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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봉정민이 고발한다

코로나 검사로 1000만원 번다? 총알받이 동네병원은 괴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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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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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속항원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동네 병원이 붐빈다. 그래픽=김현서 기자

코로나19 신속항원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로 동네 병원이 붐빈다. 그래픽=김현서 기자

지난 11일 귀가 어두우신 할머니가 기침과 열이 난다며 병원에 오셨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우리 병원에서는 정부 방침상 고령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5000원짜리 신속항원 검사를 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60세 이상은 고위험군으로 분류가 돼 있어 보건소에서 진단을 받거나 자기 부담금 2만원을 내고 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열이 나고 기침하는 할머니에게 보건소로 가시라고 하기도 어렵고, 보험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서 납득시킬 자신도 없어 무료로 신속항원 검사를 해드렸습니다. 두 줄이 나왔고, 할머니에게 보건소로 가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확진자 등록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3일 뒤에 할머니가 다시 오셨습니다. 보건소에 가지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그 새 제도가 바뀌어서 동네 병원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60세 이상도 확진자 등록이 가능했습니다. 하루가 멀다고 지침이 바뀝니다.

질병청 홈페이지 먹통, 보건소 전화 불통 

할머니를 확진자로 등록하려고 하는데, 질병관리청 홈페이지가 먹통이었습니다. 요즘 보건소는 너무 바빠 전화 연결이 어렵습니다. 질병청도 마찬가지입니다. 보건소 담당자에게 문자를 보내니 다행히 어떻게 하라고 안내를 해줍니다. 고령에 기저질환자라 코로나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처방하려고 했는데 근처 약국에 약이 없었습니다. 조금 멀지만 다른 약국에 재고가 있는지 확인했더니 다행히 거기에 재고가 있습니다. 그런데 꼭 필요한 기침약인 코데인은 없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그 약을 처방해야 할머니가 오늘 밤에 잠을 주무실 거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방전을 두 장으로 나누면 해결될 문제지만, 그러면 할머니가 약국을 두 군데를 들러야하고, 한 장은 무료로 약을 받을 수 있지만 다른 한 장은 무료가 아니라 서운해하시지 않을까 걱정이었습니다. 다행히 팍스로비드와 코데인이 모두 있는 약국을 찾았는데, 좀 멀리 있었습니다. 귀가 어두우셔서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난감했습니다. 그리고 이분이 집에 가시면 재택 관리한다고 날마다 전화 드려서 상태를 파악해야 하는데 과연 전화통화가 될까 걱정도 됐습니다. 여기저기 전화하고 문자를 하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감염관리료와 검사료를 못 받기 때문에 결국 진료비 2만원 정도를 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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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진료 중간중간 전화로 재택치료 환자들 상태를 확인하고 처방을 합니다. 다들 상태가 괜찮은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는데 한 분이 조금씩 숨이 가빠져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한 시간 간격으로 전화하며 호흡수는 어떤지 스마트워치에 표시되는 산소 포화도는 얼마인지 물어보는데 점점 수치가 떨어졌습니다. 전담병원으로의 이송이 필요할 것 같다는 판단에 보건소로 전화했지만 역시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환자 진료를 보는 도중 다른 직원에게 대신 전화 연결을 부탁했습니다. 한참 지나서 보건소 연결이 되었는데 하필 담당하는 분이 지금 자리에 없답니다. 급한 마음에 전담병원에 연락해 환자 상태를 설명하고 호흡기가 필요할 상황이라 당장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하는데, 보건소 담당자를 통해 병실을 배정받기 전에는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다고 합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시민이 신속항원 검사 대기표를 뽑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의 한 이비인후과 의원에서 시민이 신속항원 검사 대기표를 뽑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소 담당자가 연결되지 않으니 응급실로 밀고 들어가면 되겠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합니다. 뭔가 크게 잘못된 시스템이라고 생각하는 찰나 다행히 담당자와 연결이 됐습니다. 그렇게 또 2만원 정도를 벌었습니다.

부원장 확진에 내시경 다 취소

신속항원 검사 양성도 코로나 확진 판정이 된다고 하니 갑작스레 환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많이 와도, 손 소독하고, 검사하고, 손 소독하고, 환기하고, 15분 대기하는 프로토콜대로 진행하다 보니 검사 건수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접촉되는 환자 수가 늘다 보니 요즘에 우리 병원 의료진이 일주일에 한 명씩 코로나 감염으로 격리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개인 병원이라 의료진 한 명 한 명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집니다. 오늘은 부원장까지 확진되는 바람에 의사는 저 혼자였습니다. 당분간 부원장님이 진행할 내시경 검사도 다 취소하고 환자 예약도 모두 변경해야 합니다. 신속항원 검사로 늘어난 매출보다 내시경과 검진 취소로 없어지는 매출이 훨씬 크기 때문에 당분간 매출이 많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지난 14일 부산의 한 병원에서 신속항원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 시민들. [연합뉴스]

지난 14일 부산의 한 병원에서 신속항원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 시민들. [연합뉴스]

그런데 며칠 전 ‘신속항원 검사로만 하루 매출 1000만원?’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에 뒤이어 ‘신속검사 한 번 하면 병원에 6만원 입금?’이라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의사가 너무 쉽게 돈을 번다는 뉘앙스가 느껴졌습니다. 만약 기사 내용처럼 동네 병원이 코로나 검사로만 하루에 1000만원을 번다면 아직까지 신속항원 검사를 하지 않는 병원과 의원이 곳곳에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아쉽게도 그 언론사의 최근 기사에서 최근에 바뀐 방역 지침이 우리가 목표하는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적절한지, 지금까지의 방역 정책의 허점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진단은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의원과 병원에 팍스로비드 공급해야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생각하면서도 생업을 위해 검사를 회피하는 일명 ‘샤이 오미크론’ 환자들이 슈퍼 전파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예전에 있었던 성소수자 집단감염에서처럼 개인 신상을 보호하는 코로나 검사를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일부러 코로나19에 걸려 쉬거나 휴가를 받으려는 학생이나 직장인들의 잘못된 선택을 막기 위해 위드 코로나 시기에 적절한 무증상 감염자의 격리 지침이 필요합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에서 환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지만, 지금의 격리 제도 때문에 이송도 안 되고, 요양병원에 약물이 공급되지 않아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상황을 해결해야 합니다. 팍스로비드 등의 치료 약물을 긴급상황 조치 약물로 지정해 각 병원과 의원이 보유할 수 있게 하는 게 필수적 조처입니다.

이렇게 중요하고 급한 문제가 많은데 동네 병원 의사들이 다 떼돈을 번다고 국민이 오해하고, 관심이 낭비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진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모두가 힘을 합해야 할 때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에 대비하지 못하고 동네 병원을 총알받이로 전선으로 내몬 방역당국의 문제를 지적한 봉정민 원장의 글과 함께 읽으면 좋을 대학병원 교수의 글이 '나는 고발한다. J'Accuse...!' 칼럼 시리즈에 있습니다. 『K-방역은 없다』의 대표 저자인 이형기 서울대병원 교수가 통제 위주의 정책을 펴다가 돌연 방임형으로 돌아선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합니다. 이 글은 중앙일보 사이트(www.joongang.co.kr/series/11534)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