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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기간제 규제 없애고, 52시간제 손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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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기업 발목을 잡는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 ‘전봇대’를 비롯해 ‘손톱 밑 가시’(박근혜 정부) ‘붉은 깃발’(문재인 정부) 등 표현이 바뀌었을 뿐 되레 ‘규제 실타래’는 더 꼬였다는 게 재계의 목소리다.

마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강력한 규제 개혁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 21일 경제 6단체장을 만난 뒤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한 규제들을 빼내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해외 진출 규제를 두고 “모래주머니를 달고 메달 따오라 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도 했다.

중앙일보는 이와 관련,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로부터 새 정부가 개선·지원해야 할 규제 정책 10대 과제를 제안받았다. 이를 전문가와 함께 ▶과감히 폐지하거나 ▶합리적으로 보완할 규제 ▶화끈하게 지원해야 할 숙제 등 10개로 정리했다.

새 정부의 규제 개혁 10選.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새 정부의 규제 개혁 10選.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결국 규제 개혁은 기업의 민원을 처리하는 이슈가 아니라, 일자리를 만드는 일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간제, 파견·도급제 규제 폐지=기간제법상 2년 고용 기간이 넘으면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근로자가 계속 근무하고 싶어도, 부담을 느낀 사업주 쪽이 꺼려 고용 불안을 가중한다는 주장이다. 파견법도 대상 업무를 32개로 한정하고 있어 되레 불법 파견 등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 등 출점·영업규제 폐지=지난 대선 선거운동 기간 중 윤석열 당선인은 광주광역시에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약으로 제시하며 유통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영업시간 규제, 영업일 제한, 출점 제한 등을 종합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게 재계 요구다.

◆중대재해처벌법 손질=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45%가 “중처법이 고용의 걸림돌”이라고 답했다. 고령 및 만성질환자 등 취업 취약계층의 채용을 기피하게 된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직업성 질병의 중증도 기준 및 원청 책임 범위 구체화 ▶처벌 수위 완화 ▶면책 규정 마련 등을 제안했다.

◆주 52시간제 수정=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주 52시간제 시행으로 실질임금이 줄어들자 일부 근로자들이 택배 업종 등으로 이직해 신규 채용은 더 어려워졌다. 날씨 영향을 받는 조선·건설업은 집중근로가 잦아 납기 준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재계는 “연장근로 한도를 노사합의 시 최소 월 단위로 합산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정거래법 보완=A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5년간 조사를 받았지만, 결국 무혐의 종결됐다. 재계는 “공정위의 동일 혐의에 대한 반복 조사로 기업 활동에 지장이 생긴 대표적 사례”라며 “동일 혐의에 대한 조사를 2회 이내로 제한하도록 공정거래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패스 도입=B기업은 최근 재료공학 국내 박사 학위를 받은 베트남 출신 연구 인력을 채용하려다 난관에 부딪쳤다. 한국에서 수학한 외국인 고급두뇌를 기업이 쓸 수 있게 ‘K패스’ 비자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현장 요구가 높다. 영국도 브렉시트로 인한 인재 유출을 막으려 외국인 학생의 학위 후 체류 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는 특별비자제도를 도입했다.

◆연구개발 인프라 선제 지원=향후 글로벌 풍력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면 20㎿ 규모 이상의 풍력발전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에서 풍력 블레이드 실증 장비는 한국재료연구원이 보유한 8㎿급이 가장 최신식이다. 풍력뿐 아니라 다른 첨단 분야도 정부가 개별 기업이 하기 힘든 실증 장비와 인프라 지원에 나서 달라는 요구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대 명예교수는 “각 부 고시, 장관령 규칙, 대통령령 시행령을 수정하는 범위 내에서라도 새 정부가 속도감 있게 규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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