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쾅 소리 후 쇳덩어리 떨어졌다”…사천, 전투기 추락 4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쾅! 소리가 엄청나서 하늘을 쳐다보니까 섬광이 터지는 것 같더라. 그러면서 비행기 파편이 비 오듯 떨어지고 있었다.”

경남 사천시 정동면에 위치한 사천읍교회 권사인 강효선 씨(56)의 전투용 훈련기 추락사고 목격담이다. 강씨는 1일 오후 1시 36분쯤 교회 건물 뒤에서 벽화 작업을 하던 중 굉음을 듣고 놀라 교회 안으로 도망쳤다고 한다.

1일 오후 1시 36분 경남 사천시 정동면 고읍리 한 들판 인근에 공군 훈련용 전투기 KT-1 두 대가 충돌해 추락했다. 사진은 전투기 충돌 직후 낙하산으로 탈출하는 조종사들의 모습. [연합뉴스]

1일 오후 1시 36분 경남 사천시 정동면 고읍리 한 들판 인근에 공군 훈련용 전투기 KT-1 두 대가 충돌해 추락했다. 사진은 전투기 충돌 직후 낙하산으로 탈출하는 조종사들의 모습. [연합뉴스]

그는 “교회 안 창문으로 보는데, 교회 바로 뒤쪽 산에 파편이 우수수 떨어졌다”며 “교회 옥상에도 비행기 날개가 떨어져서 냉난방 공조기에 불이 났다. 이거 때문에 교회가 전체가 정전됐다”고 말했다.

1일 오후 1시 35분쯤 경남 정동면에 위치한 사천읍교회 옥상에 TK-1 훈련기 파편이 떨어지면서 냉난방 공조기 일부가 불에 탔다. 안대훈 기자

1일 오후 1시 35분쯤 경남 정동면에 위치한 사천읍교회 옥상에 TK-1 훈련기 파편이 떨어지면서 냉난방 공조기 일부가 불에 탔다. 안대훈 기자

훈련기 1대당 교관·훈련병 1명씩 탑승…4명 전원 순직

공군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공중 비행 훈련을 위해 이륙한 KT-1 훈련기 1대와 이어서 계기비행으로 이륙한 KT-1 훈련기 1대가 오후 1시 37분께 비행기지 남쪽 약 6km 지점 상공에서 공중충돌하면서 발생했다. 두 훈련기가 연달아 이륙한 지 5분 만에 사고가 났다. 훈련기 1대당 훈련병과 교관이 각각 1명씩 탑승하고 있었으며, 4명 모두 숨졌다.

사고 직후 훈련기 2대에 탑승한 4명 모두 비상탈출이 이뤄졌지만, 전원 순직했다. 사고 발생 지점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굉음에 놀라 나가봤더니 비행기 파편이 비 오듯 떨어지고 낙하산 몇 개가 펼쳐지더라”며 “낙하산에 매달린 조종사들이 미동도 없이 매달려 있었다”고 증언했다.

공중에서 충돌한 훈련기는 폭발을 일으켰고 당시 파편이 마을 내 민가와 인근 밭 등지에 떨어졌다. 주민 윤대규(75)씨는 “밭에서 일하고 있는데 하늘에서 ‘쾅 쾅’하는 소리가 나더니 바로 옆에 쇳덩이가 떨어졌다”며 “만약에 내가 맞았으면 하는 생각에 아찔했다”고 사고 당시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 민가나 주민들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1일 경상남도 사천시 정동면 화암리 상공에서 공군 훈련기 2대가 공중에서 충돌해 추락했다. 사진은 경상남도 사천시 정동면 화암리 주택가에 떨어진 훈련기 잔해들. 송봉근 기자

1일 경상남도 사천시 정동면 화암리 상공에서 공군 훈련기 2대가 공중에서 충돌해 추락했다. 사진은 경상남도 사천시 정동면 화암리 주택가에 떨어진 훈련기 잔해들. 송봉근 기자

공군은 참모차장을 조사본부장으로 하는 비행사고 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사천공군비행단 현덕진 공보실장은 “2명씩 탈 수 있는 훈련기로 교관과 훈련생이 함께 탑승해 통상적으로 하는 훈련 비행 중이었다”며 “교관 조종사로는 비행단의 현역 장교나 교수가 탑승한다”고 말했다.

동체 앞부분에 단발 프로펠러를 장착한 KT-1 훈련기는 초급 훈련용으로 사용하며 통상 교관 1명과 학생 조종사 등 2명이 한 조를 이뤄 비행한다. 현 공보실장은 “교관과 훈련생의 기수 및 인적사항을 확인 중에 있다”며“누가 전투기를 조정했는지도 현재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유사시 교관 조정 가능…블랙박스 봐야 사고원인 알 수 있어”

전문가들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대 항공우주학과 김대우 교수는 “KT-1은 앞·뒤로 1명씩, 총 2명이 탈 수 있는 구조”라며 “뒷자리에도 조종관이 있어 유사시 교관이 조종할 수 있다. 이 사고 경우 누가 어디에 탔는지는 블랙박스를 열어보기 전까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 원인 추정은 매우 조심스럽다”며 “훈련 시 통상 사천공항 관제탑에서 관제가 이뤄지는데 KT-1에 위치 확인을 위한 레이더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공군 관계자는 “날씨가 좋아 시야 확보가 나쁘지 않았고, 훈련용 전투기의 경우 일반 비행기보다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사고 원인을 현재로써는 알기 어렵다”며 “기체 결함 여부를 포함해 다각도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