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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자가격리는 풀면서…국제선 운항률은 계속 9%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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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면제로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이집트로 향하는 여행객. [연합뉴스]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면제로 해외여행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이집트로 향하는 여행객.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완료자는 입국 때 자가격리가 면제되면서 해외여행 예약과 문의가 많이 증가했지만, 정작 국제선 항공편 운항은 거의 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실상 운항 허가권을 행사해 온 방역 당국이 여전히 국제선 증편에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에 제동이 걸리면서 항공권 가격은 치솟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국제선 회복률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9%가 채 못 된다. 주 4700여편에 달하던 정기편 운항 규모가 주 420회가량으로 급감했다. 정부는 2020년 4월부터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모든 국제선은 인천국제공항에서만 뜨고 내리도록 일원화했으며, 시간당 도착 편수는 10대로 제한했다. 코로나19 이전 인천공항의 시간당 도착 편수는 40대였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유럽과 미주에서는 항공편 운항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미국은 일부 항공사의 경우 예약 건수가 2019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운항편 허가 권한을 항공 당국에 되돌려주고 국제선 운항편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내 확진자 중 해외 유입 비중은 0.01~0.04% 수준이다.

하지만 번번이 방역 당국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국내에 취항하는 59개국 중 이미 47개국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항공편 운항을 정상화한 상황에서 우리만 뒤처지면 고립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항공편 운항 여부는 매달 방역 당국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우선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국토부, 외교부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상황평가회의에서 논의한다. 여기서 의견이 모이면 총리가 주재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최종 결정을 한다. 복지부와 질병관리청 등 방역 당국도 원론적으로는 국제선 증편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질병관리청 김주심 해외출입국관리팀장은 “방역 상황을 고려해서 가능하면 증편하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4일 회의에서도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방역 당국의 반대에 부딪혀 증편 여부를 결론짓지 못했다.

때문에 국제선 수요는 늘어도 운항 편수는 제자리걸음인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달에 주 128회(36개 노선)를 운항한 대한항공의 경우 4월엔 운항 편수가 겨우 7회 늘어날 뿐이다. 특히 수요가 몰리는 괌 노선은 주 2회에 불과하다.

운항 편수를 제때 회복되지 못하면 해외공항에 확보해 놓은 슬롯(공항 출·도착 권리)유지가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슬롯을 유지하려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규정에 따라 평소 보유량의 80%를 써야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엔 이를 면제해왔다.

하지만 최근 IATA가 의무활용률을 50~80%로 제안했고, 유럽도 64%를 적용하고 있다. 이 비율이 더 올라갈 거란 전망도 나온다. 우리 항공사가 제때 운항편 수를 못 늘리면 슬롯을 잃을 가능성도 크다. 한 예로 런던 히스로공항의 슬롯은 개당 900억원에 거래될 정도로 가치가 높고, 확보도 어렵다.

현재 전수조사로 진행되는 입국 검역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전 검역자료 입력시스템인 Q-코드를 도입해 시간이 다소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30~60분이 걸린다. 유럽과 미주에선 대부분 15~20분 안에 입국절차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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