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환율이 서장·안정 위협|IMF전망 통해 본 내년도 세계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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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내년도 세계 경제 전망은 말 그대로「불투명」하다. 경제 전망의 주요변수인 원유가격, 각국의 환율·금리 등 이 극히 불안정해 주요 경제전문 예측 기관들도 내년도 경제 전망을 잇따라 수정하거나 또는 정리된 전망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90년에 이어 내년에도 저 성장이 예상되며 인플레이션 등 경제적 불안정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IMF(국제통화기금)가 최근 중동사태에 따른 유가상승을 고려, 수정한 90∼91 세계 경제 전망을 토대로 내년도 세계 경제의 윤곽을 잡아 본다.

<주요 변수>
불안정한 중동정세에도 불구, 유가전망은 사대발생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좀더 낙관적인 견해가 나오고 있다.
사태가 전쟁과 유전파괴로 치닫지 않는 한 유가는 내년 봄 이후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공급 중단 분이 하루 4백만 배럴이지만 이는 사우디 등 다른 OPEC (석유수출국기구)국가의 증산으로 충당이 가능해 올해 4·4분기 유가는 배럴 당 평균 21달러수준일 것으로 IMF는 예측하고 있다.
또 내년 2·4분기 이후는 유가하락이 시작돼 4·4분기에 가면 OPEC의 기준가격인 21달러수준으로 내릴 것이라는 게 IMF의 최근 전망이다.
이 경우 90년의 평균유가는 20·59달러, 91년에는 22·75달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원유를 제외한 1차 산품 가격은 소폭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IMF는 전망하고 있다.
IMF의 경제전망 중 또 다른 기본 가정은『주요 통화환율은 올해 8월의 평균수준이 91년 말까지 지속되고 유러 달러금리는 8%수준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1MF가 세계경제 전망을 발표한(9월19일) 이후 달러약세가 급속히 진행되는 등 상황이 크게 달라져 있다.
8월중 1달러에 l백40엔 대에서 움직이던 달러화는 현재 1백30엔을 밑돌고 있다.
미국의 와튼 계량 경제연구소(WEFA)와 일본의 노무라 종합 연구소는 9월 전망에서 올 연말의 달러환율을 각각 1백38엔, 1백46엔으로 보았는데 현재 추세로는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기본적으로 달러화의 가치는 미일의 금리차이에 크게 좌우되는데 울 하반기이후 일본의 실질금리가 미국 수준을 웃돌고 있으며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일본의 인플레 우려라는 서로 상반된 상황 때문에 금리격차는 당분간 재 역전되기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
독일도 통일후의 인플레 문제로 금리인하는 고려키 힘든 입장이다. 국제 금리는 그동안 주요한 자본 공여 국이었던 서독이 동독 통독 통합 후 막대한 자체수요로 공급여력이 크게 줄 것으로 보이고 미국의 재정적자 축소 노력이 정치적 이유로 한계에 부닥치는 등의 요인으로 강한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내년도 경제 전망은 이같은 불안정한 환율·금리, 또 중동사태의 전개 여하에 따라 앞으로도 수정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성장>
앞서의 기본 전제하에서 전 세계의 경제성장률은 중동사태 이전의 기본전망(2·8%)보다 0·4%포인트 낮은 2·4%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는 미국의 경기침체 등으로 2%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금리 인하가 늦어짐에 따라 민간수요가 둔화되는 등의 이유로 올해 1·3%의 저 성장이 예상되고 내년에도 이보다 다소 높은 1·7%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은 유가상승에도 불구, 올해 재정수요가 늘고 수출이 호조를 보여 5·1%의 높은 성장이 예상되나 내년에는 금리인상 효과가 나타나면서 3·7%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 국가들은 EC통합·통독에 따른 소비·투자증대로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가 예상되나 영국은 인플레에 따른 고금리의 영향으로 90∼91년 중 1%대의 저 성장이 예상됐다.
개도국은 원유수출국과 수입 국간에 큰 차이가 있고, 또 동구국가들의 극심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전체적으로는 올해(2·2%)의 침체에서 벗어나 내년에는 4·2%의 비교적 높은 성장세가 점쳐지고 있다.

<물가>
IMF가 경제 전망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정책 권고는 주로 통화·재정 긴축을 통한 인플레억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가의 향방이 물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앞서의 기본 가정 하에서 0·5%포인트 미만의 영향에 그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선진국의 물가는 금융 긴축 기조가 이어질 경우 90, 91년에도 89년과 비슷한 4%안팎의 상승이 예상된다.
개도국의 경우 90년에는 작년에 이어 1백%이상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되나 내년에는 유고·아르헨티나·브라질 등 초 인플레국가의 안정화 정책 등으로 16%수준으로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상수지>
유가상승으로 인한 교역조건이 나빠져 올해는 미국·영국을 제외한 선진국들의 경상수지가 악화될 것으로 보이며 내년에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양대 투자 국인 일본과 서독의 경우 일본은 주가 상승에도 불구, 내년에 경상수지 흑자가 다시 늘 것(90년 4백75억 달러→91년 5백5억 달러)으로 보이나 통일된 독일은 감소추세가 이어질 것(4백89억 달러 3백84억 달러)으로 예상됐다. <박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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