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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보단 안전 택한 김동연…“경기는 반드시 이겨야할 곳”

중앙일보

입력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 지방선거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 지방선거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도전설이 함께 돌던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결국 보다 ‘쉬운 길’을 택했다. 김 대표는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를 대한민국의 변화를 이끌 새로운 중심으로 만들겠다”며 “누구보다 경기도를 잘 알고,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 경기도는 제게 기회를 열어준 곳이자 이제는 제가 헌신해야 할 곳”이라며 경기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경기도는 반드시 이겨야하는 곳이다. 지선에서 경기도는 ‘범 정치교체 세력’에게 가장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이라며 “제가 당선되면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독선에 빠지지 않도록 견제가 된다”고 주장했다. 당선 가능성을 고려한 그의 선택에 대해 당내에선 “정치적 희생보다는 쉬운 길을 택했다”(수도권 중진)는 말이 나온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서울에선 4.83%포인트 졌지만 경기도에선 5.32%포인트 이겼다.

‘이재명’ 언급만 10차례…金 “李와 함께하는 경기 선거”

김 대표는 기자회견의 상당 시간을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의 끈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저는 정치교체와 국민통합이라는 공동 가치로 이 전 지사와 손을 잡았다”며 “이같은 선언과 약속을 이 전 지사와 함께하는 경기도 선거 승리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10여분간 진행된 출마선언문 발표와 질의응답 과정에서 김 대표는 이 전 지사를 10차례나 언급했다.

김 대표는 “이 전 지사와 여러 차례 통화했다”는 등 자신의 출마가 사전에 조율된 듯한 말도 했다. 이 전 지사 측근 그룹 ‘7인회’ 소속인 정성호·김병욱 의원도 그의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정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열정과 의지로 도우셨다”며 김 대표를 치켜 세웠다.

지난 대선을 눈앞에 둔 3월 7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왼쪽)가 충북 청주에서 유세를 하며 단일화를 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와 손을 잡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대선을 눈앞에 둔 3월 7일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왼쪽)가 충북 청주에서 유세를 하며 단일화를 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와 손을 잡고 있다. 중앙포토

김 대표의 경기도행에 대해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김 대표와 이 전 지사 두 사람의 정치적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해석했다. 제도 정치권 진입이 당면 목적인 김 대표 입장에선 이 전 지사의 후광 효과가 큰 지역을 선호할 수밖에 없고 8월 전당대회 등판설이 도는 이 전 지사 입장에서도 ‘안방’ 경기도 사수는 등질 수 없는 숙제라는 얘기다. 이 전 지사와 가까운 한 재선 의원은 “김 대표는 민주당의 수도권 선거를 경선부터 달굴 유일한 흥행 카드”라며 “이 전 지사가 특정 경선 주자를 지원하진 않겠지만 빅 카드의 경기도행은 이 전 지사의 필요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선룰 신경전도 점화…金 “외부인사에 불리”

김 대표는 현재 ‘권리당원 50%·일반국민 50%’인 경선룰 변경을 위한 기 싸움을 먼저 시작했다. 그는 “‘권리당원 50%’ 룰이 저처럼 바깥에서 온 사람에게는 불공정할 수 있다. 당이 공정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신경 써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자인 조정식·안민석 의원이나 3선 수원시장을 지낸 염태영 전 최고위원 등은 반발할 조짐이다. 같은 날 출마선언을 한 안 의원은 “룰은 지켜져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오른쪽)과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한정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윤 위원장과 김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양당 합당 및 6.1 지방선거 출마 등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국회사진기자단

윤호중 민주당 비대위원장(오른쪽)과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한정식당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윤 위원장과 김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양당 합당 및 6.1 지방선거 출마 등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시장 선거에 비해 해볼 만하다지만 본선 상대도 만만치 않다. 대선주자급으로 평가받는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경기도를 위해, 대한민국을 위해 저를 바치겠다”며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역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김은혜 윤석열 당선인 대변인 도전설도 계속되고 있다. 경기지사 적합도를 묻는 인사이드뉴스·피플네트웍스 여론조사(지난 28~29일)에서 유 전 의원은 22.4%로 1위, 김 대표는 13.0%로 2위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김 대표는 “유 전 의원은 경제를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옆에서 평가하고 비판, 훈수하는 역할을 했다. 저처럼 35년간 경제를 직접 운영하고 총괄한 경험은 없을 것”이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정치평론가 박동원 폴리컴 대표는 “국민의힘 역시 정권 초반 국정운영 동력을 갖기 위해 경기지사 선거에 사활을 걸 것”이라며 “서울시장행을 택했다면 낙선해도 희생 이미지가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었겠지만 경기지사 선거에선 패하면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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