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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50억 노다지, 법정 분쟁 가열...스카이72 전쟁의 속사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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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72 골프장. [뉴스1]

스카이72 골프장. [뉴스1]

인천 공항 옆에 있는 스카이72 골프장(72홀)은 한국의 명문 골프장이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을 꾸준히 열었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공사와의 법정다툼으로 3년째 시끄럽다.

두 회사는 2002년 스카이72 골프장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공항공사는 활주로 유휴부지를 대고, 건물과 코스는 스카이72가 지었다. 양측은 제5 활주로가 건설될 2020년 말 코스와 건물을 철거하고 땅을 인수·인계하기로 했다.

그러나 제5 활주로 건설이 늦어지면서 철거될 예정이던 골프장과 클럽하우스 등의 건물은 살아남게 됐다. 갈등의 씨앗이었다.

골프장과 클럽하우스는 누구 것인가.

공항공사는 민간사업자가 투자해 사회기반시설을 짓고 일정 기간 운영 뒤 정부에 소유권을 넘기는 민간투자(BOT) 방식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수십억 원을 들여 철거까지 해줘야 하는 스카이72가 그냥 내놓는 것이니 오히려 이득이라고 했다.

스카이72는 생각이 달랐다. “공기업인 공항공사는 민간투자 계약을 맺을 수 없어 단순 토지 임대 계약이며, 따라서 건물 등은 스카이72의 소유”라고 주장했다. 소송을 대비해, 일찌감치 주요 로펌들의 자문을 받아 놨다.

인천국제공항.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연합뉴스]

스카이72는 우선협상자로 나서 계약을 연장해 계속 영업하기를 원했다. 스카이72의 논리는 이랬다.

"공항공사가 새로 사업자를 선정한다면 스카이72 측에 지상물(건물과 코스 잔디, 나무 등에 대한 권리)과 바다 매립으로 토지 가치를 상승시킨 비용(유익비) 등을 돌려줘야 하고, 골프장 등록세까지 내야 한다. 막대한 돈(스카이72 주장, 2500억원)을 내면서 새 사업자를 구하느니 기존 스카이72와 계약을 연장하는 것이 옳다."

스카이72는 또 “불모지를 일궈 한국 최고의 골프장으로 만들어온 자신들의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했다.

스카이72 "세금 수천억 낭비하느니 우리가 영업하게 해달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골프장 운영사를 바꾸는 데도 명분이 있다. 한 회사에 계속 영업권을 준다면 특혜 시비가 나올 수도 있다. 공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이미 끝난 계약을 재연장할 이유가 없다”며 “새로운 입찰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약 마감을 앞두고 공항공사가 스카이72에는 영업권을 절대 주지 않을 거란 소문도 많았다. 함께 하기엔 양쪽 감정의 골이 너무 깊다는 얘기였다.

양측은 2016년 제2 터미널 진입로 소송을 벌였다. 스카이72는 이 소송으로 땅 주인인 공항공사에게 89억원을 받아냈다.

공항공사가 강제집행을 하려 하자 스카이72는 가처분 신청을 내서 공사를 막았다. 공적 기반시설인 도로를 만드는데 방해를 받았다고 생각해 공항공사 측의 감정이 좋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스카이72 골프장 바다코스 앞에서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무단점거로 피해가 크다″며 시위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지난해 4월 스카이72 골프장 바다코스 앞에서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무단점거로 피해가 크다″며 시위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공항공사는 스카이72가 운영하는 네스트 호텔 앞에 소방차를 주차해 영업을 어렵게 했다. 진입로 소송에 대한 보복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스카이72는 코스 내 석산 개발을 반대해 국토부 관리와 충돌한 사건도 있다.

스카이72, 진입로 소송서 89억 받아내 공항공사와 앙금 

골프장 영업권을 원하는 다른 회사도 많았다. 스카이72 골프장은 최근엔 연 150억원의 당기 순이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그래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데, 최근 코로나로 인한 골프붐으로 골프장 가치가 급등했다.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한국의 관문인 인천공항 옆 72홀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해 운영해보겠다"는 골프장 그룹도 있었다.

