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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용산 예산 협조” 윤 “잘된 정책 계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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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에서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와 관련해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회동에 배석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전했다.

장 실장은 청와대 상춘재 만찬 회동 후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 기자실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제가 느끼기엔 실무적으로 이전 시기와 내용 등을 양측이 서로 공유해 대통령께서 협조하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협조를 약속한 문 대통령의 답변은 최근 청와대가 집무실 이전 계획에 보였던 부정적 기류와는 다른 것이다. 오는 5월 10일 윤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 전 집무실 이전 가능성에 대해선 “두 분께서 시기까지 가능하다, 안 하다는 말씀은 없었다”고 했다. 만찬에 배석한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집무실 이전 문제를 꺼내자 윤 당선인은 “옮기려는 취지와 전 정권, 전전 정권, 문민 정권 때부터 청와대 시대를 마감하고 국민들과 함께하는 시대를 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못 찾지 않았는가. 이번만큼은 저는 꼭 이것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장 실장은 전했다.

문 대통령-윤 당선인 회동 주요 내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문 대통령-윤 당선인 회동 주요 내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임기 말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사와 관련해선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 실장이 실무적으로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영업자·소상공인 손실 보상을 골자로 한 제2차 추경과 관련해서도 필요성은 공감했지만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고 이 수석과 장 실장 라인에서 실무적으로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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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안보 위협에 대해 장 실장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안보 문제를 논의했고 국가 안보 관련 문제를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한 치의 누수가 없도록 서로 최선을 다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등 사면에 대해선 “사면 문제는 일절 거론이 없었다”고 했다. 장 실장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만찬 장소인 상춘재에 들어서면서 윤 당선인에게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의례적인 축하가 아니라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며 “정당 간의 경쟁은 할 수 있어도 대통령 간의 성공 기원은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임기말 인사는 이철희·장제원 실무라인서 협의키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두 사람의 대면은 2020년 6월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석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왼쪽부터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문 대통령, 윤 당선인,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두 사람의 대면은 2020년 6월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석 이후 1년9개월 만이다. 왼쪽부터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 문 대통령, 윤 당선인,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뉴시스]

윤 당선인은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다. 잘된 정책은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은 개선해 나가겠다”며 “초대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봄나물 비빔밥에 레드와인이 반주로 곁들여진 만찬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2시간36분간 진행됐다.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 중 가장 늦은 대선 후 19일 만에 성사된 만남이었지만, 만찬을 포함한 전체 회동 시간 2시간51분은 역대 가장 긴 회동으로 기록됐다. 지금까지 가장 길었던 만남은 2007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당선인 신분일 때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기록했던 2시간10분이었다.

장 실장은 “윤 당선인께서 ‘많이 도와달라’ 말씀하셨고 문 대통령은 ‘저의 경험을 많이 활용해 달라, 돕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신구 권력 간 정면대결로 치닫던 상황에서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만남이었지만, 회동 분위기는 “국민들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현 정권과 차기 정부의 정권 인수인계를 정말 원활하게 잘해야겠다는 의지를 두 분 다 갖고 계신 것 같다. 언론이나 국민들이 느끼시는 갈등 이런 것들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서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고 장 실장은 전했다.

만찬이 끝나고 헤어질 때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면서 “꼭 성공하시길 빈다. 제가 도울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달라”고 말했고 윤 당선인은 “건강하시길 빈다”고 답했다.

이날 회동을 앞두고 양측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형성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우리의 부족한 점들 때문에 우리 국민이 이룬 자랑스러운 성과들이 부정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역사가 총체적으로 성공한 역사라는 긍정의 평가 위에 서야 다시는 역사를 퇴보시키지 않고 더 큰 성공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탈원전,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 정책 기조의 일대 수정을 예고한 윤 당선인 측을 향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발언으로 읽혔다.

반면 대통령직인수위 쪽에선 이날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부동산 정책 중 하나인 임대차 3법 폐지·축소론이 나왔다. 물론 김은혜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 대해 “‘애니싱 벗 M(Anything But M)’ 등의 가르기는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국정 경영 기조가 전(前) 정부 계승보다는 노선 수정에 맞춰질 거란 전망이 많다.

이날 만찬 회동을 앞두고 윤 당선인이 취임 후 국정 수행을 ‘잘할 것’이라는 응답이 46.0%로 ‘잘못할 것’이라는 응답(49.6%)보다 낮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지난 21~25일 실시된 리얼미터·미디어헤럴드의 여론조사 결과다. 임기 말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긍정평가 46.7%로 윤 당선인과 거의 비슷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한편 이날 정치권에서는 김부겸 국무총리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회동의 숨은 가교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윤 당선인 측 한 인사는 “윤 당선인이 26일 밤 모처에서 김 총리를 만났고 김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신속한 회동을 권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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