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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시장추종형 TDF로 퇴직연금 운용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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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호 15면

배현기의 연령별, 상황별 연금 설계 

어느 세대든 상황에 맞춰 잘 준비한다면 현재보다 여유 있는 노후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은퇴준비에 있어서 ‘시간’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그런 측면에서 20대는 경제활동을 시작하기 전이라 시간은 많지만 소득이 없거나 크지 않다. 40대는 소득은 높은 편이지만, 가계의 재무사이클상 지출이 소득을 초과하기도 한다. 반면 30대는 40대보다 소득은 적지만 20대에 비해 안정적이다. 저출산 탓에 자녀의 수가 적고 어린 편이라 지출도 많지 않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면 가장 풍요로운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연령대다.

그런데 우리나라 30대는 제도적 발전 단계에서만 나타나는 특이점을 갖고 있다. 연금은 국가, 기업, 개인의 3층 보장 제도를 기반으로 한다. 이를 국민연금, 퇴직연금 그리고 개인연금이라고 한다. 30대는 국민연금에서 이전 세대보다 혜택은 감소하고 부담은 증가할 위험이 있다. 개인연금은 납입과 운용, 수령 단계에서의 세제가 복잡하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실질소득 대비 부담하는 세금은 많아졌다. 그에 반해 세제 적격 개인연금 납입액에 대한 혜택은 축소됐다. 퇴직연금은 세부적인 운용에서 개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확정급여형퇴직연금 제외). 반면 개인연금은 온전히 개인이 스스로 선택하고 운용해야 한다.

30대는 본인의 자유도가 높다는 측면에서 앞선 세대에 비해 위험이 크지만 기회도 많아졌다. 그럼, 30대에게 ‘시간’이란 측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필자가 운영하는 연금자산관리 애플리케이션인 ‘마이머플러’의 회원 통계를 통해 살펴보자. 30대의 경우 계좌배분 및 포트폴리오 변경에 따른 수령연금 증대 효과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확연히 큰 차이를 나타낸다(시장 평균수익률 가정시, 그래프 참고). 이는 본인의 선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은퇴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30대는 현재 어떻게 은퇴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그 차이는 확연하다. 오늘 은퇴하는 사람 중 여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다른 요인도 많겠지만 그 차이는 이미 20~30년 전에 결정된다는 얘기다. 30대가 다른 세대보다 연금관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오는 7월 16일부터 퇴직연금에 대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이 시행된다. 이는 적극적인 운용을 통해 퇴직연금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만약 내가 가입한 퇴직연금제도가 DC형이라면, 디폴트옵션을 잘 활용하는 것이 퇴직연금을 잘 운용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디폴트옵션에서는 퇴직연금사업자의 역량이 중요하지만, 가능하다면 능동적으로 자신의 연금자산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30대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비용(주로 펀드보수)이 저렴한 시장추종형 TDF(타깃데이트펀드)를 중심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연금투자의 핵심은 단기적인 시장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시장을 추종하는 것이다. 투자자라면 누구나 시장급등락이나 관련 뉴스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잦은 포트폴리오 변경은 장기적으로 시장수익률을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연금자산조차 단기적인 시황을 좇아간다. 한편, 정기적인 리밸런싱을 제외하고는 자산배분을 변경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장기투자에서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바로 ‘비용’이다. 우리가 ‘가성비’로 일컫는 부분이다. 유사한 수익률이 예상되는 자산배분펀드지만 운용사 등 운용주체에 따라 부담해야하는 비용이 다른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굳이 추가적인 비용부담으로 자신의 연금자산 수익률을 낮출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개인연금은 퇴직연금 대비 보다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구성이 가능하다. 퇴직연금은 법에 의해 위험자산 비중을 70%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30대의 경우는 은퇴시점까지 매우 장기간 투자기간이 확보되어 위험자산 비중을 100%까지 편입해도 포트폴리오의 위험(변동성)에는 별 차이가 없다. 위험에 비해 기대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개인연금에서는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운용방법은 퇴직연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파생관련 펀드 등 보다 다양한 상품을 편입할 수 있지만 시장추종형 TDF를 기본으로 하되 주식 ETF(상장지수펀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실 30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사회 경제적인 도전을 많이 받는다. AI와 로봇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주택가격은 치솟고 만만찮은 자녀교육비로 출산율은 최하위이다. 이럴 때일수록 장기적인 계획을 잘 수립하고 그에 따라 준비해야 한다. 준비과정 중에 재무적인 변동사항이 발생하면 해당 부분을 반영하여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 30대에게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세대보다 준비할 시간이 넉넉하다는 점이다. 시간(장기투자)을 잘 활용한다면 가장 큰 자금이 필요한 은퇴를 가장 효과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 서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장기신용은행 연구원을 거쳐 기획예산처 등에서 근무했다. 하나금융지주에서 전략 실무를 총괄했으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모바일 연금자문회사 웰스가이드를 설립해 ‘좋은 사회를 위한 금융’이라는 미션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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