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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해운담합 '시즌2'…공정위, 중국·일본 노선 제재 착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해운담합 ‘시즌2’가 열릴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한국-중국, 한국-일본 노선에서 운임 등을 담합한 20여개 해운업체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다음 달 전원회의를 열고 제재 여부와 과징금 부과 액수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월 한국-동남아 노선에서 15년간 담합한 23개 선사에 총 96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지난 1월 18일 울산신항에 접안한 고려해운 선박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뉴스1

지난 1월 18일 울산신항에 접안한 고려해운 선박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뉴스1

유류할증·컨테이너 청소비 등 담합

28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25일 20여개 해운선사를 대상으로 과징금 부과 의견 등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심사보고서엔 해운업체들이 한-중‧한-일 노선에서 화물을 운반하면서 약 15년간 담합으로 운임을 인상하고, 수시로 공동행위를 모의한 내용이 기재됐다. 중국 노선 제재 대상엔 10여개 중국 선사가, 일본 노선 제재 대상엔 1개 일본 선사가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중국과 일본 노선에서의 해운 담합은 기존 공정위에서 적발한 한-동남아 노선 담합과 유사한 구조로 이뤄졌다. 고려해운‧장금상선‧흥아라인 등 국내 선사는 2003년 운임이 떨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파격적인 운임회복”을 합의한다.

이후 10여개 국내 선사와 해외 선사까지 함께 담합을 통한 지속적 운임 인상에 나선다. 기본운임 인상 외에도 유류할증료‧컨테이너 청소비·불균형 조정비용 같은 부대운임을 올리거나 새로 도입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올렸다. 가격 인상에 반발하는 화주가 있으면 선적을 거부하는 등 공동행위로 반발을 막았다.

한-중‧한-일 노선 관련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회의록과 내부 문건은 공정위의 한-동남아 노선 해운담합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일본‧동남아 노선은 담합 시작부터 맥락을 같이 한다는 의미다.

중국 보복 가능성이 변수, 해수부 우려 표명 

해운법에 따르면 해수부에 신고하고, 화주단체에 협의한 공동행위는 담합에 해당하지 않는다. 해운업계는 이를 근거로 담합이 아니라고 하지만, 부대운임 인상 방식 등으로 신고 범위를 벗어난 담합이 이뤄졌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월 18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23개 국내 ·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동남아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월 18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23개 국내 ·외 컨테이너 정기선사의 한-동남아항로 해상운임 담합 제재'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과징금 규모는 앞서 제재가 이뤄진 동남아 노선(962억원)보단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 노선과 비교해 관련 매출액 규모가 작아서다. 다만 중국선사가 포함된 게 변수다. 한국과 중국 선사들은 황해정기선사협의회를 구성하고, 양 국가를 오가는 노선을 독점 체제로 운영한다. 이 때문에 제재가 현실화할 경우 중국 정부가 보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수부는 공정위에 이런 내용의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해운협회 관계자는 “주무 부처인 해수부가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공정위가 제재해야 한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중국 노선은 양 정부 간 합의를 통해 운항 가능한 선사를 지정한 관리 노선이다. 중국 정부에서 반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례적 한 달 만에 전원회의

한편 공정위는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전원회의를 4월 27일(한-중), 28일(한-일) 이틀에 걸쳐 열 예정이다. 대상 선사들에도 이 같은 내용으로 공지하고 일정을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보고서 발송 한달여 만에 심의가 열리는 건 이례적이다. 2020년 기준 조사 종료부터 심의까지 평균 소요되는 기간은 181.7일이었다. 이와 비교하면 5개월가량 빠르다.

5월10일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공정위가 속도를 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해양수산부와의 의견 조율 등이 필요한 만큼 새 정부 출범으로 장·차관 등 부처 인사가 나면 심의가 늘어질 수 있어서다. ‘친기업’을 정책 기조로 하는 차기 정부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 24일 공정위 업무보고에서 인수위 측은 해운담합 사건 조사경과와 심의일정 등을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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