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겐 마지막 추모식이니 참석하는 게 당연한 예의라고 생각했는데 불참했다. 나와 유족들은 그게 너무 서운하다. 모든 정치적 고려를 떠나 참석해줬다면 유족들은 대통령이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임을 인정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난 25일 대전 현충원에서 열린 '제7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문 대통령이 불참한 데 대해 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은 "행사에 참석한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문 대통령은 왜 임기중 마지막 추모식마저 불참하며 유족들 가슴에 못을 박나'고 항의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와 인터뷰에서다. 일문일답.
(문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과 제2연평해전 및 연평도 포격 순국 용사들을 추모하는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2018년과 2019년 불참했다가 2020년과 2021년에는 참석했다.)
-올해 기념식은 문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행사라 참석 여부가 주목됐는데 결국 불참했다.
"식장에 나온 김부겸 총리에게 '문 대통령이 왜 불참했느냐. 마지막 추모식인데 정말 오시면 안 되는 거냐'고 항의했다. '왜 문 대통령은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란 입장 표명을 꺼리며 끝까지 유족들을 척지고, 가슴에 못을 박느냐'고도 따졌다"
-김 총리의 반응은
"김 총리는 '그에 대해선 미안하다'고 하더라. (표정은?) 곤혹스러워하더라. 나는 이어서 '지금도 민주당 이경 전 선대위 대변인·조상호 전 부대변인 같은 이들이 천안함과 관련해 다른 소리를 하는데 그게 민주당의 당론이냐'고 따졌다. 그러자 총리는 '(당론이) 아니다'라며 '총리로서 국회에서 발언할 기회가 있으면 천안함은 폭침이고 북한 소행이란 얘기를 명확히 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왜 불참했는지 보훈처에 물어봤나
"답이 없다. 말을 안 한다. 추모식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SNS에 글을 올리긴 했더라. 그러나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왜 불참했는지 이유조차 밝히지 않았다."
-대통령이 불참한 건 '난 솔직히 천안함을 북한 소행이라고 명확히 밝히고 싶지 않다'는 의도가 깔린 것은 아닐까?
"나도 그런 생각을 한다. 문 대통령에겐 마지막 추모식이니까 유족들은 그가 참석해서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란 얘기를 해주길 간절히 원했다. 문 대통령이 공식적으로는 말을 안 하면서도 사석에선 에둘러' 북한 소행'이란 얘길 많이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이번에 참석하면 '사석에서나마 북한 소행이라고 말해 고맙다. 그 입장을 마지막으로 공개 표명해 줄 수 없나'고 물으려 했는데 불참하니까 나는 물론 유족들 실망이 크다. 대통령부터 이러니까 민주당 일각이나 좌파 유튜버들이 천안함 좌초니 침몰이니 하며 순국용 사들과 유족들을 능멸하지 않는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기념식에 참석했던데.
"이 대표는 '서해수호의 날'에 이어 다음날 열린 천안함 12주기 추모식에도 참석했다. 난 이 대표에게 '이제 집권당 대표가 됐으니 천안함 특별법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5.18 특별법이 제정돼 5.18을 비방하면 처벌받는데, 천안함은 문 대통령조차 에둘러서나마 '북한 소행'이라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천안함을 비방하거나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고 말이다. 이 자리엔 박홍근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도 왔길래 같은 주문을 했다."
-박 원내대표 반응은?
"'한번 살펴보겠다'고 답하더라. (진정성 있는 말투던가?) 모르겠다. 마침 천안함 최원일 함장도 와 있었는데 최 함장은 '천안함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은 전부 민주당 쪽이니 단속해달라'고 박 원내대표에게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알았다'고 하더라. "
문 대통령, 마지막 '서해수호의 날'행사 불참 #천안함 유족회장,총리에 "끝까지 척을 지나" #총리"미안하다"했으나 유족 실망 극에 달해 #"문 불참,북 소행 인정 싫은 속내 표현인 듯" #보훈처, 대통령 불참 이유 안 밝히며 침묵만 #유족회장 "5.18처럼 천안함도 특별법 절실" #오후5시 '강찬호의 투머치토커' 상세보도
-문 대통령의 불참에 대해 유족들의 반응은
"'역시 문 대통령은 북한 소행이란 말을 하기를 꺼리고, 우리와는 척을 두는구나'는 얘기들을 하더라."
-문 대통령은 '천안함이 누구 소행이냐'는 질문에 '정부 방침에 변화가 없다'는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표현만으론 부족하다. 문 대통령은 지금껏 '북한 소행'임을 명확히 말한 적이 없다고 우리 유족들은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천안함에 대한 입장은?
"그가 대선 후보이던 시절 최 함장과 함께 만난 적이 있다.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고 확실히 얘기했고, 상황에 대한 인식도 명확하더라. 나중에 유족들을 위로하는 자리를 갖겠다고도 했다. 집권 후 시간이 나면 우리를 만나 안아줬으면 좋겠다"
-윤 당선인은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초청받지 못해 불참했다는데
"대통령 참석 행사니까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 게 맞고, 대통령 당선인 참석은 어렵지 않았겠나. 그러니 더더욱 문 대통령의 참석이 절실했는데 또 불참하니까 안타깝다. 임기 중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딱 두 번 왔는데, 그나마 총선(2020년 4월)과 서울,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2021년4월) 을 앞둔 때였다."
(이 기사는 30일 오후 5시 중앙일보 유튜브 '강찬호의 투머치토커'에 상세보도된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