하고 한밭종합운동장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허태정 대전시장은 “베이스볼 드림파크와 서남부스포츠타운‘은 작고 낡은 야구장과 종합운동장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시민 염원을 담아 민선 7기 시민약속사업으로 진행해 온 사업”이라며 “지금 집행 단계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정치 공세 측면이 강하다"고 반박했다.

"허구연, 대전시민에 사죄하라" 
지역 체육계와 시민들도 허 총재 발언에 반발했다. 김세환 한밭대 스포츠건강학과 교수는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허구연의 망언에 분노의 눈물이 흘렀다”며 “신축야구장 건설에 반대하는 대전시민은 없다. 과정과 방법론에 대한 이견과 주장이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일개 스포츠 해설가 출신 행정인이 대전시민을 협박하는 건 도저히 참기 어려웠다”며 “대전시민들께 사죄하고 총재직에서 사퇴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허태정 대전시장이 대전의 새 야구장이 될 베이스볼 드림파크 건립 부지 선정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허태정 대전시장이 대전의 새 야구장이 될 베이스볼 드림파크 건립 부지 선정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시민 김남수씨는 “야구단 이전 권한이 없는 총재가 시민을 협박하듯이 말하는 건 옳지 못하다”며 “정치권에 대해서만 따끔하게 얘기했어도 될 일”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중구 부사동에 있는 한밭종합운동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2024년 말까지 지하 1층·지상 4층, 관람석 2만2000석 규모의 새 야구장을 지을 계획이다. 새 야구장 건립 사업비는 총 1579억 원이다. 한밭종합운동장 철거는 이르면 다음 달 시작할 계획이다. 철거비는 약 42억 원이다.

대전시는 대전시 유성구 학하동 일대에 한밭운동장을 대체할 ‘서남부 종합스포츠타운’을 지을 계획이다. 대전시는 새로운 운동장 등을 건설하려면 시 예산을 1200억 원 정도 더 써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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