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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 건설면허 말소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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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국토교통부가 지난 1월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를 일으킨 HDC 현대산업개발에 등록 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을 내릴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법이 정한 최고 수위의 처벌을 해달라고 한 것이다. 처분 권한이 있는 서울시의 최종 판단이 남았지만, 업계는 사실상 국토부가 등록 말소를 요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의 건설업(토목건축업종) 면허가 등록 말소되면 1994년 성수대교 붕괴로 동아건설의 전문건설업 면허가 취소된 이후 처음이다.

국토부는 이런 내용의 아파트 붕괴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부실시공 근절방안을 28일 발표했다. 국토부는 이번 광주 사고의 중대성과 국민적 우려를 고려해 원도급사인 현대산업개발과 하도급사인 가현건설산업에 대해 가장 엄중한 처벌을 내릴 것을 관할 관청인 서울시와 광주시 서구청에 요청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 제10호에 따라 등록 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에 해당한다. 감리자(건축사사무소광장)에는 영업정지 1년의 처분을 요청했다.

HDC현대산업개발 부실공사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HDC현대산업개발 부실공사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종적으로 서울시가 등록 말소 처분을 내리면 HDC현산의 역사는 사라지게 된다. 5년 뒤 새로운 회사로 건설업 재등록을 할 수 있지만, 이전에 HDC현산으로 쌓아온 실적은 모두 없어진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HDC현산 도급순위는 국내 9위다. 권혁진 국토부 건설정책국장은 “등록 말소 되면 실적이 없어지는 것이고, 유사한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한다고 하더라도 실적이 없기 때문에 신생 기업이 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등록 말소 대신 영업정지 1년을 처분하더라도 HDC 현산의 타격은 클 전망이다. 앞서 국토부는 HDC현산의 광주 학동4구역 참사와 관련해 서울시에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내릴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두 사건의 처분이 더해지면 HDC현산은 약 2년가량 신규사업을 수주할 수 없게 된다. HDC현산의 경우 주택 부문 사업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

등록 말소 우려에 이날 HDC현산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26% 내린 1만6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루 거래량이 224만여주로 전 거래일의 4배를 넘었다.

부실시공 업체 처분 강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부실시공 업체 처분 강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HDC현산이 유가족들과 합의했고, 화정동 아파트 재건축 협의를 진행하고 있어 등록 말소보다 낮은 수준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만약 등록 말소 처분을 받더라도 현산이 행정소송을 할 경우 실제 처분이 확정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앞으로 사망자가 3명 이상 발생하는 중대 부실시공 사고의 경우 국토부가 직권으로 처분할 수 있도록 건산법 개정을 추진한다.

그동안 부실시공에 따른 행정처분 건수는 총 20건으로, 등록 말소는 성수대교 붕괴사고 때 한 차례뿐이었다. 나머지 19건은 영업정지였고, 이 중 6개월 이상은 4건뿐이다. 권 국장은 “29일 자로 건산법 시행령 개정을 입법 예고했고, 이후 국토부가 직권으로 처분 수준을 정해 처분 절차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법 개정을 통해 부실시공 사망사고와 관련해 일반인 3명 또는 근로자 5명 이상 사망할 경우 바로 책임 업체를 등록 말소(원스트라이크 아웃)하고, 5년간 부실시공이 두 번 적발되면 등록 말소(투스트라이크 아웃)한다. 부실시공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최대 3배 이내로 늘린다.

공사관리·감독도 강화한다. 광주 사고의 경우 공사 과정에서 설계 무단 변경과 콘크리트 품질관리 부실, 감리 부실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공공공사에만 적용하던 표준시방서를 민간공사에도 적용하고, 시공 이력을 기록해 감리 담당자에게 제출토록 한다. 또 레미콘 품질 관리를 위해 공장 시스템 인증제를 도입하고, 현장과 동일한 조건에서 양생하는 추가 실험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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