골프장이 정권 실세 쪽에 낙점됐다는 루머도 심심찮게 나왔다. 이 땅은 이미 2001년부터 특혜 시비가 있었다. 당시 정권 실세의 친인척이 골프장 개발에 참여했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청와대 행정관이 구속되기도 했다.

공항공사는 2020년 9월 입찰을 강행, KMH신라레저를 사업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스카이72는 골프장에서 나가지 않고 버텼다. 강제로 내보낼 수 없어 공항공사는 인천지법에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공항공사, 버티는 스카이에 단전·단수 물리력 행사

거대 로펌들이 동원됐다. 스카이72와 인천공항공사 모두 모두 부장판사 출신, 헌법재판관 출신 등 거물급 변호사를 대거 투입했다. 관계자들은 “골프장 싸움에 변호사들이 돈을 다 가져간다”고 했다.

지난해 4월 공항공사는 스카이72 골프장에 전기와 수돗물을 끊었다. 골프장에서 발전기를 돌리다 불이 나기도 했다. 스카이72 측은 단전 조치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4월 소방관들이 골프장 단전으로 인해 발전기를 돌리다 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인천 영종소방서 제공]

지난해 4월 소방관들이 골프장 단전으로 인해 발전기를 돌리다 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인천 영종소방서 제공]

지난해 7월 1심에서는 인천공항공사가 완승했다. 인천지법 행정 1-1부(양지정 부장판사)는 “스카이72는 공항공사에 토지와 골프장 · 부대시설 건물을 인도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민간투자개발사업 실시협약의 문언, 각 조항의 관계, 그 취지 등을 감안하면 스카이72측 토지사용기간은 2020년 12월 31일 종료됐다”고 판결했다.

스카이72가 제기한 지상물매수청구권 및 유익비 상환청구권 등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협약의 주된 목적, 구조, 내용에 비추어 볼 때 민법상 임대차계약과는 성질이 다르고, 만일 이를 인정하면 원래 예정된 것보다 훨씬 많은 투자비용의 회수를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고 판시했다.

스카이72 측은 즉각 항소했다. 이와 별도로 인천공항공사 김경욱 사장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는 등 양측의 고소전이 이어졌다.

1심은 인천국제공항공사 완승, 대법원 갈듯

서울고등법원은 공항공사가 스카이72를 상대로 낸 부동산 인도 소송 항소심의 선고일을 다음달 29일로 잡았다. 4월 초 마지막 변론기일이 잡혔다. 법조계에선 항소심 선고가 나와도 양측이 이에 불복 대법원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공항공사는 2020년 7월 골프장 운영권과 관련한 이사회를 열었다. 공사 측은 이제까지 이 회의록의 안건과 발언요지, 결론 부분만 공개하고 이사들의 발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스카이72 측은 “회의록 공개를 요청했는데 인천공항공사는 '이사들의 발언이 기재된 녹취록을 작성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고 했다.공항공사는 법원, 감사원에도 회의록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본지가 입수한 2020년 7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사회 회의록. [중앙포토]

본지가 입수한 2020년 7월 인천국제공항공사 이사회 회의록. [중앙포토]

그러나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 61조에는 이사회 회의의 개최일시, 장소, 참석자 명단, 회의에서의 참석자 발언내용, 회의결과 등을 기록한 회의록을 작성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발언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공항공사 회의록 "입찰시 최악의 경우 1700억 손해 가능" 

이에 대해 인천공항공사 측은 “녹취록은 우리에게 없는 게 맞다. 그간 이사회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해서 법정, 감사원에 다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공사 측이 주장하는 회의록은 발언록을 뺀 안건 내용과 발언 요지, 결론 부분 만을 말한다.

공사 측은 또 “회의에서 찬성과 반대의 갑론을박이 나오는 게 당연하며 중요한 건 결론이 원안접수(입찰)로 나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스카이72 골프장 노사협의회, 캐디자치회, 협력업체협의회가 고용 문제 해결과 공사의 단전 및 단수 등의 조치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4월 스카이72 골프장 노사협의회, 캐디자치회, 협력업체협의회가 고용 문제 해결과 공사의 단전 및 단수 등의 조치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갑론을박을 왜 공개하지 않았는지는 의문이다. 공항공사가 모르고 있는 녹취록이라면 누가, 왜 제작했는지도 풀어야 한다.

