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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ARM 인수 위한 컨소시엄 검토 중”

중앙일보

입력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30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회사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30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회사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세계적인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인 ARM을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설계 분야로 적극적으로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30일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ARM 인수합병(M&A)을 위해 다른 기업들과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RM은 한 회사가 인수할 수 있는 기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부회장은 이틀 전인 28일 SK스퀘어 정기주총에서도 ARM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회사의 투자 방향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박 부회장은 “ARM도 사고 싶다”고 언급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유럽 등이 ‘반도체 패권 전쟁’에 나선 가운데 SK가 대형 M&A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특히나 박 부회장은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와 ADT캡스,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키옥시아)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시장에서 ‘M&A 승부사’로 불리는 인물이라 이번 발언이 더욱 주목받는다.

ARM은 영국에 본사를 둔 반도체 설계 기업(팹리스)이다. 삼성전자나 애플 등이 개발·판매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반도체 핵심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모바일 칩 설계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90%, 태블릿 설계 분야에서도 85%에 이른다. 대주주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다.

앞서 미국 엔비디아가 2020년 9월부터 400억 달러(약 48조원)를 들여 ARM 인수를 추진했지만 미국·유럽의 경쟁 당국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지난달 8일 거래가 최종 무산됐다.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인수를 저지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엔 영국 경쟁시장청(CMA)이 엔비디아-ARM의 M&A 관련 1단계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심각한 독과점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ARM 공동 인수 컨소시엄에 대한 논의는 박 부회장이 처음 꺼낸 것은 아니다. 지난달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도 ‘인텔 인베스터 2022’ 행사에서 ARM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겔싱어 CEO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ARM을 인텔의 파운드리 비즈니스 어젠다의 일부로 만들 수 있다”며 “만약 컨소시엄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인수 좌절 이후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이라면 모두 ARM에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초기 단계에서 (ARM 공동 인수를) 스터디하는 정도로 논의 중인 건 맞다”고 말했다. 다만 “다른 반도체 회사와 함께하게 될지, 투자전문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게 될지 등 구체적인 사안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답했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키옥시아 지분 투자,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키파운드리 인수 등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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