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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파일] ‘용·여·부’가 전부는 아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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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호 35면

김나윤 정치부문 기자

김나윤 정치부문 기자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가 현판식을 시작으로 공식 출범한 후 서울 통의동과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는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세 가지 단어가 있다. 이른바 ‘용·여·부’라고 불리는 청와대 용산 이전, 여성가족부 폐지, 부동산 정책 등이다. 인수위는 당선인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청와대 이전 TF, 정부조직 개편 TF, 부동산 TF를 별도로 구성해 각 사안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인다. ‘용·여·부’ 열기는 갈수록 더 뜨거워질 분위기다.

‘용·여·부’에 이목이 쏠리자 일각에선 윤 당선인과 인수위가 정작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 문제에는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당장 지난달 대학 울타리를 갓 벗어난 졸업생들을 포함해 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취업 준비생 90만여 명이 매일 불안감에 떨고 있다. 소상공인의 고통은 어떠한가. 빚을 견디지 못해 1년 내 파산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이 27만 가구에 달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수위 측 관계자는 “인수위 운영이 아직 초반에 불과하고 각 부처 업무도 한창 진행 중이어서 먼저 공개된 정책의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큰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밑그림을 그릴 인수위 구성을 살펴보면 이 같은 의구심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당장 교육계 안팎에서는 차기 정부의 교육 정책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의 경우 간사 1명과 인수위원 2명 모두 과학기술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전문·실무위원 18명 중에서는 교육부 파견 공무원 2명을 제외하면 교육 전문가는 1명에 그친다. 이마저도 고등교육계 인사로 초·중·고 교육 체계를 진단할 실무진은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정규 교육 과정과 교원 관련 정책을 꼼꼼히 살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환경 분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윤 당선인은 ‘국민의 맑은 공기 누릴 권리’를 내세우며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산림자원을 육성하고 석탄 등 화력발전 비중을 40%대로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인수위 내 환경 전문 인사는 환경부에서 주로 폐기물, 일회용품 관련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 1명이 전부다. 농·축산업계를 담당하는 경제2분과 역시 일반 기업이나 에너지산업 측 인사가 절대다수로 채워졌다. 인수위에서 농정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역대 인수위에서도 저마다의 홀대론이 있었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 시절에는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을 비롯해 ‘경제 검찰’ 역할을 맡을 학계와 시민사회 전문가가 드물었다. 이 때문에 당시 재계에선 이명박 당선인이 기업 친화적 환경을 위해 시장 감시 기능을 축소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는 금융통 인사가 부족한 데다가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의 업무 보고를 제외해 ‘금융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시간과 권한 제한 탓에 모든 분야를 한꺼번에 다 다룰 수 없다는 인수위 측 주장이 전혀 일리 없는 것은 아니다. 인수위에서 세심하게 다뤄지지 못한 정책은 향후 새 정부 구성을 통해서 보완할 수도 있다.

문제는 윤 당선인과 인수위 구성원들이 국민의 지적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느냐다. 3년 차 코로나 팬데믹에 지칠 대로 지친 국민은 차기 대통령의 이유와 변명까지 들어줄 여력이 많지 않다. 상대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부족한 점을 메우려는 모습만으로도 국민에게 위로가 되는 대통령을 바랄 뿐이다. 대통령이 만능인이 아니란 것쯤은 국민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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