녹취록에 의하면 "해당업체는 15년 정도 골프장을 운영하였고,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어 이익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부 용역과 법적 검토, 정부 협의 결과가 다 이미 나온 시점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연장을 해달라고 업체에서 요청을 하더라도 이를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문제의 여지가 있다"는 입찰 찬성 발언이 나온다.

반면 “최악의 경우 1700억원 손실도 가능하다”. “2~3년 다른 사업자 영업을 위해 700억 등록세를 내야 하는 셈이다”, “공정성 측면에서도 (입찰 외에) 다른 옵션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문제다” 등의 입찰 반대 의견도 있었다.

또한 녹취록엔 “정부와 이미 큰 틀에서 처리 방향을 진행했다”는 발언이 있다. 공항공사가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기존 사업자를 배제하고 입찰을 추진했다는 뉘앙스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입찰, 정액제에서 요율제로 변경

공항공사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낙찰자 사전내정설 관련, 본 입찰은 최고가낙찰제가 적용된 바 입찰자의 응찰가를 유일한 낙찰요인으로 하는 최고가 입찰에서 다른 요인이 개입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정액제라면 그렇다. 가장 돈을 많이 낸 업체가 입찰을 받는다. 공항공사는 임대료를 정액으로 징수하기로 했다가 요율(매출액에 연동한 금액)로 변경했다. "미래 예측불능의 매출 급감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업자와의 상생측면에서 안정적 경영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바꿨다"고 했다.

요율로 하면 복잡해진다. 그 것도 두 골프장을 따로 하면 고차방정식이 된다. 영업권을 딴 KMH는 하늘코스 116.10%, 바다 코스는 최저한도인 46.33%를 적어냈다.

그러나 당시 매출 급감 상황의 원흉이던 코로나19는 골프장에겐 영업 활성화 요소였다. 골프는 고통 분담의 대상이 아니었다.

또한 공항공사는 2020년 9월 이후, 영업이 거의 안 되는 입국장 면세점 한 곳을 제외한 다른 입찰에서는 정액제 혹은 정액제와 요율제를 혼합한 비교징수를 고수했다.

요율이 100%를 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요율 116.1%라면 100만원 매출에 116만1000원을 임대료로 내겠다는 뜻이다. 손해를 크게 볼 생각이 아니면 이런 요율을 낼 회사는 없다.

KMH "100만원 매출에 116만원 임대료 내겠다"

KMH는 사이즈가 큰(54홀) 바다코스에서 돈을 벌어 18홀 하늘코스 손해를 벌충하겠다는 건데, KMH측에선 "상식을 파괴한 창의적인 계산이다. 2위인 골프존도 100%를 넘겼다"라고 하고 다른 경쟁자 측에선 "100%를 넘게 써도 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나" 의심한다.

공항공사는 요율 100%를 넘어도 된다는 것을 업체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공항공사는 "요율제를 두 가지로 한 건 두 사업장의 사업 기간이 달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였다. 입찰과 관련해서는 감사원의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입찰에서 떨어진 써미트CC는 “영업 요율로 보면 KMH가 1위지만, 실제 임대료는 써미트가 더 많다. 공항공사는 더 적은 임대료를 내는 업체를 선정했다”면서 낙찰자 결정 무효 및 낙찰자 지위확인 청구 소송을 냈다. 서미트는 1심 판결에서 패소했는데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한편 국민의힘 정동만 의원은 “낙찰받은 업체는 과거 정부에서 실세에 있던 분들 최측근, 보좌관, 친인척이 가득하다”며 “현 정부의 고위층에도 학연과 정치적 경험을 나눈 사람들이 퍼져 있어 로비 의혹, 합리적 의심이 된다”고 주장했다.

KMH 측은 "정상적 입찰을 거쳤고, 정치권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심석용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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