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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간판 내리되 여러 부처로 기능 분산 재배치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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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조직학회, 한국행정개혁학회가 공동주최한 '새 정부의 정부조직개편과 운영과제'에 관한 세미나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창길 세종대 교수, 윤견수 고려대 교수, 장세정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근세 성균관대 교수, 박광국 가톨릭대 교수, 조문석 한성대 교수, 김은주 한성대 교수, 박현갑 서울신문 논설위원, 문명재 연세대 교수, 배진영 월간조선 부장. 강정현 기자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조직학회, 한국행정개혁학회가 공동주최한 '새 정부의 정부조직개편과 운영과제'에 관한 세미나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창길 세종대 교수, 윤견수 고려대 교수, 장세정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근세 성균관대 교수, 박광국 가톨릭대 교수, 조문석 한성대 교수, 김은주 한성대 교수, 박현갑 서울신문 논설위원, 문명재 연세대 교수, 배진영 월간조선 부장. 강정현 기자

여성가족부 존폐 논란 와중에 한국조직학회·한국행정개혁학회가 공동 세미나를 열고 책임 총리 강화, 경제 부총리 폐지, 여가부 폐지 등을 담은 윤석열 정부의 조직 개편 방안을 제시해 주목된다. 지난 2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특별기획 세미나에서 두 학회는 기존 부처를 대수술해 기획예산처·교육혁신인재부·복지가족부·보건부 등을 설치하는 안도 제안했다.

‘새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발표한 조문석·김은주 한성대 교수는 공공부문의 비대화와 방만한 운영을 막아야 한다며 기존 부처 통폐합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18부·4처·18청’ 조직을 윤석열 정부는 ‘16부·5처·17청’으로 축소하자는 게 핵심이다.

25일 한국조직학회, 한국행정개혁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특별기획 세미나에서 한성대 조문석, 김은주 교수가 제안한 정부조직 개편안. [자료 한성대]

25일 한국조직학회, 한국행정개혁학회 공동주최로 열린 특별기획 세미나에서 한성대 조문석, 김은주 교수가 제안한 정부조직 개편안. [자료 한성대]

학계 제안 조직개편안은 

조 교수 등은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여가부의 간판을 내리고 기능을 다른 부처로 분산해 재편하는 안을 제안했다. 여가부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기존 여가부의 주요 업무인 여성과 가족·청소년·여성권익증진 등의 정책은 각 기능에 맞는 다른 부처로 이관된다. 예컨대 여가부 여성정책국의 성별영향평가 기능을 총리실 산하 등으로 옮기는 식이다. 가족정책은 복지 부처, 여성인력개발이나 청소년정책은 교육 부처, 권익증진은 법무부와 경찰로 옮기는 것이다.

김은주 교수는 “(기존 여가부) 담당조직을 기능별 부서로 재배치함으로써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폐합 거론 교육부는

교육부를 교육혁신인재부로 재편하는 등 일부 부처의 재편·신설안도 제시했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통폐합은 이명박 정부 때 실험했으나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합안은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이날 발표 안에서는 통합 대신 인재양성 쪽에 무게가 실렸다. 교육혁신인재부 방안은 교육기관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인구 감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변화된 산업구조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평생교육 정책을 강화하자는 안이다.

기획재정부에서 기획·예산 기능을 분리해 기획예산처를 총리실 산하에 두자는 제안도 담겼다. 예산처 신설로 환경변화와 위기에 보다 능동적이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연구자의 주장이다. 기재부는 재무부로 기능을 축소하고, 통계청은 빅데이터 시대 흐름에 대응해 기획 역량을 강화하도록 통계처로 승격해 총리실에 두자는 제안이 눈길을 끌었다.

[자료 정부조직관리시스템]

[자료 정부조직관리시스템]

보건복지부는 보건부를 분리해 부처로 신설하는 안이 제시됐다. 코로나19 등 보건 위기 대응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다. 독일·호주·캐나다 등은 보건부가 독립돼 있다. 복지부는 여가부 가족 정책기능을 재배치, 복지가족부로 재편하는 방안이다. 이밖에 외교부와 통일부를 통합해 미·중 신냉전 시대에 통일·외교기능을 강화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조직학회, 한국행정개혁학회가 공동주최한 '새 정부의 정부조직개편과 운영과제'에 관한 세미나가 열렸다. 강정현 기자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조직학회, 한국행정개혁학회가 공동주최한 '새 정부의 정부조직개편과 운영과제'에 관한 세미나가 열렸다. 강정현 기자

정부조직 개편 전문가 의견은 

이날 발표 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제안이 쏟아졌다. 임준형 한국조직학회장(고려대 교수)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복잡한 난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 조직의 합리적 설계와 운영방안에 대한 건설적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세정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국익 우선과 국민 복리 증진이 조직 개편의 대전제가 돼야 한다”면서 “동시에 정권교체 민심이 어떻게든 정부 조직 개편에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명재 연세대 교수는 “30년간 OECD 회원국의 정부 조직 개편을 분석해보면 보수정부에선 국방·행정이, 진보정부에선 복지·노동·교육 분야의 조직개편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재건축보다는 리모델링이 훨씬 효율적”이라며 “잦은 조직개편보다는 정부 직제나 부처 간 순환보직 등 제도개편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권 교체 때마다 정부 조직 개편이 잦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창원 한국행정개혁학회 이사장(한성대 총장)은 “정부 출범 이후 지난 74년간 무려 50여 차례의 크고 작은 정부조직 개편이 있었다. 압축성장을 달성했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부정적 측면도 있다”며 “조직 개편은 심도 있는 논의와 공론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윤견수 고려대 교수는 “조직 개편이 지나치게 많고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며 “통폐합한다고 조직운영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만큼 정치가 행정을 압도하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의 대안 제시에 이어 다음 달 초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정부의 조직 개편안 초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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