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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금리 4% 목전, 6% 넘는 주담대도…등 휘는 '영끌'족

중앙일보

입력

금융당국 발 ‘대출 한파’는 물러났지만, 가파르게 오르는 금리가 대출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연 4%대에 근접하며,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며 시중은행에서도 최고 금리가 연 6%가 넘는 주택담보대출 상품도 등장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족의 등골이 휠 지경이다.

최근 국고채 금리가 상승한 영향으로 시중은행에서 상단 금리가 6%를 넘어선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나왔다. 연합뉴스

최근 국고채 금리가 상승한 영향으로 시중은행에서 상단 금리가 6%를 넘어선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나왔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31일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2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전달보다 0.02%포인트 오른 연 3.93%로 집계됐다. 2014년 7월(연 3.93%) 이후 최고치다.

항목별로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전달보다 0.03%포인트 오른 연 3.88%였고, 일반신용대출 금리가 전달보다 0.05%포인트 오른 연 5.33%였다. 주담대와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각각 2013년 3월(연 3.97%), 2014년 8월(연 5.38%) 이후 가장 높다.

예금은행 대출금리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예금은행 대출금리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출금리 상승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각종 지표금리가 오른 영향이다. 주담대 고정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해 말 2.259%에서 지난 30일 3.044%로 뛰었다. 5년물 금리는 지난 28일 3.229%로, 2014년 6월 9일(3.251%)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3월 들어 은행채 금리가 급등하며 이달 대출금리는 더 큰 폭으로 뛰고 있다. 31일 기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연 4~6.1%로, 최고 금리가 이미 연 6%를 넘어섰다. 주담대 금리가 6%를 넘어선 건 2011년 이후 11년 만이다.

전세대출도 금리 연 5%가 넘는 상품 상품이 등장했다. 하나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31일 기준 3.671~5.071%(서울보증보험 기준)로 최고금리가 5%를 넘어섰다. 주담대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48~5.23%이고, 신용대출(1등급·1년) 금리는 연 3.63~4.86% 수준이다.

시중은행 대출금리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시중은행 대출금리 추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출금리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공격적인 긴축 행보를 예고한 데다, 한은도 이에 맞춰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Fed의 금리 인상 외에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한 국채 발행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은 금리 인상 요인이 더 뚜렷하다”고 말했다.

변수가 있다면 은행들이 대출 공급을 늘리기 위해 금리를 낮출 가능성이다. 한은 송재창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향후 금리 전망에 대해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가 얼마나 완화되는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은행들의 가계 일반대출에 대한 대출 태도는 당국의 대출 규제가 한창이던 지난해 4분기(-35)보다 올해 1분기(6) 다소 완화됐다. 지수가 양이면 ‘완화’(대출이 쉬워짐)이고, 음이면 ‘강화’(대출이 어려워짐)라는 뜻이다.

대출 규제는 완화되겠지만 금리가 뛰면서 대출자들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특히 변동금리냐 고정금리냐를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 상승기에는 일반적으로 고정금리가 유리하지만, 당장은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금리가 0.87%포인트(주담대 최고금리 기준) 가량 높다. 이 때문에 신규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지난해 2월 31.1%에서 지난 2월 22%로 되려 줄었다.

심혜진 하나은행 도곡PB센터골드PB부장은 “현재는 고정금리가 금리가 높지만, 올해 내내 금리 상승 기류가 이어질 점을 고려해 대출상품을 선택해야 한다”며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금리 차가 1%포인트 미만이라면 고정금리로 대출을 받는 게 낫다”고 말했다.

치솟는 은행채 금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치솟는 은행채 금리.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조금이라도 싼 금리를 찾아 대환대출(대출 갈아타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58개 기관의 대출 상품을 중개하는 대출 비교 핀테크 업체 핀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이용자는 1년 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이용자 4명 중 1명은 대환대출이 목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창구에서 고정금리를 찾는 고객도 이달 들어 늘어나고,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탈 때의 수수료 등에 대한 문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치솟는 금리는 은행 입장에서도 고민이다. 대출금리가 뛰면 은행 이익의 근간인 예대마진이 올라간다. 한은에 따르면 2월 기준 예대마진(잔액 기준)은 2.27%포인트로 2019년 6월(2.28%포인트) 이후 최대폭이다.

반면 금리 상승으로 대출수요가 지나치게 줄어드는 건 부담이다. 5대 시중은행의 대출 잔액은 지난 1월(-1조3634억원), 2월(-1조7522억원) 등 매달 줄고 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금리가 치솟고 대출을 받아 투자를 받을 때가 적다 보니 고신용자를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급격히 줄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대출 우대금리를 올리는 등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5월 말까지 주담대를 받을 경우 특별 우대금리 0.2%포인트를 적용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이날 신용대출 금리를 상품별로 최대 0.4%포인트 내렸다. 케이뱅크는 지난 5일에도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3%포인트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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