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노성훈 교수팀은 최근 96세(1925년생)의 국내 최고령 잔위암 환자의 고난도 수술에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잔위암은 위절제술 후 남은 위 부위에 발생하는 암으로, 수술 후 2~6% 환자에서 잔위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수술을 받은 환자 박상길(96)씨는 지난 2004년 부산지역 병원에서 위암으로 복강경 위아전절제술(암이 위의 중간 이하 아랫부분에 있는 경우 아래쪽 약 60% 정도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이후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내오다 최근 빈혈 증상, 식후 복부 불편감 및 위ㆍ식도 역류 증상이 지속돼 위내시경을 받았다. 검사 결과, 수술 후 남겨진 위에서 6cm의 큰 종양이 발견됐으며 조직검사 후 위암 판정을 받았다.
박 씨는 과거 위암 수술 외에도 수두증으로 뇌실-복강 간 션트 삽입술 및 담낭절제술을 받았으며, 관상동맥폐쇄로 약물치료를 받고 있었다. 또 뇌출혈로 세 차례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또 복부 비만(체질량지수 29)이 동반된 고위험군 환자였다.
노성훈 교수팀은 박 씨의 종양이 크고 위벽 전층을 침범했다는 점을 고려해 복강경으로 복강 내 전이가 없음을 확인한 후 개복했다. 박 씨의 경우 이전의 여러 수술로 인해 배 안의 장기들이 심하게 유착돼 있어 고난도 술기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노 교수팀은 1만1000례의 위암 수술을 집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3시간 47분 만에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박 씨는 안정을 위해 기도 삽관을 유지한 채 중환자실에서 집중 모니터링을 받다가 수술 3일째 일반병동으로 이동했으며, 14일째 연식(죽)으로 섭취가 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박 씨와 같이 최근 위암 수술을 받는 고령환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시행하는 위암 환자 수술 건수는 연간 약 450건인데 그 중 70세 이상의 고령환자의 비율이 19~23%를 차지한다. 노성훈 교수는 “이번에 수술한 환자는 국내외를 통틀어 잔위암 수술 최고령 환자로 고난도의 수술이 요구됐다”며 “앞으로도 양질의 치료를 통해 위암 환자들이 완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수년 내에 65세 이상 인구가 20%에 달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예측됨에 따라 고령환자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며 “환자의 나이가 수술적 치료를 제한하는 요인이 되지 않게 수술 준비를 철저하게 해 수술 후 일상생활로 쉽게 복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