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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약속 너무 잘 지켜 놀랐다"…원자력전공생 '고난의 3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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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원자력학생연대, 3년간 “원자력 살리기”

“문재인 대통령이 이 정도로 공약을 잘 지킬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3년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위해 활동해온 녹색원자력학생연대(학생연대) 조재완(32) 대표의 말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조 대표는 지난 2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역대 다른 대통령도 탈원전 공약을 했지만, 나중에 현실적인 문제를 알고 포기했다”며 “노무현 대통령도 후보 시절 탈원전을 외치다가 취임 후 한국의 원전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는 등 태도를 바꿨다”고 했다.

조재완 녹색원자력학생연대 대표(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씨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주장하며 대전역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조재완 대표]

조재완 녹색원자력학생연대 대표(한국과학기술원 박사과정)씨가 탈원전 정책 폐기를 주장하며 대전역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조재완 대표]

조 대표는 학생연대 결성을 주도하며 3·9 대통령 선거까지 ‘탈원전 폐기와 원자력 살리기’ 운동을 주도했다. 학생연대는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학생을 중심으로 2019년 1월 22일 결성됐다. 서울대·한양대·경희대·부산대·중앙대·경성대 등 전국 13개 대학 원자력공학 또는 원자력 관련 전공 학생 2500여 명이 참여했다. 이후 지금은 대학 수는 18개, 참여 학생은 3000여 명으로 늘었다.

"탈원전 정책…전공자들 길 잃어"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소속인 조 대표는 “탈원전 정책으로 방향을 잃은 원자력 전공자들이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섰다”며 “그동안 국민에게 원자력을 제대로 알리고 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 조재완 대표가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를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조재완 대표]

녹색원자력학생연대 조재완 대표가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를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조재완 대표]

조 대표는 “원전 비중을 줄이면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고, 화석에너지에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어 탄소 저감에 역행하게 된다”며 “이런 문제 때문에 대다수 전문가는 대통령이 탈원전 공약을 실천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문 대통령이 실천에 옮겨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노무현 '탈원전' 공약했으나 폐기"
조 대표는 “탈원전 이후 태양광 발전을 무분별하게 늘리는 바람에 산림이 훼손되고, 재생에너지를 저장할 에너지 저장장치(ESS)에서 연일 화재가 발생했다”며 “급기야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으로 관련 공무원 등이 사법처리되고, 원전 부품 업체가 줄줄이 도산하기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녹색원자력학생연대 소속 학생들이 대전역에서 원자력 살리기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조재완 대표]

녹색원자력학생연대 소속 학생들이 대전역에서 원자력 살리기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 조재완 대표]

학생연대는 2019년 2월 2일부터 매주 토·일에 거리로 나섰다. 대전역·서울역·부산역 등 전국 주요 역에서 원자력을 살리기 위한 서명운동을 했다. 이들은 “친환경 에너지인 원자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잘못된 에너지 정책이 나라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2019년부터 해마다 원자력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알리기 위한 축제(Stand-up for Nuclear)도 열었다. 2020년 2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거리 서명을 중단하고, 1인시위, 대자보 붙이기 등을 통해 원자력 알리기 운동을 했다.

학생연대는 2020년 11월 KAIST를 포함해 전국 107개 대학교에 대자보를 붙였다. 당시 대자보에는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논란은 ‘현 정부의 월성 원전 기획 살인 사건’”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탈원전 반대 서명’ 100만 명 돌파

지난해 9월 30일 정부 탈원전 정책에 반대하는 서명자가 100만 명을 돌파했다. 온라인 서명자가 69만여 명, 자필 서명자가 30여만 명이었다.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게시판에 녹색원자력학생연대가 붙인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과정에서의 정부 개입 의혹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보이고 있다. 뉴스1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게시판에 녹색원자력학생연대가 붙인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과정에서의 정부 개입 의혹을 비판하는 대자보가 보이고 있다. 뉴스1

조 대표 등은 “정부 탈원전 정책은 관련 학문에도 영향을 줬다”고 주장한다. 해마다 학기마다 20여 명에 달했던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전공 학생은 급감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이 학과 선택 학생은 0명이었다. 2021년 신학기 전공 선택 학생은 3명이다. 조 대표는 “전국 대학의 원자력 관련 학과는 존폐 위기에 몰렸다”고 말했다.

학생연대는 원자력 학계 등과 함께 3·9대선에 출마한 후보에게 원자력의 필요성을 알렸다고 한다. 원자력 학계는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정책 길라잡이’라는 책을 만들어 배부하기도 했다.

"전문가보다 연예인 신뢰하는 세상"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해 11월 대전 유성구 한 카페에서 열린 원자력 발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간담회에는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장, 조재완 녹색원자력학생연대 대표, 김형규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 한국원자력연구원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해 11월 대전 유성구 한 카페에서 열린 원자력 발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간담회에는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소장, 조재완 녹색원자력학생연대 대표, 김형규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조 한국원자력연구원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그는 “한 분야에 평생을 바친 석학보다 연예인을 더 신뢰하는 세상이 되다 보니 ‘탈원전’ 같은 무모한 정책이 유지됐다”며 “에너지 정책 같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결정할 때는 전문가의 지성에 귀를 기울이는 상식적인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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