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편찮으신 어머니 돌보겠다" 대구시장 3선 접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30일 오전 대구시청 본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6·1전국동시지방선거 불출마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권영진 대구시장이 6·1지방선거를 두달여 앞둔 상황에서 3선 도전을 접었다.

권 시장은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3선 (대구시장의) 꿈과 소명을 잠시 생각했지만, 포스트 코로나와 새 정부가 출범하는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사람이 대구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기회를 열어드리는 게 대구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으로) 소명과 역할은 여기까지인 듯하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대한민국 발전과 대구의 성공을 위해 미력하게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권 시장은 기자들에게 "당분간 쉬면서, 건강이 좋지 않은 어머니를 돌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권 시장의 입장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질문은 받지 않았다. 이에 따라 권 시장의 불출마에 대한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대구지역 정가에서는 여론조사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 국민의힘 공천 페널티 규정이 최근 변경된 것 등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7년 대구 서문시장에서 홍준표 의원(오른쪽)과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야기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권 시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차기 정부 초대내각 참여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깐부'를 내세울 정도로 친밀한 사이로 알려져서다. 이에 대해 권 시장 측근은 "차기 정부 초대내각 참여 부분도 정확한 게 아직은 없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2014년 대구시장에 당선된 후 2018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시장직을 수행하면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확정, 대구시청사 이전 확정 등의 성과를 이뤄냈다.

권 시장의 불출마로 ‘보수 텃밭’인 대구시장 선거판은 요동을 치는 분위기다. 우선 홍준표 의원과 김재원 최고위원 등 국민의힘 대구시장 주자들의 공천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도 국민의힘 공천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여기에 달성에 둥지를 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 유영하 변호사의 시장 출마설도 나온다. 유 변호사는 출마설과 관련해 지난 28일 월간중앙에 "완전히 대구시장 (선거) 출마 결정을 한 건 아니다. 그러나 깊이 고민 중이며 (출마 여부를) 곧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형기 경북대 명예교수, 정상환 변호사 등도 조만간 공천 레이스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홍의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뉴스1

더불어민주당 주자들의 등판설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주자는 홍의락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다. 보수색이 짙은 대구지만, 지역에 거주하며 대구시 부시장까지 경험해 지역 정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게 강점이다.

앞서 그는 지난 29일 출마 의지를 보이는 듯한 메시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대구 정치판은 가히 시궁창이 되어 가고 있다. 총선 때 홍준표는 두더지처럼 기어들어 오더니, 김재원은 날파리처럼 날아들어 온다. 대선 때는 이재명이 박창달을 밀어 넣더니 급기야 박근혜도 유영하를 밀어 넣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록 발은 시궁창을 딛고 있어도 부디 높은 이상을 가져야 한다. 역사를 보면 대구·경북(TK)의 DNA는 혁신이다. 대구가 정체성을 찾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했다.

김동식 대구시의원, 서재현 대구 동구갑지역위원장 등의 출마설도 나온다. 이밖에 정의당 한민정 대구시당위원장, 국민의당 정용 전 대구시의원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표밭갈이에 나섰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