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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의 광폭 스킨십…두건 쓰고 밥 퍼준뒤 “설거지도 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내 무료 급식소인 명동밥집을 찾아 배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인수위 제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내 무료 급식소인 명동밥집을 찾아 배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인수위 제공

“설거지도 하고 가겠다. 이래 봬도 집에서 설거지를 자주 해봐서 전문가다”
지난달 30일 서울 명동성당 내 무료 급식소인 ‘명동 밥집’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약 1시간 20분간 배식 봉사를 한 뒤 성당 관계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행팀이 “이후 일정이 지체될 것 같다”고 난색을 보여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는 게 윤 당선인 측의 설명이다.

실제 윤 당선인의 최근 행보는 만남 대상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동서남북 광폭 스킨십’으로 요약된다. 그는 배식 봉사를 한 다음 날에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과 점심을 했고, 오후에는 청년 무역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오는 3일에는 제주 4·3 추념식에 참석한다. 국민의힘 다선 의원은 “역대 당선인들이 국무총리 인선 등을 앞두고 대체로 자택 등에서 숙고에 들어가거나, 공개 일정을 최소화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윤 당선인은 특히 스킨십 행보를 보일 때마다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배식 봉사 때는 두건과 앞치마를 두르고 노인과 노숙인들에게 직접 식판을 날랐다. 31일 청년 무역인들과 행사 시작 전 비공개로 만났을 때는 대뜸 과거 외국책을 구매했던 경험을 꺼내며 “요즘 젊은 친구들이 책을 ‘해외 직구’(직접 구매)할 때는 관세가 어떻게 붙냐”고 물었다고 한다. 한 청년 참석자는 “당선인이 의례적으로 딱딱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편한 분위기에서 소소하게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소야대 가시밭…민생 행보로 극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후 외부 일정을 마치고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강정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후 외부 일정을 마치고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강정현 기자

윤 당선인의 이런 행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총리 지명과 4월 임시국회, 6·1 지방선거 등 난제를 앞두고 국정 운영의 동력을 얻으려는 포석”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향후 172석 민주당이 마음먹고 ‘발목 잡기’에 나선다면 새 정부가 자력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윤 당선인이 민생을 적극적으로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의석의 한계를 극복할 명분을 쌓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윤 당선인 앞에는 사상 초유의 여소야대라는 험난한 가시밭길이 놓여있다.  당장 4월 임시국회에서 2차 추경과 대장동 특검법 등을 둘러싼 여야 충돌이 예상되고,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28·31일과 4월 1일 잇따라 초·재선 의원들과 오찬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일부 의원들이 여소야대 구도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식사 자리에 참석한 초선 의원은 “윤 당선인이 ‘임기 시작 뒤에도 의원들과 정기적으로 식사하고 협조도 구하면서 국회와 소통하겠다’고 의원들을 안심시켰다”고 전했다.

당선 초반 '용산 집무실' 이전 논란 등이 지나치게 부각돼 일각에서 부정적 여론이 확산했던 것을 의식한 행보라는 평가도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윤 당선인 주변에서는 “민생과 동떨어진 집무실 이전 문제를 하루빨리 매듭짓고, 시민들과 직접 부딪히는 스킨십을 늘려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졌다고 한다.

약속을 지키는 이미지를 부각하는 측면도 있다. 명동성당 배식 봉사와 4·3 추념식 참석은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약속했던 일이고, 청년 무역인 행사 참석은 지난달 12일 경제 6단체장과 만난 자리에서 구자열 무역협회장의 요청에 윤 당선인이 “참석하겠다”고 화답하면서 성사됐다. 윤 당선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4·3 추념식 참석에 대해 “당선인이 되면 추념식에 오겠다고 약속했고, 그래서 일요일에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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